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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Jun 16. 2019

차세대 영상기술: 광간섭 단층촬영(OCT)

    “의학영상 기기”


    위 단어를 읽을 때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우선 건강검진 때 주로 마주하게 되는 X선 기기가 떠오르고, 육중한 MRI 기계도 생각난다. 보다 귀여운 크기를 자랑하는 초음파 기기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렇듯 CT, MRI, 초음파 등은 이미 생활속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영상기기다. 그렇지만 이런 기기들 대신 아직 흔히 접하지는 못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될 차세대 영상기기들이 존재한다. 이 포스트에서는 그 중 하나인 광간섭 단층촬영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OCT가 뭔가요?            

“OCT가 뭔가요?”


    OCT에 대해 처음 들은 사람들 대다수가 떠올리는 질문이다. OCT가 아니라 광간섭 단층촬영이라 표현하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갈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위키피디아는 OCT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광간섭 단층 촬영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은 빛을 사용하여 광학 산란 매체 (예 : 생물 조직) 내에서 마이크로 미터 해상도의 3 차원 이미지를 캡처하는 의료 영상 기술이다.” – Wikipedia


    다시 말해, OCT는 빛을 이용해 조직 단층을 높은 해상도로 영상화하는 의료 영상 기술이다. 근적외선을 피부 등 조직에 쏘아 돌아오는 빛을 분석하여 조직 정보를 파악하는데, 이러한 특징 덕에 OCT는 안과에서 망막 검사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거기다 후술할 OCT의 여러 장점 때문에 피부과나 소화기내과 등에 응용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는 추세다.


    대체 OCT에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기에 차세대 영상기술로 주목받는 걸까? 그 이유를 살피기 이전에, OCT가 영상을 얻는 원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바로 3번으로 가시면 되겠다.



    2. OCT의 원리는?


    OCT의 원리를 설명하기 앞서 잠시 2016년으로 돌아가보자. 2016년 2월 11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위치한 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에서 중력파를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관측했데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었다.[1]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두 블랙홀이 충돌하며 발생한 ‘시공간 출렁임’을 관측한 결과였다.      


<그림 1. LIGO의 모습. 길게 늘어진 두 팔이 LIGO가 방출한 레이저가 주행하는 경로이다. 팔 안에 놓인 거울 등을 통해 레이저는 각각 1,600 KM를 주행한다>


    ‘시공간 출렁임’을 관찰한다는 소리는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하다. 하지만 생각 해 보라. 공간이 바다이고 ‘출렁임’이 파도라면, 파도가 이는 방향에 따라 수면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한다. 중력파가 지구를 뚫고 지나갈 때도 이와 유사하게 공간이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 직각으로 주행하는 두 빛이 있다 생각 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중력파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이 다른 빛보다 왜곡된 공간을 주행하게 되는데, 이는 한쪽 빛이 다른 쪽 빛보다 더 먼 거리를 주행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한쪽 주행시간이 다른 쪽보다 길어지고, LIGO는 이런 주행시간 차를 측정하고 분석함으로써 중력파를 관찰하는데 성공하였다.


    갑자기 왜 중력파 이야기를 하냐면, LIGO의 중력파 관측 원리가 OCT의 기본원리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LIGO가 두 빛의 주행 거리 차로 인한 주행시간 차이를 분석했다면, OCT는 두 빛의 속도 차이로 인한 주행시간 차이를 분석한다.


    OCT는 한 쪽 빛은 진공 상태 안에 놓인 거울에, 또 다른 쪽은 생체조직으로 발사한다. 이 때, OCT가 사용하는 근적외선의 경우 주파수에 따라 조직을 1~12mm 가량 투과하고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근적외선이 조직 내 수분 등과 만나 굴절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속도가 변화하게 된다. 이윽고 반사되어 돌아온 두 빛을 간의 차이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OCT는 조직 내 정보를 얻게 되는데 이것이 OCT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Time-Domain OCT (TD-OCT)의 원리이다.


    TD-OCT는 분명 유용한 기술이지만, 영상 촬영이 오래 걸리고 깨끗한 영상을 얻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다만 2006년에 Spectral-Domain OCT (SD-OCT)가 개발됨으로서 OCT 기술은 훨씬 빠른 속도로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제공 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 가능성 역시 열리게 되었다.



3. OCT,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이런 OCT 기술이 다른 영상기술과 비교해 가지는 차이점, 더 나아가 장점은 무엇일까?


3.1. 실시간 영상 촬영

https://www.youtube.com/watch?v=pl-d8zE_Mhw

<동영상 1. THORLABS의 OCT를 이용한 실시간 손가락 피부 단층 촬영 시연>


    OCT의 장점 첫번째는 급등한 영상 획득 속도에 힘입은 실시간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수술 시에 실시간 영상을 통해 구조 파악, 혹은 영상 유도가 가능하게 하고, 내시경 검사 시 생검 없이도 조직 상태 파악을 가능하게 하는 등 많은 잠재적 이점을 가진다.


3.2. 비침습성 (Non-invasiveness)


    실시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OCT만의 장점은 아니다. X선이나 초음파를 사용하여도 충분히 양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OCT와 다른 영상 기술들을 구분하는 또 다른 특장점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비침습성이다.


    OCT에서 사용되는 빛의 파장은 가시광선보다 높은 900 nm에서 1300 nm 사이이며, 이러한 적외선 대역의 빛은 노출되어도 인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2] 따라서 X선과는 달리 OCT는 임상에서 장기간 사용되어도 환자에게, 또 기구를 자주 사용하여야 하는 의료인들의 신체에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림 2. 카테터 절제술CARDIAC ABLATION 시술 중 의사들이 실시간 X선 영상을 이용하여 카테터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실시간 촬영은 OCT만의 장점은 아니다.[3]>


3.3. 높은 해상도            

<그림 3. 혈관내 초음파INTRAVASCULAR ULTRASOUND (IVUS, 좌)와 OCT (우)로 촬영한 관상동맥 단면.[4]>


    여기까지 읽으면 여태껏 설명한 OCT의 장점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영상기기가 떠오른다. 초음파 영상진단 장치가 바로 그것인데, OCT는 초음파 진단 장치와 비교해서 차별화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높은 해상도이다. 영상 촬영에 사용하는 빛의 주파수가 초음파에 비해 높기 때문에 OCT는 3~16 µm 정도의 높은 축방향 (axial) 해상도를 가지고, 이런 높은 해상도는 사용자로 하여금 조직의 병변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3.4. 기타


    또한 OCT 장비는 휴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X선이나 MRI와 같은 장비들에 비해 OCT 장비는 크기가 작으며, 영상 촬영 역시 카테더나 내시경에 달아 빛을 쏴 촬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3.5 OCT의 단점은?


    OCT에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축방향 스캐닝의 깊이이다. OCT의 관통 깊이는 최대 12mm 정도로 표면 조직를 관찰하는데 그친다. 이는 저주파수 빛을 사용하는 비침습성 영상 기법이 갖는 근원적인 한계이다. 따라서 OCT는 우리가 흔히 영상기기 하면 생각하는 X선이나 MRI와는 달리 신체 내부가 아닌 표면의 정보를 얻는 역할에 특화되어 있다. 단층 촬영 깊이가 12 m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피부나 표면 조직의 병변을 감별하는 데에는 그 몇 mm 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4. OCT 기술의 현황과 응용 분야


    앞서 언급한 장점들 덕에 OCT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활발히 사용 중이기도 하다. OCT가 구체적으로 접목 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차례차례 알아가 보자.


4.1. 안과


    안과는 이미 OCT가 폭넓게 쓰이고 있는 분야이다. 망막과 같이 얇은 구조물들의 단면을 실시간, 고화질로 관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OCT를 이용한 망막 단층 촬영은 이미 녹내장이나 라식 수술 이후의 예후를 검진하는데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이미 시중엔 안과의들을 위한 OCT 장비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을 정도로 안과는 OCT가 임상적으로 활발히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림 4. OCT를 이용한 황반변성 (이 경우 MACULAR MICROCYST) 촬영.그림 A의 검은 부분: 병변부. 그림 B의 화살표: MICROCYST.> [5]


4.2. 심장내과

    

    OCT의 심장내과에서의 사용 가능성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응용분야는 IOCT (Intracoronary Optical Coherence Tomography)로, 카테터에 OCT 기구를 장비 한 다음 이를 이용해 체내 혈관들의 단면도를 고해상도로 얻는 기술이다. 1mm 이하의 매우 얇은 카테터를 이용해 관상동맥을 스캔하거나, 이식된 스텐트를 가시화하거나, 미세혈관들을 파악하는 것이 해당 사용법의 주된 목적이다. 최근에는 OCT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영상기술인 형광 분자 영상 (Fluorescence Molecular Imaging)을 접목시키는 방식 역시 개발되고 있다. 다만 심장내과에서는 아직 안과에서 쓰이는 만큼 OCT가 널리 쓰이고 있지는 못하다.


4.3. 피부과


    OCT를 이용한 피부과 검사 역시 널리 연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침습성 검사의 필요성이 점점 더 대두됨에 따라 더욱더 이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흑색종 피부암 (non-melanoma skin cancer, NMSC)를 진단하는데 OCT 기술이 87.4%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등, NMSC 진단에 있어서는 OCT 기술을 응용할 확실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6] 다만, 흑색종과 같은 색소 침착 부위를 감별하는 데에는 OCT가 그리 쓸모있지 못하다. 이는 색소에 흡수되는 근적외선의 빛의 특성 때문인데, 때문에 OCT는 흑색종 진단에 있어선 NMSC 진단에 있어서만큼의 정확성이나 가능성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빛을 이용하는 OCT의 특성 상 혈당이나 혈류량 측정과 같이 적외선을 이용하는 다른 검사법과 OCT를 병행 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사이다.


4.4. 소화기내과


    OCT의 또 다른 응용분야는 소화기내과이다. 특히, 종양을 포함한 위장관 질병 분야에서의 가능성이 눈에 띈다.[7] 심혈관조영술에서와 마찬가지로, 내시경을 이용한 촬영이 가능하다는 OCT의 특성이 내시경 촬영 시 조직 표면을 육안으로 검사하는 것만이 아닌 조직 내부를 보고 검사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OCT를 통한 실시간 단층 촬영을 통해 육안으로는 잡아 낼 수 없는 작은 병변들을 찾아내고 제거하여 더 큰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 할 수 있다는 점에 OCT의 소화기내과적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림 5. 부식성 식도염. A: 내시경을 통한 육안 사진. B: 조직학 검체, C: OCT 사진. 사라진 상피층(화살표)이 보인다.>[8]



5. 마치며


    지금까지 OCT의 원리와 장단점, 그리고 응용 분야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OCT를 의료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한 지금, 이 글에 소개한 분야들 말고도 OCT가 활용 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으리라 예상된다. 지금은 병원에서보단 연구실에서 주로 마주 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언젠가 OCT가 다른 영상 기술들과 같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며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미래를 예상 해 본다.    




참조 Reference


[1] B. P. Abbott et al.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and Virgo Collaboration), “Observation of Gravitational Waves from a Binary Black Hole Merger,” Phys. Rev. Lett. 116, 061102 (2016).
[a] https://en.wikipedia.org/wiki/Optical_coherence_tomography
[2] https://www.thorlabs.com/newgrouppage9.cfm?objectgroup_id=5702
[3] https://www.ottawaheart.ca/the-beat/2013/04/28/cardiac-electrophysiology-repairing-rhythms-heart
[4] Koganti, Sudheer, et al. “Choice of Intracoronary Imaging: When to Use Intravascular Ultrasound or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Interventional Cardiology Review, vol. 11, no. 1, 2016, p. 11.
[5] Zimmermann, H., Oberwahrenbrock, T., Brandt, A., Paul, F. and Dörr, J. (2014).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for retinal imaging in multiple sclerosis. Degenerative Neurological and Neuromuscular Disease, p.153.
[6] Olsen J, Themstrup L, Jemec GB.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in dermatology. G Ital Dermatol Venereol 2015 October;150(5):603-15.
[7] Gora, Michalina J., et al. “Endoscopic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Technologies and Clinical Applications [Invited].” Biomedical Optics Express, vol. 8, no. 5, July 2017, p. 2405., doi:10.1364/boe.8.002405.
[8]  Melissa Suter-Benjamin Vakoc-Patrick Yachimski-Milen Shishkov-Gregory Lauwers-Mari Mino-Kenudson-Brett Bouma-Norman Nishioka-Guillermo Tearney – Gastrointestinal Endoscopy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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