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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young Park Apr 03. 2020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성장하기

지난 2년, '나의 성장' 그리고 '회사의 성장' 을 경험하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로스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나의 첫 성장을 이끌어준 블라인드를 지나, 나를 한 단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두 번째 회사 심플해빗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두 회사에서 일을 하며, 나 역시 회사와 함께 밀도 있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글에는 지난 2년간 내가 심플해빗에서 Growth Lead로 일을 하며 느꼈던 성취와 배움을 담아냈다.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비싸고 힘들게 얻은 이 배움들을 그냥 날려 보내고 싶지 않아서다. 


복기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성장한다.




1. 시작은 한 통의 메시지로부터  


블라인드에서 그로스 매니저로 일하고 있던 내게, 링크드인을 통해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당시 블라인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고 좋은 성장을 경험하고 있을 때라 이직에 대한 생각이 딱히 없었을 때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마침 휴가 중이었고, 마침 얼마 전 심플해빗이 Y Combinator와 NEA* 로부터 약 35억 원의 시드 투자 유치 기사를 본 후라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얘기를 한 후, 휴가 첫날 회사 근처 블루바틀 커피숍에서 윤하를 처음 만났다. 


*압도적인 누적 운용자산 규모를 가진 세계 최대의 벤처캐피털 회사. 20조가 넘는 투자금액, 1,000개가 넘는 회사를 투자했다. 그중 무려 225개의 회사가 IPO를 하고, 300여 개의 회사가 인수 합병한 어마어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윤하에게 온 첫 링크드인 메시지. 이를 계기로 심플해빗과의 인연이 생겼다.


윤하는 심플해빗이 두 번째 창업인 연쇄 창업자였다. 첫 회사를 Wish에 매각한 후, 스탠퍼드 MBA를 갔고, 이후 학교를 자퇴하고 심플해빗에만 매진해 소수의 팀으로 벌써 연 10억여 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리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심플해빗이 얼마나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지, 그리고 심플해빗이 풀어가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열성을 다해 얘기했다. 


인터뷰인 듯 아닌듯한 시간 속에 윤하는 내게 자연스레 팀원들과의 만남을 권유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스킬 테스트와, 수 차례의 인터뷰까지. 가볍게 생각했던 처음 내 의도와는 달리 이미 정식 인터뷰 프로세스 안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이 과정이 나도 재미있었다. 스마트하고 열정 있는 구성원들을 보면서 “내가 이 조직 안으로 들어간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가벼운 커피 챗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 모든 인터뷰 과정을 거쳐 오퍼를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역할을 뽑기 위해 75명이 넘는 후보자들이 있었고, 이들 중엔 경쟁사의 임원을 포함해 나보다 훨씬 더 출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를 뽑았던 이유는 내게서 '허슬 (hustle)'과 '성장 가능성 (growth potential)'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내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디서 마케팅에 대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 대해 별 다른 고민 없이 내 핸드폰을 바로 꺼내서 보여준 것이다. 내 사진첩과 메모장엔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거닐며 하나하나 찍었던 눈에 띄는 광고물들과,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우리 것'에 잘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메모로 빽빽했다. 이런 고민의 흔적을 눈 앞에서 본 나의 전 매니저는 '이거야말로 허슬이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나는 2017년 9월부로 심플해빗에 그로스 리드이자 9번째 멤버로 입사했다. 



2. 정신없었던 첫 3개월, 입사 후 나의 첫 성취


Shark Tank, 미국 유명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 방영되다  

당시 심플해빗은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맞이할 채비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미국 유명 창업 오디션 TV 프로그램인 샤크탱크의 방영이 확정된 것이다. 샤크탱크는 미 프로농구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과 어리 금융그룹 케빈 오리어리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로부터, 자신의 사업을 설명해 투자를 얻어내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부터 시작해 현재 시즌11까지 제작되었고, 회당 600만명 이상이 시청할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제 막 성장하는 초기 단계의 회사에게 샤크탱크에 출연한다는 의미는 상당했다. 이 정도 파급력을 가진 채널에 노출될 기회도 흔치 않을뿐더러, 크디큰 미국 전역에 공짜로 심플해빗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마케터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때문에, 블라인드 퇴사 후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바로 심플해빗으로 출근했다. 최대한 조직에 빨리 적응을 해야만,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입사를 한 나에겐 방송까지 2주가 채 안 되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나 때만 해도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나를 제대로 챙겨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사내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인 Quip에 있는 모든 다큐먼트들을 하나씩 정독해나갔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그 누구도 내게 '이거 해, 저거 해' 하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빠른 속도로 일을 배우고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함을 의미했다. 그래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찾아 나섰다. 나의 첫 프로젝트는 샤크탱크로 유입될 무수한 유저들이 바로 이탈하지 않도록, 마케팅 자동화 툴인 Braze를 이용해 이메일과 푸시 채널을 통해 리텐션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회원가입 이메일 정도만 존재했기 때문에, 리소스 대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전 처음 보는 Braze라는 툴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방송의 날이 다가왔다. 이 날은 버진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도 특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시즌9 프리미어, 그중에서도 제일 주목을 많이 받는 1부 엔딩 순서로 배정되었다. 

미국 유명 투자 쇼인 Shark Tank에 출연한 Simple Habit

방송이 나가는 순간, 실시간으로 트래픽이 치솟았다. 이때 단일 매출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샤크탱크를 통해 꾸준히 회원이 유입되고 있다. 방송의 힘을 실감했고, 또 이 기회를 만들어 낸 윤하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새해 캠페인까지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해치워 나가다 보니, 2017년은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갔다. 


나의 첫 3개월을 뒤돌아보면, 닥치고 '습득'이었다. 표면적인 성과는 단순히 툴에 익숙해지고 캠페인을 론칭하는 것이었지만, 이보다 더 큰 성과는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이다. "쟤는 알아서 잘 해낼 아이구나"라는. 입사 후 나의 첫 small win이었다. 


당시 매니저로부터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



3. 새로운 목표, 시리즈 A 투자를 향해 달려가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

2018년이 밝았고, 우리에겐 새로운 목표가 주어졌다. 올해 안에 현재 매출의 5배인 $5M (한화로 약 6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10명의 소규모 팀에게는 꽤나 공격적인 목표였다. "우리가 그걸 어떻게 해? 너무 공격적인 목표 아닌가?"라는 의문 대신, $5M 이 가진 의미가 궁금했다. 왜 저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한 건지.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시장엔 굳건한 두 선두 주자들이 이미 존재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회사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빠른 성장이 필요했다. 더 많은 시도를 해야 하고, 더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고, 더 큰 자본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 단계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스테이지에서 5배 성장을 이루면 비즈니스 구조상 VC들과의 협상에서 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혹여나, 투자를 받지 못하더라도 최소 2-3년간은 현금 흐름 걱정 없이 비즈니스를 굴릴 수 있었다.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것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어느 정도의 PMF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회사의 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하는데, 우리와 같이 구독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같은 경우,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 대표 지표들이 다음과 같았다. 


<핵심 지표들 - 몇 가지 예제>  

1. Annual Recurring Revenue & ARR Growth (연간 반복 매출과 성장률)

2. Unit Economics
a. ROI (Return on Investment) 
b. LTV (Lifetime value per subscriber) (유료 고객의 생애 가치)
c.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유료 결제 회원을 1명 획득하는데 드는 비용)
d. Payback Period / CAC to LTV ratio (제일 이상적인 비율은 1:4 혹은 그 이상이다)

3. User Engagement
a. DAU/MAU
b. # of listens per week 


이 지표들을 중점으로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 것인지를 결정했다. 이 중 나의 역할은 건강한 Unit Economics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Growth initiatives 들을 책임지고 리드하는 것이었다. 



4. 본격적인 유료 마케팅의 시작, 성공 방정식 찾기 


회사는 지금까지 오가닉 하게 점진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우리가 목표한 바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성장 속도를 가속화해야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나의 주요 역할은 퍼포먼스 마케팅 기반의 Growth 전략 수립 및 실행이었다. 이에 대한 결과물은 심플해빗이 발견한 성공 방정식 (success formula)*으로 증명해야 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성공 방정식이란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이런 실험 등을 통해 이러한 결과와 배움을 얻어냈으며, 긍정적인 값을 도출해낸 실험 등에는 대해서는 더 많은 인적 및 자본 투자를 통해 더 큰 성장세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내밀 수 있는 일종의 증거물이다. 



무엇을 최적화 (Optimize) 해야 할까?


1. 메시징 & 크리에이티브 

내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의 ‘성공 방정식'을 찾는 일이었다. 심플해빗은 상황별 명상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당시 나는 회사의 첫 마케터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전엔 인하우스가 아닌, 마케팅 에이전시 혹은 마케팅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는 “5-minute meditation for busy people”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당시 내가 집중한 부분은, "무엇 (what)" 이 아닌 "왜 (why)"였다. 사람들은 "왜" 명상을 할까? "왜" 심플해빗을 쓸까? 사람들이 명상을 접하거나 서비스를 쓰게 되는 내적 동기가 궁금했다. 수많은 사용자 인터뷰와 광고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은 "명상"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책"에 반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 명상을 배우고자 했던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중은 명상 자체보다 지금 당장 나를 괴롭히는 문제나 기분을 즉시 나아지게 해주는 행위에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인사이트를 통해, 심플해빗 성장에 큰 동력이 되었던 키 메시지를 뽑아내고 (Can't X? Try this for 5 min), 광고 소재 및 메시징을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해나갔다. 

맨 처음 터졌던 광고들 -- 헤드라인, 플레이바, 리뷰 등의 컴포넌트들이 조합되었다.


그 외에도 3-5초 만에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요즘처럼 광고 플랫폼들이 타기팅을 알아서 잘해주는 시대에는, 크리에이티브가 광고 효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컴포넌트들이 크리에이티브에 포함이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통해, 기본적으로 ‘먹히는' 광고 디자인 템플릿을 완성시켰다. 물론 광고 피로도가 쌓임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템플릿으로 리프레쉬시켜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광고 & 디자인 에이전시들과도 손을 맞춰봤지만, 결국 터지는 크리에이티브들은 모두 충분한 고민을 거친 인하우스에서 나왔다. 


2. 타겟팅 & 맞춤형 콘텐츠 

광고 성과 및 제품 내 지표 분석을 통해 얻은 그로스 인사이트를 광고와 제품 디자인에 적용시켰다. 가장 수익화가 좋은 그룹은 기존에 타깃 하던 밀레니얼 여성이 아닌 ‘다른 특정 고객 그룹’이라는 인사이트였다.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타깃 하던 고객군이기에 오랜 시간 이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진행했었다. 나는 이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우리가 얻은 새로운 인사이트는 이후 마케팅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에도 지속해서 반영이 되었고 여러 퍼널의 전환율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X 고객들의 고객 생애 가치가 Y보다 훨씬 높음을 파악 후 이를 오디언스 최적화 및 광고 소재 등에 반영했고, 국가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A와 B 등 고객 획득 비용과 구매 전환율이 높은 국가들의 고객 유입을 극대화시켰다. 타 경쟁사들의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활용해 상황과 시간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 광고를 통해 고객 획득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기도 했다.  


3. 프로세스 최적화  

우리가 시장에서 어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을까를 고민했다. 당시 가장 큰 두 경쟁사는 10배가 넘는 팀 규모, 100배가 넘는 마케팅 예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들과 리소스만 가지고 대결해서는 이길 수 없음을 의미했다. 내가 파악한 경쟁 우위는 결국 그들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실행하고, 더 빨리 시행착오를 겪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사적으로 'Growth'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들을 도입했다:


1) 주간 그로스 미팅  -- 매주 미팅을 통해 가설 검증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가설/실행/검증의 반복했다.


2) 광고 소재 최적화 프로세스 -- 크리에이티브와 메시지에 대한 정의 및 가이드라인 구축했고,  테스트 프로세스 도입 후 광고 소재별 테스트 비용 60%를 절감했다.


3)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고 축하하는 자리 -- 일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인적 실패를 많이 경험했었는데, 혼자서 일을 많이 하는 구조였다 보니까 이 배움들이 조직 내에서 흐르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갇혀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작은 성취 (Small win)’ 와 ‘실패를 통한 배움 (learnings from failure)’ 를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성장이 더뎌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성공 혹은 실패로부터 얻은 러닝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과 자리를 만들었다. 



5. 500% 의 매출 성장과 120억의 투자 유치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위와 같은 고민과 실행을 통해, 0원이던 유료 광고비를 혼자서 연 10억+@으로 늘렸다. 그 과정 속에서, 회사는 탄탄하게 커나가 10억이던 연 반복 매출은 500%가 상승해 50억을 돌파했다. 성장세로만 보면, 두 경쟁사보다 첫 두 해 매출 증가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고, 이 성장세를 인정받아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캐피털 회사인 Foundation Capital로부터, 120억여 원의 시리즈 A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내 위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일을 하면서 항상 스스로 되뇌던 말이 있다:

나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성장 원칙을 세웠다:


1. ‘Figure it out’ -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실행하고, 얻어내자.

2. 'Focus on Impact' - 여러 일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고,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하자

3. 'Growth Mindset'  - 회사와 개인의 성장 모두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에 대한 경험 여부에 상관없이 이 일을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 다.


블라인드도, 심플해빗도, 그 외의 일들도 지금껏 모두 항상 위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해왔고, 그 덕분에 회사와 함께 커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6. 시리즈 A 투자 유치 그 이후

시리즈 A 투자 유치 이후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10명이던 조직은 25명까지 늘어났었다. 새로운 팀원들과 리더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던 동료들과 존경하던 매니저는 한 둘씩 떠나갔고, 그 자리는 자연스레 더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팀의 분위기는 규모가 커지며 미묘하게 바뀌어갔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넘어서 이제는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스포츠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었다. 


시스템과 문서화는 더욱더 중요해졌다. 투자 유치 전에는 닥치고 앞에 보이는 일을 해야 했다. 일단 해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회고라는 개념도 없었다.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열심히, 빨리' 하던 시기였다. 예전엔 닥치고 실행이었다면, 이젠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한번 더 생각하고 실행해야 됐다. 조심스러움이 커졌다. 시드 단계의 미친 속도감과 실행 감은 느낄 수 없었다. 스테이지에 따라 그에 맞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여전히 회사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들에게 맞는 ‘성장 방식'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7. 지난 2년, '나의 성장' 그리고 '회사의 성장'을 경험하며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사람, 사람, 사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과 가장 크게 얻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1년 전도, 오늘도, 그리고 5년 후도 같을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바로 사람이라고.” 


작은 조직일수록, 사람 한 명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이는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데, 다행히 회사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를 뽑아주고, 내게 모든 권한과 위임을 다 해준 내 첫 매니저인 Amit. 내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법,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알려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준 Vu까지,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믿어준 두 은인들을 만난 것에 제일 감사하다. 



내게 성장이 의미하는 것 

회사를 들어갈 때는 “나의 성장을 얼마큼 최적화시킬 수 있는 곳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회사를 나올 때는 “현재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블라인드도, 심플해빗도 입사하기 전 두 대표님들에게 말씀드렸었다. 나중에 내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배움을 얻기 위해 지금 이 곳에 와있는 거라고. 두 대표님들은 다행히 이를 공감해주시고, 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과 환경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다. 감사한 분들이다.  



8. My Next Play 

회사를 나온 후, 현재까지 약 4개월 정도의 휴식기를 가졌다. 대학생 때부터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쉬어보는 게 처음이라 어색했다. 사실 쉬면 안 되는 건지 알았다. 뒤쳐짐에 대한 두려움과 다음 스텝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 스프린트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난 열정과 패기를 빌미로 전력질주만 했다. 당장 앞에 놓여있는 선택들을 하고, 그때그때 해야 되는 일을 해치우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즐기지 못했다. 


회사를 나올 때도 사실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래서 한 템포 ‘쉬어가기'를 택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너무 어색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이 결정을 하고, 정확히 3개월이 지나자 모든 결정이 쉬워졌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차분히 생각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한달, 나의 행복에 대한 레벨은 최고치에 달했다. 결국  ‘쉬어감'의 선택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결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내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젠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고. ‘남' 이 정해놓은 문제가 아닌, 앞으로는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찾아 나설 거라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서 미쳐 못다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이야기 (조직 문화, 투자, 마케팅, 운영 등), 

그 외 글을 읽으면서 궁금하셨을 디테일들에 대해,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필터링 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이메일 남겨주시면 행사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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