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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Jan 29. 2020

[리뷰]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최윤섭 박사님의 최신 저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바이블?

출처: 청년의사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의료인들과 (책 읽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 예비 의료인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싶은 사람

의료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이해 관계자들 (벤처 투자자, 정책 설립자 등)

컴퓨터 공학, 전자기기, 의료 관련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고등학생/대학생들




대단한 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방대한 분야의 밑그림을 한 권에 담았다. 책은 양장본인 데다 상당히 두껍다. 참고문헌을 제외하고도 내용이 650쪽에 달한다. 하지만 책을 일독하고 나면 이 방대한 내용을 고작(!) 650쪽 안에 담았다는 사실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그야말로 모든 주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주제를 맛보고 지나가지도 않는다. 이 책은 웨어러블, 스마트폰,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주제를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주소와 장래를 논한다. 폭만 넓은 게 아니라 깊이도 있다는 소리다.




책은 크게 네 부로 나뉜다. 책의 1부, '디지털 헬스케어가 온다'에서 저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이미 도래했음을 이야기한다. 구글과 같은 IT 기업이 보험사를 인수하며 의료 분야에 발을 뻗치고, 혁신적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이들과 함께하는 벤처 투자자들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P4 의료의 구성요소. 출처: The Ohio State University Wexner Medical Center


특히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이다. 인간이 태어나 살면서 만들어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다룰 수 있는 전례 없는 시대에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 소위 말하는 "P4 의료"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등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 P4 의료란? 

맞춤 의료 (Personalized Medicine), 예측 의료 (Predictive Medicine),
예방 의료 (Preventative Medicine), 참여 의료 (Participatory Medicine)를 뜻한다. 

즉,
1.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생활양식 등에 맞춘 최적의 치료가 이루어지며
2. 역시 개인의 (주로 유전적) 특성에 기반해 건강 위험요소를 예측하며,
3. 개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여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며, 
4. 환자가 데이터 생산자와 소유자로서 의료에 보다 강한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의료라 볼 수 있다.



책의 2부,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구현되는가에서 저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실현되는 과정을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논한다. 


첫째 단계인 데이터의 측정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지를 살펴본다. 개인 유전 정보라는 우리가 출생 때부터 갖고 있는 데이터부터,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일상 속 데이터의 측정. 그리고 디지털 표현형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까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저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 수집을 설명한다.


애플 헬스 레코드 인터페이스. 출처: 애플 헬스케어 홈페이지


둘째 단계, 데이터의 통합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한데 모을지에 대해 다룬다.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애플 헬스 레코드나 발리딕과 같은 사례를 통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우선 소개한다. 


이러면 자연스레 데이터의 통합이 어떤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데, 저자는 구글의 베이스라인 프로젝트, 미국 정부 주도의 All-of-Us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마지막 단계인 데이터의 분석에서는 모인 데이터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수단에 대해 다룬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데이터는 모으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는지가 바로 세 번째 단계의 핵심이다.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효용의 예로 원격 환자 모니터링과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원격진료 사례를 소개한다.


원격의료는 이래저래 우리나라에서는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서 책에서도 강조한 부분을 한 가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바로 원격의료와 원격진료의 구분이다. 책에서 강조하듯 이 둘은 같은 개념이 아니며, 원격진료는 오히려 원격의료의 하위 분야에 가깝다. 책은 원격진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원격의료와 원격진료의 개념을 구분해보자. 원격진료란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통신기술을 통해서 원격으로 대신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 286p


즉 우리가 '원격의료' 하면 흔히 떠오르듯 화상통화를 통해 진료를 받는 모습은 원격진료에 해당한다. 그 외,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 (remote patients monitoring)이나 원격 수술은 원격의료이지만 원격진료와는 구분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이슈로) 이러한 용어들에 대한 논의와 정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책은 본격적인 세부사항에 들어가기 앞서 이러한 용어를 명확히 정의한다. 그리고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나 원격진료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시도를 당뇨병 환자 모니터링이나 텔레닥과 같은 원격의료 회사를 소개하며 자세히 조명한다.


물론 데이터 분석의 둘도 없는 짝꿍인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인공지능이 갖는 역할은 저자의 전작 '의료 인공지능'에도 잘 소개되어 있지만, IBM 왓슨, 스마트폰을 통한 부정맥 진단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이 책에도 역시 수록되어 있다.



책의 3부, 디지털 헬스케어의 새로운 물결과 숙제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혁신적인 분야 내에서도 뜨거운 화두인 디지털 치료제와, 기대에 비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분야의 현황과 과제를 이야기한다.


사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해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핫한 분야를 소개함과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난관과 이를 극복하는 방향을 웨어러블이라는 분야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기 때문이다.


다소 비약이 있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약을 대신하는 앱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앱 형태에 국한되진 않는다. 의료기기 취급 소프트웨어 (SaMD)의 일종인데, SaMD에 대한 설명은 신수용 박사님의 글에도 잘 소개되어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예방에 그치지 않고, 약처럼 작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기술이 바로 디지털 치료제이다.


우울증 환자를 위한 상담 앱 Woebot. 필자도 써 봤는데 너무 귀엽고 힐링된다. 출처: thephuketnews.com


웨어러블 기기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헬스케어 웨어러블은 초창기의 기대에 비하면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저자는 구글 글라스, 애플 워치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여, 어떻게 하면 웨어러블이 사용자를 꾸준히 끌어들일 만한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


책 내용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웨어러블의 재정적 효용에 관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을 착용한 보험 가입자가 하루에 몇 km 이상 달리거나 하여 '나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하고 증명하면, 보험사에서 해당 가입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이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건강을 유지할수록 유리한 만큼, 웨어러블이 보험사와 가입자 쌍방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샘이다. 존 행콕과 같은 미국의 대형 보험사에서 실제로 이런 식의 모델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사실 필자는 이전에 에피워치(EpiWatch)라고 해서, 애플워치를 통해 뇌전증 발작을 사전에 감지하고 경보해주는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몸담기도 했고, 건강 관리용 웨어러블 핏빗을 일 년 정도 착용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에피워치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중단되었고, 핏빗은 내 방 한쪽 구석에 작은 장식품이 된 상태다. 이렇듯 헬스케어 웨어러블 분야가 겪는 어려움을 피부로 직접 겪었기에 웨어러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100 페이지 가량이 특히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 웨어러블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가 뭐래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핵심 중 하나니까..


이렇듯 책의 3부는 (조금 오글거리는 말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분야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집약한 알찬 챕터이다.



4부, 미래로 가는 길은 대기업, 보험사, 제약회사, 스타트업, 그리고 정부 부처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단순히 뛰어드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책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위한 저자의 10가지 제언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의 말대로 이 부분은 관련 부처의 정책 입안자들이 읽으면 좋은 부분으로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정부 부처에서 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일반 독자가 읽어도 여전히 좋은 이야기이다.




책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배경 설명이 충실하다.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입문서로도 권하고 싶다. 문장도 깔끔하고 술술 읽히는 편이라 책 두께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책(왼쪽)과 필자의 운전면허증 (오른쪽). 책은 꽤 두껍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의료인들이나 관련 업계 종사자,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책이겠지만, 고등학생, 대학생, 혹은 예비 의료인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라 느꼈다. 내가 학생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여 공부할 방향을 정해 집중할 수 있는 건 어쨌거나 학생의 특권이 아닌가?


종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주저 없이, 또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런 권유 글 없이도 대부분 읽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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