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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Jul 01. 2019

아프리카: 혁신이 시작되는 곳 (2)

     이전 글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 가능성과, 그러한 성장을 위해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의료체계의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포괄적인 문제점은 부족한 의료 접근성이다.


     의료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의사를 찾으러 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인데, 이는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1,000명당 의사 비율이 0.5를 넘지 못한다는 WHO 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1]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수치는 2.2, 미국의 경우 2.5이며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3.0을 초과한다.


     또한 의료체계를 위한 인프라가 역시 제대로 닦여 있지 않다. 의사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도로 역시 제대로 닦여 있지 않고 병원의 수 역시 부족하다. 많은 아프리카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을 살펴보며 알아보도록 하자.  



    1. KEA 메디컬 (KEA Medicals)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산모가 출산 과정 도중 과다출혈로 급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산모는 자기 혈액형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과거 해당 산모의 혈액검사가 두 차례나 이루어졌음에도 해당 산모의 혈액형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혈액검사를 다시 실행하기 위해서는 $4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지만 산모는 해당 비용을 지불 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2] 이런 상황에서, 해당 산모의 건강 정보, 과거 병력, 보호자 연락처 등을 확실하게 저장하고 추후에 조회 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지 않을까?

그림 1. KEA 메디컬의 로고.


     KEA 메디컬은 위와 사례를 목도한 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배냉(Benin)출신 스타트업이다. 위 사례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현장과 병원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15%에 불과한 아프리카의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과도 상관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의료진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응급상황시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KEA 메디컬은 이러한 의료 현실을 핸드폰을 이용해 개인의 건강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모바일 기기 보급률이 80% 정도에 이르기에 가능한 해결책이다. 사용자가 핸드폰 앱을 통해 본인의 정보를 KEA 메디컬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해당 데이터에 접근 할 수 있는 QR 코드가 저가의 팔찌나 스티커에 내장되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응급상황시 주변 사람이 해당 QR 코드를 스캔하고 사용자의 건강정보를 파악하여 이에 맞춘 신속, 정확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KEA 메디컬의 목적이다.


그림 2. KEA 메디컬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 팔찌에 부착하는 QR 코드를 통해 착용자의 건강정보를 쉽게 조회 할 수 있다.[3]


     KEA 메디컬은 베냉만이 아니라 코트디부아르, 가봉, 세네갈, 튀니지 등의 국가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KEA 메디컬은 추후에 블록체인 기술과 AI 기술 등을 응용하여 쉽게 확인 가능하고 변조의 위험이 적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하며, 이러한 기술을 통해 병원 측이 쉽고 효율적으로 전자의료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체계를 관리하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4]


    2. 레코메드(Recomed)


     레코메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타트업이 디자인한 인터넷 기반 병원 예약 플랫폼이다. 혹시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해 본 경험이 있는가? 오픈테이블(OpenTable)과 같은 웹사이트들은 식당 검색에서 예약까지 한 사이트 내에서 해결 할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레코메드는 이와 유사하게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원하는 병원을 검색하고 또 예약 할 수 있도록 해 준다.[5]


그림 3. 위 사진과 같이, 레코메드 사용자들은 모바일 앱이나 웹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전문분야의 병원을 쉽게 검색하고 또 예약 할 수 있다.


     레코메드 사용자들은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30초 정도면 원하는 병원에 예약 할 수 있다. 병원을 검색하고, 원하는 병원을 클릭 한 후, 표시되는 시간대 중 본인이 방문하기 원하는 시간대를 클릭하기만 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더 이상 병원 운영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고 예약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뿐만 아니라, 레코메드의 검색 엔진은 각 의사들의 프로필 역시 함께 제공하기에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알맞는 의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전문분야를 갖는지를 미리 심도있게 알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레코메드에 자기 정보를 등록하고 일정을 동기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의사들이 레코메드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 레코메드는 의사들에게도 몇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림 4. 레코메드를 통해 이용자들은 의사들의 일정과 프로필을 보며 병원을 예약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깔끔한 일정관리표이다. 레코메드는 의사들 개인에게 웹페이지를 제공함과 아울러, 레코메드와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깔끔한 일정관리표를 제공한다. 전화를 이용한 예약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에 비해, 레코메드의 일정관리표는 환자가 특정 시간에 예약을 잡을 시 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 시켜 주기에 사람의 손길을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기존보다 편리하게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할 일 역시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레코메드는 일정 간격으로 예약 확인 문자를 사용자들에게 보내기에 예약한 환자가 나타나지 않음을 뜻하는 ‘노쇼’ 역시 줄일 수 있다.[6]


     레코메드는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넘어 몇몇 사하라 이남 국가들에서 쇼케이스를 하는 등 확장을 꾀하고 있다. 환자와 병원 사이의 일정 관리를 유연하게 조율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레코메드는 분명한 이점을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이 확산된 현 시대에 몇 번의 클릭만으로 병원 예약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레코메드와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에는 우리나라에도 레코메드와 유사한 시스템이 들어오고 미래의 스탠다드로 자리잡지 않을까 예상 해 본다. 


    3. 집라인(Zipline)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아프리카의 부족한 의료 접근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바로 잘 정비되지 않은 교통 체계이다. 비포장도로, 험한 산길, 우거진 정글. 이로 인한 운송 인프라의 부재와 부족한 교통 인프라로 인한 응급상황 시 대처의 어려움 등은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마주한 문제점이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유독 두드러질 뿐, 약 20억여명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용품, 약물 등을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7]


     이 점을 획기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이 바로 집라인(Zipline)이다. 이들의 해결책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도로가 없다면 도로를 쓰지 않으면 될 일 아닌가? 이들의 해결책은 바로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달 시스템이다. 의료용품(주로 수혈용 혈액) 요청이 들어오면, 각지에 퍼져 있는 집라인 유통 센터에서 해당 물품을 드론에 담아 목표 지점에 낙하시키는 방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동영상을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nKnMgWy_tM

동영상 1. 집라인 (Zipline)이 어떻게 유통 센터에서 병원까지 의료용품을 운반하는지를 보여준다.


    집라인의 드론을 이용한 의료용품 배달 시스템은 기존에 몇 시간씩 걸리던 용품 보급 시간을 평균 30분대로 크게 낮추는데 기여하였다. 심지어 문자나 왓츠앱(Whatsapp) 등을 통해 편한 주문이 가능하기에 주문하는 과정이 어렵지도 않다. 집라인에서 사용하는 드론들은 주변 80km 가량을 비행 할 수 있으며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 거대 물류 회사인 UPS와의 협업에 힘입어 드론들은 주문이 들어온 장소에 차량 두대 정도의 주차공간 만큼의 오차로 물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림 5. 집라인이 이용하는 드론이 목표 장소에 물품을 낙하시키는 모습[8]


     미국 실리콘 벨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집라인은 현재 르완다의 보건 부처와 제휴하여의료용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시름하던 많은 르완다의 많은 병원들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국가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여성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만후출혈(postpartum hemorrhage)[9] 치료에 필요한 혈액 공급을 원활히 하는데에 집라인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집라인은 향후 르완다를 넘어 탄자니아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총 네 군데의 집라인 유통 센터를 통해 천여개의 병원에 의료물품을 공급하려 하고 있다.[10]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교통수단의 부재로 인한 낮은 의료 접근성을 집라인이 해결 할 수 있기를 소망 해 본다. 


    4. 마치며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몇몇 헬스케어 회사들을 살펴보며 이들이 아프리카가 당면한 부족한 의료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부득이하게 세 가지 사례만 다루기는 하였으나, 위 세 가지 회사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회사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상술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애쓰는 중이다.


     이 글에 언급된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당면하고 있는 의료 접근성 문제를 기존 방식이 아닌 신기술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글에 언급한 회사들을 비롯해 혁신을 통해 아프리카의 의료현실을 개선하려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계속 발전하여 새로운 스탠다드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현실적 문제에 맞닥뜨려 토대될지는 누구도 섣부르게 예측 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프리카의 성장이 의료체계 개선과 인구 성장과 맞물려 향후 몇 십년간 일어나게 된다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의료전달체계가 아니라 보다 혁신적인 체계가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는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료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가 아시아나 서구권 국가들이 아닌, 아프리카 국가일 가능성도 있다 조심스레 주장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참조 Reference


[1] http://www.who.int/gho/health_workforce/physicians_density/en/
[2] https://fastercapital.com/accelerated/kea-medicals.html
[3] https://www.keamedicals.com/?lightbox=dataItem-jefq6om26
[4] https://innovator.news/how-tech-is-tackling-africas-healthcare-challenges-130f065b3d8a
[5] https://www.recomed.co.za/about/
[6] https://www.recomed.co.za/features/
[7] http://www.flyzipline.com/
[8] http://www.siliconbeat.com/2016/11/11/drone-start-up-zipline-raises-25-million-expand-on-demand-blood-deliveries/
[9] “Postpartum hemorrhage: incidence, risk factors, and outcomes in a low-resource setting” International journal of women’s health vol. 8 647-650. 2 Nov. 2016, doi:10.2147/IJWH.S119232
[10] https://www.forbes.com/sites/leifwalcutt/2017/08/24/zipline-is-launching-the-worlds-largest-drone-delivery-network-in-tanzania/#1566288729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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