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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ze 헬스케어 Mar 24. 2020

젊은 층은 코로나에 위험할까? 사이토카인 폭풍 알아보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노년층에 특히 위험하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암 투병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역시 위험합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내 데이터를 참고하면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노년층에서 높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는 20대 사망자 수는 2020년 3월 24일 기준 2,438명이 확진받은 것에 비해 0명으로 적은 편인데요. 이렇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 더 치명적인 경향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coronaboard.kr/


그렇다면 나이가 젊은 사람은 코로나 19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을까요? 20대는 면역력이 좋으니까?


확답할 수 없습니다.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인데요. 면역력이 왕성한 사람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현상,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사이토카인이란?


대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화, 몸짓을 비롯해 요즘은 핸드폰 메신저까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사이토카인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면역 세포들의 대화 수단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면역 세포들의 카카오톡인 샘이죠. 감염된 세포를 발견한 면역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더 많은 면역 세포를 불러 모으거나 면역 세포를 더 만들게 하거나 하며 몸의 면역 반응을 항진시키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염증을 완화시키기도 하는데요.


면역 세포들은 사이토카인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사이토카인의 이런 작용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질병을 대비하기 위한 면역 세포들을 모으고, 감염된 세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해주죠.


하지만 간혹,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서는 사이토카인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분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입니다.




2. 사이토카인 폭풍 (cytokine storm)


앞서 사이토카인이 감염된 세포를 발견했을 때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모은다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면역세포들이 모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뭐든지 과하게 많으면 좋지 않은 법인데, 면역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백혈구가 모여버렸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그렇게 정밀하지 않습니다. 몸에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려다 몸 안의 정상적인 조직까지 해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감염이 심하지 않을 경우엔 이게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상 조직이 손상을 입어도 별 증상 없이 지나가거나, 열이 좀 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지나치게 활성화된 면역세포들은 우리 몸을 공격하게 됩니다. 면역세포가 감염된 세포들만이 아니라 정상조직을 과도하게 공격하면서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심해지면 저혈압과 장기부전 상태가 되어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1918-1920년 사이 세계적으로 유행해 총 2500만~50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호흡기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 독감인데요. 당시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의 70% 이상이 25~35세의 젊은 층이었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이 아닐까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1920년 사이 유행하여 2500만에서 5000만 명에 이르는 인명을 앗아갔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유행했던 조류독감(H5N1)이나 돼지독감(H1N1)과 같은 독감류 질병에서부터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 19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들 (사스 SARS, 메르스 MERS)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된 바 있습니다.




3. 코로나 19의 발병기전


그렇다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코로나 19 환자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젊은 감염자들은 얼마나 조심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코로나 19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빈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폐렴을 일으키는지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입니다. 감염된 비말을 흡입하거나, 사물 위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어떠한 경로로 우리 호흡기 내로 침투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시작됩니다.


출처: https://www.hellodd.com/?md=news&mt=view&pid=71254


들어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크게 두 종류의 세포를 감염시킵니다. 하나는 우리 폐 내의 섬모 세포, 다른 하나는 폐포 안의 2형 상피세포입니다 (Type II 폐포 상피세포).


섬모 세포는 섬모를 이용해 우리 호흡기 내로 들어온 미생물이나 이물질을 입 쪽으로, 다시 말해 폐 바깥쪽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폐 점막에 붙은 2019-nCoV 바이러스 역시 섬모의 저항을 받습니다만,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올 시 섬모 운동만으로 바이러스를 쫓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섬모 세포는 폐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한다.


제2형 폐포 상피세포는 계면활성제 (surfactant)를 분비하여 세포를 팽팽하게 유지하고, 1형 폐포 상피세포에서 가스 교환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두 종류의 세포를 감염시키고, 세포 내부에서 증식하며, 끝내는 세포를 파괴하게 됩니다. 섬모 세포와 2형 폐포 상피세포 모두 폐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세포들인 만큼 폐 기능 역시 바이러스 감염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바이러스 감염은 면역계를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세포가 파괴되며 배출된 바이러스 항원은 면역계를 활성화시킵니다. 다양한 면역 세포들이 감염된 세포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소집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 몸의 면역계는 그렇게 정밀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세포들도 손상을 입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우리 체내에서 제거하는 데 성공합니다. 정상 조직에 입힌 상처는 흉터로 남을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몇몇 경우 면역 반응이 잘 제어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고, 면역 시스템이 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죠.


면역 세포들이 지나치게 과한 반응을 보일 경우, 폐의 정상 조직에 대한 손상이 누적되고, 폐에서 가스 교환을 일으키는 폐포와 혈관 사이를 더 얇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에서 체액이 흘러나오며 폐에 물이 차고, 숨쉬기가 어려워집니다. 바로 폐렴이 생기는 겁니다. 이렇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에는 우리 몸의 면역계가 관여합니다. 


대부분의 신종 코로나 환자의 경우 증상이 심해져도 감염이 일어나는 부위는 폐로 국한되지만, 아주 드물게 이런 염증반응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될 경우 폐뿐만이 아니라 여러 장기들에 면역반응이 생겨 다발성 장기부전이 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코로나 19가 폐렴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과정엔 우리 몸의 면역계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관여합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들, 혹은 사망자들에선 높은 사이토카인 수치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4. 젊은 층은 '안전'한가?


사이토카인이 어느 수치까지 와야, 혹은 증상이 어느 정도 심해야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정의할 수 있는지는 분명한 기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단어가 조명받는 이유에는 그동안 코로나 19의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겨진 20대 젊은 층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위중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이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는 빈도는 그래도 아직 낮다 생각됩니다. 


해외 통계를 살펴보면, 뉴욕에서 입원한 환자의 25%가 18세~49세 사이였고, 스페인에서도 입원 환자의 18%가 50세 이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하였고, 20대 감염이 그중 제일 흔했습니다.



그럼에도 50대 이하에서 입원율은 낮았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에 대한 WHO의 리포트에서는 19세 이하에서 질병이 위중했던 경우는 2.5%, 치명적인 경우는 0.2%로 낮았다 보고했습니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50대 이하에서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던 경우는 5%에 불과했습니다. 입원 환자들 중 또 우리가 걱정하는 정도의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는 환자의 수는 더 적을 것입니다.


또, 국내에서도 코로나 19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위중한 증상을 보이는 20대 환자가 있다 보고되었는데요.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평소 기저질환을 앓아왔다고 합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각됩니다. 젊은 환자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어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다발성 장기부전과 같이 매우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한 사람에게 더 치명적으로 올 수 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조심은 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코로나로 인한 폐렴은 우리 몸의 면역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몸의 면역력은 사람마다 (아마 유전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심한 증상을 보일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통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로 인한 20대~40대 환자의 사망률은 0.32% 정도로 보입니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며, 신종플루나 일반적인 독감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행히 20대 사망자가 없지만, 이는 의료 시스템이 구할 수 있는 환자를 잘 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감염이 겉잡을 수 없이 퍼져 감염자의 수가 의료 시스템이 감당 할 수 없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만큼, 우리 모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젊은 인구 중에서도 천식,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오랜 흡연으로 폐 기능이 나빠져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코로나 감염에 마찬가지로 취약합니다. 또한, 젊은층은 감염시 증상이 심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활동하다 주변을 감염시킬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일을 겪을까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기존 위생 수칙을 잘 지키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내길 희망합니다.




위 영상의 내용은 유튜브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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