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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Sep 02. 2019

"병원 처음 오셨어요? 서류 작성 부탁드려요" (2)

애플 헬스 레코드.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 거대 IT 기업들의 솔루션

    이전 글에서는 의료 정보 공유의 필요성과 의무기록 공유를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데이터 구조 레벨에서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졌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IT 기업들이 어떻게 이런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들어 다루어 볼 텐데요. 이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기업이라면 단연 애플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애플의 Health Records


    애플의 헬스케어 관련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헬스 킷(Health Kit)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 애플 헬스 레코드(Health Record)인데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애플 헬스 레코드는 환자들이 자기 자신의 기록을 여러 의료기관들로부터 아이폰으로 받아 볼 수 있게 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거기다 한데 모은 의무기록을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보여주니 사용자 입장에서도 자기 정보를 확인하기 편리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스스로의 건강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을 개인 건강기록 Personal Health Record 서비스, 줄여서 PHR 서비스라 합니다.


애플 헬스 레코드의 유저 인터페이스. 깔끔하고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 그림은 애플 헬스 레코드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그림인데요. 여기서 보면 환자가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바이탈 사인은 어떤지, 예방 접종 내역은 어떻고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 해당 정보를 얻어 왔는지 역시 연동되고요.


    애플의 헬스케어 부서 임원 중 한 명인 삼불 드사이 Sambul Desai 박사는 올 6월 모비헬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정보를 환자 스스로가 소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애플 헬스 레코드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의사로서 응급실에 환자들이 실려 올 때 '혹시 지금 복용하는 약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이런 정보들을 (애플 헬스 레코드를 통해) 한데 모아 보는 수단이 있단 사실은 많은 도움이 되죠."
    "... as a physician I’ll see patients in the ER … and a lot of times the questions we ask are ‘What kind of medications are you on?’ … So now to have an area where I can look at all of that is very helpful."


    이런 애플 헬스 레코드는 2018년 1월 출시 당시 존스 홉킨스, UC 샌디에이고,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 등 12개 병원과 연동하였는데요.(출처) 2019년 8월 22일 기준 애플 헬스 레코드와 제휴한 의료기관 숫자는 223개로 폭발적인 기세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UC 샌디에이고 측에서 올 1월 JAMA에 기고한 아티클.


    이렇게 환자 스스로가 EMR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전에도 종종 있어 왔지만, 두드러지는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 헬스 레코드는 무엇이 달랐기에 성공하였을까요? 애플 헬스 레코드를 가장 처음으로 도입한 12개 병원 중 하나인 UC 샌디에이고는 올 1월 JAMA에 기고한 아티클에서 애플 헬스 레코드를 이용한 42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중 설문에 응한 132명이 꼽은 애플 헬스 레코드의 장점들은 크게 다음과 같았습니다.



환자들이 꼽은 애플 헬스 레코드의 성공요인:
    1) 접근성
    2) 성능
    3) 공유를 통한 건강 이해도 증진


    우선 접근성을 살펴볼까요? 애플 헬스 레코드는 아이폰과 연동되어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기에 별도의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지요. 실제로 96%의 응답자가 이 점을 애플 헬스 레코드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사실상 애플 헬스 레코드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아닐까요?


    성능 역시 준수합니다. 애플 헬스 레코드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본연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합니다. (78%의 응답자가 애플 헬스 레코드의 기능에 만족하였습니다.)


    그런데 저기 세 번째에 적어놓은 공유를 통한 건강 증진은 무슨 말일까요? 사실 줄여 쓰다 보니 의미를 알기 어렵게 쓴 감이 있는데요. 환자들이 생각한 애플 헬스 레코드의 세 번째 장점은 환자들이 자기 건강을 주변 사람, 혹은 의사와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이해도도 증진시켜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기 데이터를 볼 수 있으니 주변 사람과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쉬워지고, 건강에 대해 쉽게 대화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지는 식입니다.


    이런 편리한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창구가 될지, 혹은 의료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만 애플 헬스 레코드 사용자들 중 높은 비율이 해당 플랫폼을 편리하다 여기고 있다 답변하고 있습니다.


헬스 레코드를 이용한 의사 왕진 서비스, 힐 Heal


    거기다 한술 더 떠 애플 헬스 레코드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잠재성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법적 문제 때문에 힘들겠지만요.) 애플은 이미 헬스 레코드 서비스를 힐 Heal이라는 왕진 서비스와 연계했는데요. 기존에는 의사가 왕진을 오더라도 의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 적어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애플 헬스 레코드는 왕진 온 의사가 환자의 과거 진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보다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샘입니다. 이렇듯 애플 헬스 레코드는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부가 서비스를 창출 해 낼 수 있는 잠재력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출처)


    디지털 헬스를 포함한 수많은 최신 의료 소식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로 유명한 심장내과의 에릭 토폴 Eric Topol은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에 가진 권리가 지금보다 마땅히 확대되어야 함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의료 데이터에 관한 환자 스스로의 역할과 권리를 강조하는 디지털 헬스 분야의 기조를 반영이라도 하듯 애플은 이렇게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의료기록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4.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Google Cloud Platform)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 관리 플랫폼입니다.


    그전에, 클라우드 플랫폼이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클라우드 플랫폼이란 다량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내에 저장하고, 이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많은 회사들이 자체 서버를 두었고, 로컬 서버에서 데이터를 불러와 직접 정제하고 분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보관할지, 어떻게 빠르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기 좋은 모양으로 불러올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지요.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는 데이터 저장 공간과 더불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역시 제공합니다.


    (구린) 비유를 한번 해볼까요? 자취 경험이 있는 분은 공감하실 겁니다. 자취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빨래인데요. 옷을 입는 건 좋은데, 그걸 또 빨래하고, 옷장에다 옷을 정리해서 걸고, 구겨지면 다림질도 하고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이 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해준다면? 내가 할 일은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뿐이다 이거죠. 부모님 사랑합니다. 자취하다 보니 집안일 힘든 줄을 알겠어요.


    클라우드 플랫폼도 이와 비슷합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불러오는 과정이 이미 해결되어 있기에 사용자는 그저 데이터를 불러온 다음 그걸 갖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면 됩니다. 데이터를 갖고 놀기 좋은 형태로 불러와 보기 좋게 그래프를 만든다던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한다던가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직접 할 수도 있고, 혹은 이 과정을 클라우드 내에 집어넣어 버릴 수도 있죠. 추후에 사용하기 편하도록 말이죠!


    이런 편의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HSBC나 위메프, 존슨 앤 존슨을 위시한 다양한 기업들이 금융, 쇼핑, 생명공학 등 다양한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선 언급하진 않겠지만 아마존 웹 서비스 (AWS)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의료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2019년 8월 22일 기준 55개 의료기관, 또는 기업이 의료 관련 목적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입니다.(출처) 일례로,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경우 기존 전자 의무기록을 보다 안전하게 저장하고 용이하게 접근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암 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를 비롯한 연구기관에서도 클라우드 내에 저장된 데이터를 뽑아 활용하는데 편리한 구글 클라우드의 특성상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이고요.


    이렇듯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연구기관, 의료기관 입장에서 매우 유용한 플랫폼인데요. 이 기술이 우리가 이때까지 다룬 전자의무기록 문제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업체 입장에서 유용한 플랫폼인 건 알겠는데, 환자 입장에서 자기 의무기록에 접근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요? 구글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주장합니다.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의 구글 드라이브 내에 의료법상 안전한 폴더를 만들어 거기다 환자 정보를 저장합니다. 사용자는 해당 저장소에 접근하여 자신의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이렇게 환자 자신의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된 개인건강기록에 환자는 컴퓨터를 통해서, 클라우드를 통해서, 혹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 다양한 경로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면 앞서 말한 애플의 헬스 레코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개인건강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5TB가량의 저장소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X레이나 CT 스캔과 같은 디지털 파일들 역시 공유가 가능할 텐데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전자의무기록 서비스가 앞서 언급한 애플의 헬스 레코드와 차별되는 점이 이 점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구글 드라이브 내에 환자의 영상 데이터까지 집어넣고 다닐 수 있다면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진 패터슨 씨와 같이 자신의 X레이 정보를 CD에 구워 들고 다니는 일도 사라지겠지요. (출처)


    구글은 이렇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환자들이 보다 편한 의료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주장합니다. 앞서 말했듯 개인건강기록을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여 병원 접수 과정을 간략화하거나, 클라우드를 통해 의료기록을 공유함으로써 의료기관 간 협력을 도와주는 식이죠.

   

    여기에도 물론 규제는 있습니다. 제가 앞서 '의료법상 안전한(HIPAA-complaint)이란 말을 썼는데요. HIPAA는 미 연방 의료보험 통상 책임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의 약자로 미국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책정된 법입니다. 한 개인, 혹은 해당 개인의 대리인만이 개인의 건강정보를 열람할 권리가 있으며 개인이 지정한 사람 (ex. 의사) 만이 개인의 건강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보호해주죠.

    

미 연방 의료보험 통상 책임법,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보다 쉽게 이야기하면 환자의 동의 없다면 해당 환자의 의료정보는 열람이 제한됩니다. 또한, 해당 환자의 데이터가 연구 목적으로 쓰일 경우 해당 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들은 모조리 가려집니다. 이런 과정을 비식별 처리(de-identification)라 하는데요. 환자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와 같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암호화하거나 지우는 과정입니다. (법적으로 어떤 항목을 지워야 하는지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의 의료정보 보안이 확인되었다는 것을 HIPAA-compliant 하다 표현합니다. (의료법상 안전하단 말은 제 의역입니다.) (출처)


모든 개인정보는 비식별 처리되어야 합니다. 내 데이터는 맞지만 나인지 유추할 수 없도록...


    아무튼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보관하고 공유하는 의료정보 역시 이러한 규제를 따릅니다. 사실 이는 미국에서 건강정보를 다룬다면 너무나 기본적인 내용이라 규제라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의료에 적용된 실제 사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아테나 유방 건강 네트워크 (Athena Breast Health Network)는 캘리포니아 대학교들 간의 유방암 연구 협력 단체입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 여성 중 25%가 자신이 기존에 촬영했던 유방조영상에 접근할 수 없었으며 해당 환자들에서의 유방암 위양성률, 재검률, 혹은 후속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평범한 환자들에 비해 260% 정도 높았습니다. 


    자연스레 해당 기관 연구자들은 유방조영상을 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팩스로 유방조영상 정보를 주고받았거든요. 또한 환자와 의사 사이 원활한 대화를 위해 검사 결과를 환자들과도 공유하는 방법 역시 필요했습니다.


여성 환자가 자신의 유방 관련 의료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이트 마모 스피어 Mammosphere.


    이러한 필요 속에 아테나 유방 건강 네트워크는 마모스피어 Mammosphere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모스피어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호스팅 되는 서비스로 환자가 스스로의 유방조영상을 온라인 상에서 안전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죠. 


    연구 참여자들 역시 마모스피어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마모스피어는 환자가 자신의 영상을 온라인으로 열람 편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또 해당 영상을 다른 병원에 보내야 할 경우 몇 번의 클릭만을 통해서 특정 시간에 특정 병원으로 해당 영상을 보내도록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마모스피어를 통해 아테나 유방 건강 네트워크는 이미 유방조영상을 찍었던 환자가 해당 영상에 접근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더 높은 위험에 처하는 일을 줄일 수 있으리라 예상했으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예후 역시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연구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편하게 자신의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연구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음은 물론입니다.




    이상으로 두 거대 IT 기업들인 애플과 구글이 전자의무기록 서비스 관련 문제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여러 법적 문제로 아직 도입이 요원한 방법들로 보이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과 애플 헬스 레코드로 살펴본 전자의무기록 상호 호환성 개선이 우리나라에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 또 이러한 서비스들의 문제점이나 제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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