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팩트풀니스 Factfulness
“Factfulness”는 스웨덴 출신의 의사이자 통계학자, 국제 보건학 교수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의 사후 2018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빌 게이츠가 올해 여름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노트GatesNotes에서 사람들에게 추천한 다섯가지 책들 중 하나였다.[2]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므로 혹시 이 책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만 슬프게도 아직 우리말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https://brunch.co.kr/@rickeygo/40
한스 로슬링은 이 책에서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열 가지 선입견들을 지적하며 통계와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강조하며 세상이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여러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이 책에서 유독 내 마음을 끈 구절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If the UN forecasts for population growth are correct, and if incomes in Asia and Africa keep growing as now, then the center of gravity of the world market will shift over the next 20 years from the Atlantic to the Indian Ocean.” [3]
“UN 세계 인구 전망이 정확하다면,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수입이 지금과 같이 계속 증가한다면, 세계 시장의 중심지는 향후 20년 동안 대서양에서 인도양으로 옮겨가리라 전망된다.”
아시아 인구만 합쳐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니 이러한 예측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아프리카가 여기에 끼여 있는 데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아프리카라 하였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낙관, 발전, 혁신 등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14년 세이브더칠드런 재단에서 이루어진 연구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대한 국내 미디어는 불안정한 정치구조, 내전과 폭동에서부터 빈민층등이 운집한 난민 캠프, 기근과 질병에 고통받는 어린이들 등 아프리카의 부정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묘사하였다. 이 영향인지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다양한 연령층(초ㆍ중ㆍ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등)이 아프리카에 갖는 이미지 역시 상술한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4]
이러한 이미지들이 거짓은 아니지만 편향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디어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수동적이고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무력하게 묘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이런 모습만이 아프리카의 전부는 아니다.
위에서 인용한 Factfulness의 구절과 같이, 아프리카 대륙은 역동적이고, 다양성으로 가득하며 또 많은 발전 가능성을 감추고 있는 대륙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인구이다.
2. 세계 인구의 비밀번호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문제를 하나 풀어보도록 하자.
현재 세계 인구는 대략 70여명 정도이다. 그렇다면 아래 그림에서, 사람 모형 하나가 10억 명의 인구를 나타낸다고 할 때, 4대륙(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인구 분포를 가장 잘 나타낸 그림은 A, B, C 중 어느 쪽일까?
위 그림은 갭마인더Gapminder 재단에서 가져온 세계 인구 분포에 관한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Factfulness의 저자 한스 로슬링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연을 하며 고학력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제 금융 기관, 미국이나 유럽 내 유수의 대학교 교수진 등 머리 좋기로는 정평이 난 사람들조차 해당 문제를 30%의 정답률로 맞추는 데 그쳤다. 정답은 바로 아랫 문단에 공개되어 있다.
정답은 A다. 아시아권에 사는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보다 정확히, 오늘날에는 4.4억명의 사람들이 아시아에, 1.2억명의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0.7억명의 사람들이 유럽에, 1.2억명의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산다. 아래는 해당 결과를 나타낸 도표이다. 대략 10억 명이 아메리카 대륙에, 10억 명이 유럽에, 10억 명이 아프리카에, 40억 명이 아시아에 사는 샘이다.
이렇듯 1-1-1-4는 오늘날 세계 인구 분포를 나타내는 PIN 코드이다. 하지만 우리가 비밀번호를 일정 주기로 교체하듯 1-1-1-4라는 비율 역시 추후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UN은 2017년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에서 2100년까지 비밀번호 1-1-1-4는 1-1-4-5로 바뀌게 되리라 예측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인구가 각각 40억과 50억에 육박하게 되리라는 전망인다. 만일 이대로 실현된다면 전 세계 인구의 88%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거주하게 되는 샘이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당장 중국과 인도 인구만 합치더라도 얼추 30억이 되니 아시아의 인구 성장 전망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수치로 다가온다. 아프리카 대륙 인구가 2050년까지 25억, 2100년에는 40억에 육박할거라 예상하는 전망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일이 가능한 배경에는 아프리카의 두터운 젊은 층이 있다.
3. 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 대륙은 ‘가장 젊은 대륙’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인데, 아프리카만이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중 6할 이상은 25세 이하인데[6], 유럽의 25세 이하 인구가 27%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젊은 인구가 앞으로는 더 늘어나리라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데, 인구 성장과 경제적 발전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인적 자원이 경제 성장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인적 자원이 잘 관리된다면 경제적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특정 지역의 젊은 층 인구 증가는 불행히도 해당 지역에 빈민층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출산율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 가운데 가장 밀접한 연관을 보이는 지표가 바로 빈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젊은 층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일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인구 증가의 결과가 사회적 불안정, 안보 위협, 또는 불법 이민자의 증가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위 도표대로, 이 세상에는 하루 수입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10억 명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하 극빈층)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의 수가 많은 유일한 계층이며, 이 10억명 중 5억 명의 사람들은 사하라 이남에 거주하고 있다. 또 이 수치는 2050년까지 71%로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이런 극빈층의 생활은 우리가 흔히 미디어에서 접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맨 발로 한 시간 거리의 진흙투성이 우물로 가 플라스틱 양동이로 물을 길어오는 다섯 형제자매들, 항생제 없이 죽어가는 아이들 등 미디어에서 자주 비춰주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이 계층을 조명하고 있다.
이렇듯 비관적인 예측도 존재하지만, 빌 게이츠가 2017년 게이트키퍼즈 리포트Gatekeepers Report에서 지적하였듯,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성장은 폭발적인 경제적 성장의 잠재력임은 분명하다. 해당 지역의 젊은 층은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사회 활동가이자 리더이며 혁신가이다.
인적 자원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 질 시, 사하라 이남의 경제는 2050년까지 지금과 비교해 90% 가량 나아질거라 여겨진다.[6] 대한민국이 50년 전 부터 발전하여 위에서 본 수익 모델의 네 번째 단계에 이르렀듯, 인도나 중국 내 인구가 첫 단계에서 벗어나 두번째, 세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듯, 사하라 이남의 국가들 역시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리라 예측된다.
4. 아프리카, from zero to hero?
우리가 아프리카의 의료 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적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일은 공중보건과 국민건강에 대한 적절한 투자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인 신장을 비교 해 보았을 때, 신장이 1 cm 증가할수록 3.4% 높은 소득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 역시 존재한다.[6] 이렇듯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는 아프리카 대륙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또한, 아프리카에는 의료 전달을 위한 기반 시설이나 체계 등이 아직 부족한데, 이는 동시에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중국은 발전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 체계를 건너뛰고 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마찬가지로, 부족한 의료 전달 시스템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나 서구권 국가들이 도입한 의료 전달 체계의 단점 등을 보완하고 최신 기술을 도입한 보다 선진화된 전달 체계를 구현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의료 시스템의 혁신이 아프리카에서 시작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근거들을 기반으로, 다음 글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내 어떤 혁신적인 의료 분야 기업들이 있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해당 대륙이 당면하고 있는 의료적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들, 그리고 이러한 해결책들이 장기적으로 도입되었을 시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조 Reference
[1] https://www.amazon.com/Factfulness-Reasons-World-Things-Better/dp/1250107814
[2] https://www.gatesnotes.com/Books/Factfulness
[3] Rosling, Hans. Factfulness. Lindhardt Og Ringhof, 2018
[4] 김춘식, 채경일, 정낙원.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 세이브더칠드런 재단. https://www.sc.or.kr/upload/data/news0201_1410418074_1.pdf
[5]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ntinents_by_population
[6] https://www.gatesfoundation.org/goalkeepers/report
[7] https://www.gapminder.org/topics/four-income-le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