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회고 - 배움의 한해.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
2016년, 나에겐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졸업한 지 1년, 운영하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새로운 직장에 취업했고,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6년 나의 목표는 Learn, Build, and Write (배우고, 만들고, 기록하기)였다. 배우고,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룬 듯 하나, 기록하는 부분을 전혀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한 해가 가기 전 올 한 해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더 나은 2017년을 위해 나의 1년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 한 해 내게 큰 임팩트를 준 일들을 시간차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이전의 이야기: 의미 있는 삽질 Part 1
위 글을 쓰고 나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이후에 대한 얘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내기도 했고, 또 멘붕의 시기를 제대로 겪은 덕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 만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내가 내 손으로 서비스를 접어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힘들었었다.
미식을 접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미식이 가지고 있었던 본질적인 문제점들과, 두 번째는 미식 이전에 운영했던 "TasteHome"을 접으면서 피벗을 위한 피벗을 했다는 것이다.
1. 미식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
아이러니하게도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지금까지 진행했던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과 "어려운 점"에 썼던 점들이 모두 문제점들에 해당되었다.
a. 확장성 (Scalability)
미식은 처음부터 성장을 x1000 혹은 x10000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그냥 딱 초기에 2-4 명이 고생하며 키워놓으면 먹고살 수 있는 정도의 벌이를 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다. 당시 우리에게 "확장성" 이란 일단 우리 자금만으로도 돈을 벌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비즈니스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b. 경험해 보지 않은 음식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어렵다
미국 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Meal kit 서비스인 Blue Apron을 포함해 대부분의 음식재료 킷 서비스들 마저도,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 끼에 해당하는 음식들을 무료로 보내 주거나 5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그런데 우린 한식만을 제공하는 데다가 자본력도 없으니 큰 할인율이나 무료 제공 이벤트도 할 수 없었다.
추가적으로, 한식을 경험해보았다고 하더라도, 생소한 외국 음식을 직접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요리까지 해 먹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장벽이 외국인들에겐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중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부가적으로 제공했던 케이터링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c. 육체적 노동
정말 힘들었다 ㅎㅎ 재료 구입, 재료 손질, 포장, 배송, 마케팅, 고객상담, 메뉴 개발 등 모든 프로세스를 우리가 담당하니 육체적 노동뿐만 아닌 시간 소요도 상당하게 들었다.
d. 추가적으로 느낀 점 & 생각의 오류
처음 미식을 할 때, 우리의 주 고객이 한국 문화/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계속된 고객 인터뷰 및 실제 주문을 들어오는 것을 통해 느낀 것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나 관심은 로컬에 살고 계신 한국인 분들 으로부터 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실제 우리가 타깃을 해야 하는 고객이 확 작아졌다. Bay Area 에 살고 있는 한인분들 대상 이여야 했고, 이미 음식을 완성해서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반찬집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해주신 고객분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1) 정말 외곽에 살아서, 근처에 마땅한 한식을 즐길 수 없거나 배달 서비스받기 어려운 곳에 사는 분들 2) 가격보다 시간과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직장인들
비용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에는 일정 규모가 안 나오기 때문에 재료비, 포장비, 배송 비등을 낮추는 부분이 어려웠다. 마진이 40-45% 정도였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우리의 노동력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에 아직 정리하지 못한 수백 개의 박스와 포장 용기 및 아이스팩이 남아있다.....ㅠㅠ
2. 피벗을 위한 피벗
사실 위의 이유들은 핑계에 불과하고 (위에서 얘기했듯이 계속하면 먹고살 수는 있었다), 그만두게 된 진짜 이유는 TasteHome을 접으면서 피벗을 위한 피벗을 했다는 거였다. 맨 처음 창업을 하게 된 계기 자체가 "음식을 할 수 있는 native"와 "집밥을 먹고 싶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집밥의 플랫폼화"였다. 오랜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항상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고 이는 한인 유학생뿐만 아닌 다른 국가의 유학생 및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니즈였다. 우리는 누구나 집밥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매개체/촉진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규제와 번거로운 운영 프로세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벽으로 다가왔고, 비교적 쉬운 운영 프로세스와 비용도 줄이고 퀄리티 컨트롤을 할 수 있는 "Meal Kit"이라는 다른 모델로 피벗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식을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의도와 방향성을 잃고 말았다. 미식의 주 업은 메뉴 개발과 재료 준비였다. 온라인으로 판매만 할 뿐 어디서든 기술적으로 단순화시키거나 해결해나갈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결국 실제 레스토랑 하나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고, 그걸 깨닫은 순간 이 일은 더 이상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결정적인 실수는, 피벗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서비스 혹은 가설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거기서 더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서 발전시켜나간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 때문에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오류가 있으니, 그 문제들만 해결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달라졌고, TasteHome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마음가짐이 아니었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졌었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실수했던 점을 다른 분들에게도 공유해서 나 포함 다른 분들도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되었음을 아는데도 나의 고집으로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믿었다.
적절한 시점에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개월 동안 잘했던 점은, 미친 실행력과 무모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거 해볼까?"라고 하면 고민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또한 주변에서 안될 거라고 수도 없이 얘기했을 때, 주눅 들지 않고 그래도 "우린 할 수 있어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해나갔다.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식을 보다 간편하고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었고, 한 주도 안 빼놓고 우리 서비스를 매주 이용해준 단골 고객들을 만들었고,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의 힘만으로 8개월을 버텼다.
결과적으로 미식은 마무리되었지만, 이 고민의 과정을 함께 거친 친구이자 동료들은 감사하게도 1년 후 각자의 길을 이루던 대로 내딛게 되었다. 나는 블라인드에서, 개발과 요리를 담당해준 소현이는 Doordash에서 개발자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요리를 담당해준 나영이는 외식업 사장님이 되었고, 마케팅을 담당해준 준서는 대기업 무역팀에 입사하게 되었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였던 반지하 집에서, 네 명이 같이 살면서 티격태격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잊지 못할 추억과 배움을 얻은 것 같다.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동료들에게도 너무 고맙다고 다시 한번 얘기해주고 싶다.
미식을 정리한 뒤, 뭐라도 해야 될 것만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었다. 졸업을 한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소현이를 졸라서 준서와 셋이 간단한 웹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코딩 무식자인 나와 준서를 간단한 프로젝트를 통해 소현이가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배움을 기준으로 두면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Thanks to 소현)
배우기 위한 프로젝트이었다 보니,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행동들을 관찰한 뒤, 서비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얘기를 나눌 시기가 한창 대학교 학생들의 겨울 방학 시즌이었는데, 이 시즌만 돌아오면 학교 페이스북 그룹에 반복해서 올라오는 글들이 있었다:
몇 시부터 몇 시에, 학교에서 공항으로 같이 우버를 타고 갈 사람을 찾습니다.
우리 학교에만 올라오는 글일까? 하고 다른 대학교들 그룹들을 엿보았는데,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학생들은, 방학/연휴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 시기에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거나 여행을 하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은 공항 가는 비용을 혹은 공항으로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비용을 아끼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었다. 우버/리프트를 이용할 경우, 동승자 1명을 추가를 하면, 비용의 50%를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동승자를 찾고 싶어 했다. 그래서 비교적 본인들과 같은 장소/시간에 출발을 할 수 있을만한 대학교 학우들을 찾았고, 이들에게 "각 대학교별 페이스북 그룹" 은 동승자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채널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그룹의 경우 이 특정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여러 불편함들이 존재했다:
1) "동승자를 찾는 글" 만 찾아서 필터링/알림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2) 그룹 내에 검색 기능을 이용한다고 해도 원하는 날짜, 시간, 장소에 딱 맞는 동승자를 찾기는 어렵고,
3) 원하는 동승자를 찾었어도, 글의 작성자들이 이미 다른 동승자를 찾았다고 따로 표시를 해두지 않기 때문에 매칭을 하기까지에 번거로움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적어도 위 3개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간단한 웹앱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겨울 방학 시작 시즌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우리는 겨울 방학이 끝나는 시즌을 맞춰 서비스를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주 정도였는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와 준서는 코딩 무식자이기 때문에 w3 schools와 소현이의 디렉션을 받으면서 조금씩 준비해나갔다. 내가 디자인과 프런트엔드를 담당하고, 준서도 프런트엔드, 그리고 소현이가 백엔드를 담당했다. 빠르게 목업을 그리고 위 3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최소 기능만 넣어서 릴리스하자고 동의를 한 뒤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
모두가 고군분투 해준 덕분에, 다행히 시간에 맞춰서 Ridemate라는 서비스를 최소 기능을 구현해 릴리스할 수 있었다.
버클리 대학교 위주로 홍보를 진행했고, 그 결과 높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방문자 수 및 포스팅의 횟수가 어느 정도 나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물론 Seasonality 가 심한 서비스이다 보니, 겨울 방학이 끝나고 이미 새 학기가 시작된 시점에는 더 이상 액티비티가 없어 서비스를 접었다.
나 같은 경우, 사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할 때, 이론만 붙잡고 있으면 재미도 없고, 이해는 한 것 같은데 막상 적용을 하려고 하면 잘 모르겠고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 배울 때, 내가 배운 것을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물론 완벽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많이 서툴 수도 있지만,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리서치도 많이 해보고 주변에 도움도 많이 구하다 보니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내는 과정에서의 성취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의 프로젝트는 쭉 이어질 예정이다 =)
미식을 마무리하고,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나의 경험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국 대기업 및 외국계 스타트업 등에서 좋은 기회들을 주셨었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남아있기로 결정을 했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나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 항상 돌아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타지에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졸업까지)서 생활하다 보니 가족/친구들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도 너무 컸었고, 또 미국에서의 나의 경험과 배움들이 한국에서 분명 빛을 발휘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을 돌아가려고 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아쉬움은 아마도 한국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미국은 학생 생활이 끝난 시점에서, 비자 등의 이유로 인해 내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해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추가적으로,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경험했던 실리콘밸리는, 매일매일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이들과 교류하고 경쟁을 해나가는 부분이, 나에겐 건강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어리고,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치열함 속에서 성장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멘붕을 겪고 있을 때 예전 나의 직장 상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내게 너무 와 닿아서 꼭 공유를 하고 싶었다:
"본인이 더 경험하고 더 좋은 회사에서 있어볼수록, 할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동료 수준, (현실적으로) 금전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정도, 자신감 및 리더십의 수준과 범위가 정말 올라가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위의 4가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곳) 일해 보면서, 창업의 기회를 보는걸 정말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 조언을 바탕으로, 단순 직장의 개념을 떠나 내가 정말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은 곳의 기준을 추려나갔다. 그리고 이 선택을 할 때 포기할 수 없는 3가지 조건들을 적어놓았다:
1) 성장 가능성
2) 함께 일하는 사람들
3) 글로벌 프로덕트/회사
그러던 와중에, 정말 우연히 블라인드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대한항공 & 두산인프라코어 사건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회사였고,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거나 쓰고 있는 서비스였다.
미국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지만, 프로덕트가 매력적이었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촉" 이란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름 리서치를 해보니 내 기준 블라인드는 저 3가지에 다 부합하는 회사 같았다. 당시 블라인드는 진출한 지 1년 정도 되었었지만, 성장에 있어서는 초기단계였고, 프로덕트팀도 없이 멤버 2명이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내가 조인을 하게 되면, 해야 되는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그런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분명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회사의 구성원분들도 업력도 많으셨고 크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신 분들이었다.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미국팀 멤버에게 링크드인을 통해 콜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보면 너무나도 오그라들지만ㅠㅠ 저 때 저렇게 용기 내어 연락을 한 덕분에 결국 좋은 팀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시에는 미국 팀 채용공고도 올라와있지 않았을뿐더러, 나는 Alex 랑 한 번도 얘기해 본 적도 없는 남이었다. 근데 밑져야 본전이지하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커피를 여러 번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이 때는 블라인드 오피스가 시애틀에 있을 때라 시애틀까지 날아가서 1주일 동안 같이 프로젝트를 하며 손발을 맞췄다. 그리고 3/1 일 오퍼 레터를 받고 블라인드 미국 2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블라인드 미국팀 엔지니어 채용중] 미국 성장을 함께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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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인들이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왔었다. 같이 저녁으로 치킨을 먹던 중에,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아이디어가 12시간 후에 현실이 되었다. 별거 아니지만,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 사실 ⅓ 일 정도는 안면이 없거나 한번 뵌 게 다라 잘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항상 “페이스북 친구를 메모하는 기능" 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저녁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소현+진만+대열이가 공감을 해주었고 급작스레 우리끼리 미니 해커톤을 열게 되었다. 나는 기획+디자인+잡일 담당, 나머지 친구들이 개발을 분담해서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 아침까지 달렸고,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최소 기능을 구현해 크롬 익스텐션 스토어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이후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기분 좋은 성과들은 높은 등수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ProductHunt 에 등장했고, 생활코딩에 우리 프로덕트를 소개했던 글의 반응이 뜨거웠고 (676개의 좋아요, 83개의 공유, 46개의 댓글들), 또 ilovesoftware.com, Ait News, SFR News, 그 외에 여러 테크 블로그들에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론칭 후 바쁘다는 핑계로 업데이트를 한 번도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사용자들이 써주시고 계시는데 너무 감사하고, 올해는 틈틈이 프로덕트를 업데이트해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Ideas are just a multiplier of execution
위 얘기를 한 Derek Sivers 의 말을 따르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을 하지 않는다면 $20불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so-so 한 아이디어여도 훌륭한 실행력이 따른다면 $500,000 정도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만든 이 Facebook Friends Memo도, 좋은 실행을 통해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뚜렷한 스킬 (Hard skills) 이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내 입맛에 맞는 과목들로만 시간표를 채웠었고, 그 덕분에 Excel, SQL, MATLAB, R 등 충분히 학교를 통해 배웠을 수 있는 스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스킬도 습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무지함은 회사 업무들을 마주하며 더더욱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고, 또 내 개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아래와 같은 기초 체력을 쌓기 시작했다.
01 - SQL
본격적으로 SQL을 배우기 전에는, 회사 동료분을 통해 조금씩 "SQL을 통해서 이런 걸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배웠다. (틈나는 대로 친절히 알려주신 Kyum에게 감사를!) 업무를 진행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의 베이스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특히 데이터가 여러 곳에 많이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이건 무조건 내가 알아야만 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w3 schools와 Udemy Course를 수강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갔다. 이론보다는 Exercise 중심이어서, 편하게 따라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 개발자분께서 1:1 과외를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우잡스님!) 단순 쿼리를 적기 위한 수업이 아닌, 데이터베이스가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좋은 쿼리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아직도 갈길이 너무나도 멀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찾고 싶고, 알고 싶은 기본적인 데이터에 한해서는 내 힘으로 찾아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02 - Python
내년 ITU에서 본격적인 수업을 듣기 전에 Coursera에서 제공하는 Programming for Everybody라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첫 학기에 Python 코스를 들어야 해서, 미리 준비도 할 겸 듣고 있는 중인데 코딩 무식자인 내가 들어도 잘 이해가 될 만큼 매우 친절하고 이해가 쉽게 잘 설명을 해준다. 첫 번째 코스를 거의 다 끝냈고, 나머지 시리즈들도 마저 들을 예정이다.
03 - Master of Science in Software Engineering
앞에서 얘기했던 "새로운 도전" 이 바로 이 과정에 해당하는데, 2017년 1월부터 ITU라는 학교에서 평일 저녁/주말 등을 이용해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굳이 사서 이런 고생을 하는 이유는 테크 업계에 발을 붙이면서 느꼈던 나 스스로가 느꼈던 부족함에 대한 이유가 크다. 앞으로도 계속 테크 업계에 남아서 성장을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인 입장에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가 앞으로 내게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과정 후에 기대되는 나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1) 프로덕트를 실제로 구현하시는 개발자분들과의 원활한 소통
2) 생각하는 것을 실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
3) 적어도 내가 함께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만들어나갈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
불금도 포기해야 되고, 쉬어야 할 주말도 포기해야 한다. 내게 안 맞는 옷을 입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부족함"과 "부끄러움"으로 인해 나 자신이 매번 한 단계씩 성장해나감을 느낀다. 때문에 이 과정의 끝이 어떻든 일단 도전해보고 싶다.
2016년에는 배우고, 만들고, 기록 (Learn, Build, and Write) 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해였고, 그래서 다양한 경험 등을 통해 기초 체력을 쌓는 것에 집중을 했다면, 다가오는 2017년에는 이를 토대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싶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잘 파악하고, 좋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나가며, 끈기 있게 파고들어서, 결국엔 알맞은 방법들로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앞으로 브런치 (한글)와 Medium (영문)을 통해 경험하고 배워나가는 것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 2017년 새해 목표를 아래 링크를 통해 구체화시켜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