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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Mar 13.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원격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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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 밝혔습니다. (파일 링크, 보건복지부 링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높은 전염성으로 인해 의료기관 내 감염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이 폐쇄되는 상황이 잇따르자 내린 조치입니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아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분들이나,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는 분 등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취지인데요.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화 상담을 허용하는 부분은 원격 의료 찬반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국내 원격 의료의 상황과,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원격의료를 둘러싼 국내/국외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려 합니다.




1. 대한민국과 원격의료


우리나라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터넷 강국입니다. 당장 인터넷 속도만 하더라도 외국과의 차이가 체감될 지경인데요.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웹서핑을 하다 느린 속도에 답답함을 느낀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겁니다.


우리 집 인터넷 속도. 23 Mbps면 그래도 나름 빠른데, 이 정도론 빠르다 명함도 못 내민다. PC방은 200 Mbps 가까이 나온다던데..


이렇듯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한 인터넷 환경과 ICT 기술을 가진 나라인데요. 그런 나라 치고는 의료분야에 정보기술이 적용되는 속도는 매우 느린 현실입니다. 원격의료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절대로 원격의료를 말해서는 안 돼!" 그런데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나마 시행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원격의료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때문에 '원격의료'라는 단어 자체가 국내에서는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정부와 의료계를 막론한 다양한 계층에서 의견이 첨예히 나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 탓인지 국내에선 원격의료의 정의나 범위와 같은 세부적인 사안에는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전 글에도 인용하였듯 최윤섭 박사님의 저서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는 원격의료를 원격 모니터링, 원격 진료, 원격 수술 등으로 세분화하였는데요. 이번 보건복지부에서는 전화상담을 통한 진료를 허용하겠다 밝혔습니다. 이는 곧 원격'진료'를 허가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만큼 한시적인 상황에서나마 전화를 통한 원격진료를 허가한 현 상황은 분명 이례적인데요. 하지만 이런 이례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비판받고 있습니다.




2. 이번 결정이 비판받는 이유


전화를 통한 원격 진료를 행함으로써 대면 진료의 비율을 줄이겠다는 복지부의 결정은 감염을 억제 측면에서는 타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전반적으로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복지부의 이번 결정이 오히려 방역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만큼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경증일 경우 증상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경미하거나 일반 감기와 구분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감기 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된다면 오히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전화 처방에 따른 법적 책임, 의사의 재량권, 처방의 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필요함에도 이런 논의 없이 전화 진료가 허가되었음을 문제 삼았습니다. 여기에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전화상담을 통한 원격진료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지금 상황에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는데요.


이 두 종류의 비판은 결국 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원격진료를 어떻게 행해야 하느냐에 대한 수칙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원격진료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감기 기운을 호소하는 환자가 폐렴이 의심될 때, 의사는 청진을 통해 가슴팍에서 빠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지, 흉부 X선 영상에서는 폐렴을 시사하는 소견이 보이는지를 확인합니다. 전화를 통해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전화로 감기 기운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증상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병원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자택에 있으라 말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원격진료로 내릴 수 있는 진단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현재 부재한 상황입니다. 원격의료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는 국내 정서도 한몫 거들어 원격의료 시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고는 하나, 원격의료는 국내에서 불법이기에 이 부분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불명확하고요.



JUST DO IT! 하지만 무작정 시도만 한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만은 않는다.




3. 이에 대응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


비록 전화를 통한 원격진료의 한시적 허용 결정 자체는 원격진료를 위한 준비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니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한시적 원격진료 허용 결정은 내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몇몇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해당 결정 이후 국내를 대상으로 전화진료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프 시맨틱스'는 전화진료 지원 설루션인 '에필케어 M'을 한시 무상 배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에필케어 M은 환자의 체온, 심박수, 혈압, 혈당 등과 같은 건강 데이터를 앱에 기록하여 의료진에게 전송함으로써, 원격진료 시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의료진에게 추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플랫폼인데요. 전화진료 후 모바일 결재를 통해 수납하고 처방전을 약국으로 전달하는 기능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메디히어' 역시 미국을 대상으로 준비하던 원격진료, 처방 서비스를 한국에서 한시 운영하기로 하고 참여자를 받고 있다 합니다. 메디히어는 진료 과목별로 영상/음성통화와 채팅 기능을 제공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진은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전달할 수 있으며, 환자는 자동이체나 카드 결제를 통해 진료비를 납부할 수 있는 식입니다.




4.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원격의료는 효과적인가?


그렇다면 이번 팬데믹 사태에 있어 원격진료는 얼마나 효과적인 수단일까요?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나마 잘 시행될 시 근심을 덜 유력한 후보는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분들이라 예상됩니다. 이달 12일 (2020. 03. 12) 매일경제에 실린 '코로나로 본 원격진료 허용'이라는 기사에서 김미영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는 원격진료가 만성질환자에 있어서는 의료 질을 높일 수 있다 주장했습니다. 


당뇨 환자는 매일 혈당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전 글에도 언급하였듯 자가혈당 측정기는 손 끝을 찔러 피를 내서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손도 매일 따야 하고, 인슐린 주사까지 맞아야 한다니, 당뇨를 관리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음이 예상이 됩니다.


혈당치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혈당계. 정확하지만 단점 역시 존재한다.


이런 문제점들은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애플리케이션 등이 개발되며 서서히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의료진이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생기는데요. 김미영 대표는 이런 문제를 원격의료가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3개월 동안 환자는 자가 관리를 하지만 5분도 안 되는 진료를 통해 의료진은 환자의 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의료 데이터 통합과 더불어 원격 진료가 이뤄진다면 의료진은 원격에서도 환자 상태를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또 환자들은 바쁜 일상을 할애하며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원격진료 도입은 '병원을 가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병원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당연한 장점 이외에도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는 상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장점을 가집니다.


여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원격진료는 대구ㆍ경북에 의료진이 집중 투입되어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일반 진료를 위한 좋은 보완재가 될 수 있지 않은가"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유사 사태시 혈압, 당뇨 등 질환에 대한 일반 진료와 처방은 원격진료로도 가능하며, 환자 격리, 의료진 감염 보호에도 원격진료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입니다.


이와 같이, 감염병 유행에 있어 원격진료가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의료진과 환자 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영국,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 역시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추세인데요. 미국 원격진료 협회 및 의료정보경영학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해 원격진료에 대한 메디케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확대 해 달라 말했고,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빠르게 얻었습니다. 영국 역시 국가 건강보험인 NHS 차원에서 1차 병원의 진료를 원격으로 하라 권고하였습니다.


또 이번 NEJM에서 내놓은 기사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미국 의료기관들이 원격진료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원격진료가 (이번 사태에) 사실상 완벽한 (virtually perfect)한 설루션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은 단순히 전화 및 화상전화를 통해 질문을 주고받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 종류가 다양한데요. 예를 들어, 응급실 등에 내원하는 환자를 화상으로 대면하고 분류하여 타 환자 및 의료진의 감염 노출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문진을 시행해 필요시 적절한 장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거기다 자택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의료팀을 파견하거나, 중환자실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중환자실 내 환자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자 중환자실'(e-ICU) 시스템을 도입한다거나, 최악의 상황인 의료진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의료진이 격리 시에도 원격으로 환자와 문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례들의 가짓수가 매우 다양합니다.


해당 기사는 "원격진료에 투자한 의료 기관들은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준비가 잘 되어있다" 평했습니다. 지금은 덜해졌지만,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생 초기에 의료진과 응급실이 노출되어 각각 격리와 폐쇄를 당한 일이 잦았던 일을 기억한다면 원격진료는 이러한 불상사를 최소화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5. 앞으로의 방향


원활한 시행을 위한 논의와 준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내려진 원격진료의 한시적 허용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지금, 가이드라인 설정과 같이 정부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일이 민간으로 넘어온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근래 없었던 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지금, 원격진료가 가진 장점은 뚜렷합니다.


현재 갑작스러운 시행을 앞둔 국내 원격진료는 준비가 미흡하니만큼 난항이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금기였던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나마 시행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난리'인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한 만큼, 원격진료 도입이 코로나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덧붙여, 이 일을 계기로 원격진료에 대한 장점과 한계점 등에 대한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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