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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Jul 13. 2021

5. 정수비와 자전거 기어

자전거 기어의 좋은 조합, 자전거는 지구를 구한다.


자전거 세계 여행


   필자는 2003년 7월에서 다음 해 7월까지 1년간 뉴질랜드 남섬의 중심 도시인 크라이스트쳐어치에 있는 캔터베리대학교의 방문교수로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의 자연은 거의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었으며 대단히 많은 지역이 원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들은 3R을 실천하며 환경 보호에 매우 힘쓰고 있었다. 가능한 쓰레기를 줄이는 감량화(Reduce), 가능한 자원을 재사용하는 재사용(Reuse), 그리고 폐기물을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Recycle)이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반해 뉴질랜드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을 나라의 주요한 정책으로 삼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가 남긴 자연환경의 혜택을 계속 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후손들은 우리의 선조가 잘 먹고 잘 살면서 남긴 대량의 쓰레기 더미로 힘든 세월을 보낼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남북한 모두 합한 우리 땅보다 좀 더 큰 영토에 우리의 1/20도 채 안 되는 인구가 살고 있으니 그들의 생활은 바쁜 것 하고는 큰 차이가 있었다. 주민들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삶을 즐기는 것 같았다. 푼돈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주말이면 늘 다양한 스포츠가 곳곳에서 행해졌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의 천국이다. 

   맥주회사가 주관하며 매해 2월에 열린 <스파이츠의 해안과 해안 삼종 경기(Speight's Coast to Coast Multisports Race)>는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이 대회는 뉴질랜드 남섬의 서해안 쿠마라 해변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대관령보다 훨씬 높은 아써스 고개를 넘어 동해안의 크라이스트쳐어치까지 가는 1박 2일의 매우 힘든 대회이다. 카약으로 67킬로미터의 계곡물을 따라가고 36킬로미터에 이르는 산길을 달리며 140킬로미터의 도로를 자전거로 주행하는 경기이다. 이 대회에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한 아는 한국인이 참가해 완주하는 것을 직접 봤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며 얻은 경험은 이후로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삶의 최우선 순위가 나의 행복으로 바뀌었다. 뉴질랜드와 서울에서 마라톤을 두 번이나 완주하였고, 50대의 10여 년간은 산악자전거와 함께 하였다. 해야 할 일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 일은 최대한으로 시간을 배분했다. 뉴질랜드에서 돌아온 이후로 주말에 일하기 위하여 학교에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주 특별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삼천리라 하지 않는가? 한반도의 동서의 길이와 남북의 길이는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 바퀴는 얼마나 될까? 동서남 해안길과 북쪽은 가능한 갈 수 있는 끝에 있는 길로 연결하면 그 길이는?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가 알아보자고. 그래서 떠났다. 자전거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자전거 여행’이란 깃발을 꽂았다. 첫 장정으로 2006년 8월 제주도를 돌았다. 제주도 둘레는 서쪽의 비양도와 동쪽의 우도의 둘레를 포함하여 260킬로미터였다. 이어서 10월에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 11월에 막 제대한 아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을 출발해 고성 통일전망대를 거쳐 강릉에 도착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마침내 알아냈다. 제주도를 제외한 동서남북 한반도의 둘레는 2650킬로미터 가량 되었다. 약 6천6백 리이다.

   2008년 2월에는 역시 복학을 앞둔 그 아들과 함께 타이완을 보름간 일주하였다. 그 둘레는 1200킬로미터였다. 자전거 세계 여행의 첫 번째 나라로 타이완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그리고 현대사의 불행한 역사도 공유하고 있었으며, 또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완 주민은 본토에서 쫓겨난 장제스의 군부독재 하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우리 역시 박정희의 군부독재 하에서 매우 심한 고통을 받은 것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의 우방이었던 타이완은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유엔에서 축출당하여 독립국가의 지위를 잃었다. 본토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타이완과 단교하게 되었으니 그 미안함을 늘 갖고 있었다.

   2010년 1월 말에는 근 20일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부터 과거 월남의 수도 사이공( 현 호치민)까지 일주하였다. 우리 국군이 월남전에 참전하여 얻은 경제적 효과로 우리나라는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베트남 민중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주어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 당시 우리 국군은 수많은 무고한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던 것이다. 이에 미안함을 표시하고 또한 이러한 사실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미안해요! 베트남’이라는 깃발을 달고 1800킬로미터를 종주하였다.

   2010년 7월에는 청년 백범이 감옥에서 탈옥한 후 쫓겨 다닌 길을 따라 인천에서 출발하여 서울과 완도를 거쳐 공주 마곡사까지 충청, 전라, 경상도에 걸쳐 있는 150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종주하였다. 필자는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젊었을 적 고종의 비 명성황후가 일본군에 의해 처참하게 시해된 것을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황해도 치하포에서 조선인으로 변장한 일본군 장교를 죽였다는 사실을 『백범일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수감된 청년 백범이 인천 감옥을 탈출하여 삼도를 유랑하다 공주 마곡사에서 중이 되었고 이후 마곡사를 떠나 중국으로 가 독립군의 길을 밟게 된다. 이러한 백범의 애국정신을 오늘날의 청년에게 알리고자 청년 백범이 쫓겨 다닌 길을 찾아다녔다.

   2011년 12월 연말에 17일간 쿠바를 종단하는 자전거 여행을 했다. 피델 카스트로와 의기투합한 체 게바라가 미국의 압제 하에 있는 쿠바를 미국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혁명을 일으켜 동부의 산티아고에서 출발해 서부의 아바나까지 진격해 가는 그 길을 찾아 자전거로 다녔다. 그 거리는 900킬로미터였다. 아르헨티나의 의사 출신인 체 게바라는 당시 미국의 학정을 몸소 체험한 후 카스트로를 도와 쿠바 혁명을 완수하여 쿠바가 미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게 하는 데 매우 큰 공을 세웠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혁명의 길을 가다 볼리비아에서 사망한다. 이후 숨겨진 그의 시신이 발견되고 쿠바 정부는 이를 중부의 산타 클라라에 안장했다.

   2013년 6월 21일에서 7월 6일까지는 중국 중부의 쉬저우(徐州)부터 충칭(重慶)까지 자전거로 순례했다. 1100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에는 높은 산이 자주 있어 경험이 남달랐다. 순례라 이름 붙인 것은 이 길이 광복군 장준하의 구국장정육천리라고 부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장준하는 쉬저우에 있는 일본군 부대를 탈출해 동료들과 함께 임시정부가 있는 충칭까지 가서 광복군에 가담한 애국자이다. 장준하는 광복군의 일원으로 미국이 훈련시킨 한반도 침투의 특수임무를 맡은 특공대원이었으나 일본의 이른 항복으로 침투가 무산되었다. 만일 그 작전이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는 연합국의 일원이 되어 지금처럼 국토가 양분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해방 후 언론인이 된 장준하는 일본군 출신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이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정부는 당시 서류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미국서 살고 있는 장준하의 아들 장호준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여 그의 입국을 막았다. 대를 이은 보복인가?

   그 외 베트남이 프랑스를 물리친 디엔비엔푸까지 하노이에서 400킬로미터, 일본의 대마도 일주 175킬로미터 그리고 오키나와 255킬로미터를 주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모아 역사적 사실과 함께 책을 냈고,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 장을 쓰게 되었다.

세금 먹는 4대 강 자전거도로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15번 국도를 타고 해안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서해안은 밋밋하기 그지없었으나 남쪽 끝에 있는 켄팅(墾丁)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동해안의 거의 모든 길은 절경이었다. 북부 해안을 지나 서해안으로 오면 딴수이(淡水)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에서 하구를 따라 발리(八里)까지 15킬로미터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였다. 정말 경치 좋은 곳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이 길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는 들어올 수 없도록 저지대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이나 노인, 그리고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고자 하는 주부들이 항의하지 않았나? 오토바이의 진입을 막는 바람에 덩달아 휠체어와 유모차도 들어가기 어렵게 되었으니!

딴수이에서 발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자전거 길이 없었다. 타이완의 이러한 자전거 길이 부러워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신문인 디트뉴스에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끊어지지 않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 후 5년이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는 상상도 못 한 자전거 길이 생겼다.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세계에서도 유일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겼다. 도시와 도시의 연결을 떠나 4대 강을 중심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가 생긴 것이다. 이것을 ‘한다면 한다’는 한민족의 저력이라고 봐야 할까?

세계에서 유일한 자전거 전용도로

   그러나 대통령 임기 안에 무조건 완성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그 규모에 비해 너무도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다. 거의 모든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밀어붙여서 만든 결과 환경친화적이라는 자전거에 어울리지 않게 수변환경을 너무도 많이 파괴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정책이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일부 사람을 위한 레저 및 관광을 위한 정책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역시나 이 길은 황폐해져 갔다. 건설은 중앙정부가 했으나 유지는 지방정부가 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4대 강 자전거 도로는 결국 세금 먹는 하마가 되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자신의 임기 내에 완성해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는 결국 국가 예산을 엄청나게 낭비한 꼴이 되었다.


적당한 기어비 자주 사용

     

   자전거는 바퀴의 크기에 따라 일반자전거와 작은자전거로 나뉜다. 일반자전거의 바퀴는 보통 27인치와 26인치를 사용한다. 포장된 도로를 타는 도로자전거(Cycle)는 주로 27인치로 되어 있고, 비포장도로도 탈 수 있는 산악자전거(MTB)는 주로 26인치로 되어 있다. 그보다 작은 자전거는 미니벨로(Mini Velo)라고도 하는데 20인치 이하의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말한다.

   1인치는 약 2.54cm로 바퀴 크기는 바퀴를 다는 테의 지름을 나타낸다. 바퀴의 테에 다는 타이어도 크기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바퀴의 크기는 테의 크기와 거기에 덧붙인 타이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26인치 테에 2.0인치 타이어를 달면 바퀴의 둘레는 약 212cm 정도 되고, 1.75인치 타이어를 달면 이것보다 조금 작은 207cm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산악자전거는 앞 기어가 3단이고, 뒷 기어가 9단으로 되어 있어 총 27단의 기어를 사용할 수 있다(요즘은 10단 기어도 나온다). 도로자전거는 앞 기어가 2단, 뒷 기어가 10단으로 20단이다. 작은자전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가 갖고 있는 다혼(Dahon)의 뮤에스엘은 앞 기어는 하나이고 뒷 기어만 9단이다.

   기어의 크기는 톱니 수로 재는데 단위를 보통 T로 사용한다. 따라서 32T 라 함은 32개의 톱니가 균일하게 달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산악자전거 엘파마의 티타니아는 앞 기어가 3단으로 44x32x22T이고(이 의미는 가장 큰 기어가 44T, 중간 기어가 32T 그리고 작은 기어가 22T라는 뜻), 뒷 기어는 9단으로 가장 작은 기어 11T에서 가장 큰 기어 34T까지 고루 되어 있다(11~34T). 도로자전거 세벨로의 듀알듀라에이스는 앞 기어가 2단으로 53x39T, 뒷 기어는 10단으로 11~23T 그리고 작은자전거 다혼 뮤에스엘은 앞 기어가 53T, 뒷 기어는 9단으로 11~32T이다. 

   자전거에서 페달의 회전수 대 뒷바퀴의 회전수의 비를 회전비라 한다. 페달을 한 바퀴 돌렸는데 뒷바퀴가 두 바퀴 돌면 회전비는 2가 된다. 앞 기어가 32T이고 거기에 물린 뒷 기어가 16T이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는 데 따라 뒷바퀴는 두 바퀴씩 돌아간다. 한번 페달을 돌리는데 뒷바퀴가 4바퀴 돌면 2바퀴 도는 것보다 속도는 빠른 대신 힘이 더 든다. 그러나 뒷바퀴가 반 바퀴만 돈다면 속도는 느리나 페달을 밟는 힘은 상대적으로 덜 든다. 

   페달이 달려 있는 앞 기어(크랭크)와 뒷바퀴를 돌리는 뒷 기어(스프라켓)에는 톱니가 달려있다. 따라서 회전 비는 이들 톱니수의 비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회전 비=앞기어의 톱니수/뒷기어의 톱니수


   필자가 갖고 있는 자전거의 회전비를 살펴보자. 그림 1은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기어이다. 이 자전거의 회전비는 <표 1>과 같다. 그림 2는 철인경기할 때 사용하는 도로자전거 세벨로 듀알듀라에이스의 기어이고, 이 자전거의 회전비는 <표 2>와 같다. 그림 3 은 작은 자전거 다혼 뮤에스엘의 기어이고, 이 자전거의 회전비는 <표 3>과 같다.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기어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회전비
도로자전거 세벨로 듀알듀라에이스의 기어
도로자전거 세벨로 듀알듀라에이스의 회전비
작은자전거 다혼 뮤에스엘의 기어
작은 자전거 다혼 뮤에스엘의 회전비

모든 기어의 조합을 다 사용할 필요는 없다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예를 들어 보자. 수동식 자동차에서는 속도가 빠를수록 기어의 단 수를 올린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5단으로 달리고 저속일 때는 1단으로 달린다. 이에 맞추어 자전거에서는 각 톱니의 수의 크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숫자를 부여한다.

기어의 톱니 수와 단 수

   아래 표를 보면 3단-9단 기어비는 가장 높은 회전비 4.00으로 페달을 한 번 돌리면 뒷바퀴는 4번 회전되고, 1단-1단 기어비는 0.65로 회전비가 가장 낮아 페달을 한 번 돌리면 뒷바퀴는 반 바퀴 조금 더 돌게 된다.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의 회전비

   위 표를 볼 때 2단-9단의 회전비는 3단-7단과, 2단-8단은 3단-6단과 거의 비슷하다. 높은 회전비 순서로 기어비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3-9, 3-8, 3-7, 2-9, 3-6, 2-8, 3-5, 2-7, 1-9

   3-4, 2-6, 3-3, 1-8, 2-5, 3-2, 1-7, 2-4, 3-1

   1-6, 2-3, 1-5, 2-2, 1-4, 2-1, 1-31-2, 1-1 


   앞 기어는 자전거 프레임을 기준으로 바깥쪽이 큰 기어(3단)이고, 뒷 기어는 바깥쪽이 가장 작은 기어(9단)이다. 그러므로 앞 기어의 바깥쪽과 뒷 기어의 안쪽 또는 앞 기어의 안쪽과 뒷 기어의 바깥쪽을 연결하면 체인이 크게 비틀리게 된다. 따라서 1단-9단이나 3단-1단 같은 기어의 조합은 사용할 필요가 굳이 없다. 그와 비슷한 회전비를 갖는 다른 기어 조합을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표 5>에 의하면 앞 기어의 가장 큰 기어(3단)는 뒷 기어의 제일 작은 기어 5개(5단~9단)와 함께 사용하고, 중간 기어(2단)는 가운데 기어 5개(3단~7단), 제일 작은 기어(1단)는 가장 큰 기어 5개(1단~5단)와 사용하면 체인이 크게 비틀리지 않고 바르게 정렬되어 좋다. 굳이 27개의 모든 조합의 기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보통의 빠르기로 평지를 탈 때는 앞 기어를 중간(2단)에 넣고 순간순간 속도와 길의 변화에 따라 뒷 기어를 조정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나오면 앞 기어를 작은 기어(1단)에 넣고 사용하면 힘을 덜 드리고 오를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속력을 내고 싶을 때는 앞 기어를 큰 기어(3단)에 넣고 사용한다. 대체로 앞 기어 하나를 큰 기어로 올리는 것은 뒷 기어 두 개를 작은 기어로 내리는 효과와 거의 비슷하다. 

   회전비를 크게 하여 무리해서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다. 자전거를 힘 들이지 않고 잘 타기 위해서는 길의 순간순간 변화에 앞 기어와 뒷 기어를 적절히 잘 조정해야 한다. 기어는 멋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계속해서 변화를 주어 무릎에 부담 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산악자전거로 도로자전거와 경쟁하지 말라


   똑같은 기량을 가진 두 사람이 하나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하나는 도로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함께 달린다면 서로 경쟁이 될까? 감성적으로 무게도 가벼운 도로자전거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표 1>과 <표 2>를 비교하면 도로자전거의 회전비가 더 크다. 따라서 평지를 달리면 산악자전거는 도로자전거를 따라 잡기 힘들다. 그러나 오르막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초저단기어를 사용해야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면 도로자전거는 올라가기 힘들어 속도가 늦어지나, 산악자전거는 사뿐히 올라갈 수 있다.

산악자전거 엘파마 티타니아와 도로자전거 세벨로 도로자전거 


   자전거의 속도는 기어의 회전비와 얼마나 빨리 페달을 돌리냐에 달려 있다. 회전비가 높을수록 그리고 페달을 빨리 돌릴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물론 같은 회전비에 같은 페달 횟수라면 바퀴가 클수록 속도가 빠르다.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리면 자전거는 얼마의 속도를 낼까?

   산악자전거의 바퀴는 크기가 일반적으로 26인치이다. 앞 기어는 주로 3단이고 뒷 기어는 9단이다. 도로자전거의 바퀴는 대체로 27인치(단, 철인용 자전거는 26인치)이고 앞 기어는 주로 2단이며 뒷 기어는 10단이다. 여기서는 26인치 바퀴의 산악자전거(26x2.0)와 26인치 바퀴의 철인용 자전거(650x23C)로 속도를 구해본다. 

   26인치이면 1인치가 2.54센티미터이므로 66센티미터가 된다. 따라서 바퀴 테의 둘레는 66x3.14 = 207센티미터가 되며, 여기에 타이어가 부착되면 그만큼 더 커진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해 보니 26x2.0인 경우 바퀴 둘레가 212센티미터, 650x23C인 경우 196센티미터이다.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리면 1킬로미터=100,000센티미터이므로


속도(km/h)=회전비x바퀴둘레x90번x60분/100000


이 된다. 따라서 1분에 자전거 페달을 90번 돌릴 경우 속도는 다음과 같다.

회전비에 따른 산악자전거의 속도(km/h)
회전비에 따른 도로자전거의 속도(km/h)

   위 표에 따르면 도로자전거가 속도를 더 빨리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로자전거는 더 가볍고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더 작기 때문에 그만큼 도로 마찰에 의한 힘이 덜 든다. 그래서 산악자전거로 도로자전거를 앞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도로의 경사가 급하지 않는 한 도로자전거가 산악자전거보다 빠르다. 설령 급한 경사의 오르막이 있다 하더라도 그 구간이 길지 않는 한 도로자전거가 산악자전거보다 빠르다.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도로자전거가 앞질러 간다고 해서 따라잡으려고 하지 말라.

     

작은 자전거도 속도가 느리지 않다


   필자가 자전거 애호가인 것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자전거를 사면 좋을지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특별하지 않는 한 서슴없이 접이식 작은 자전거를 권장한다. 그러면 묻는 첫 질문이 “작은 자전거는 느리지 않나요?”이다. 비교 상대는 일반자전거이다. 분명 빨리 타지도 못할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을 한다. 작기 때문에 느리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물론 가질 수 있다.

작은자전거 다혼 뮤에스엘

   표에 의하면 이 작은자전거의 회전비는 1.66에서 4.82로 일반자전거의 가장 빠른 회전비 4보다 크다(일반자전거는 산악자전거와 거의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작은 자전거로 한 바퀴 페달을 돌리면 약 5바퀴 가까이 굴러가고 일반자전거는 4바퀴 굴러간다. 작은 자전거의 바퀴 지름을 20으로 보고, 일반자전거의 바퀴 지름을 26으로 보면 한 바퀴 굴릴 때 작은 자전거는 100 가까이, 일반자전거는 104 만큼의 거리를 간다. 따라서 바퀴가 큰 일반자전거가 조금 빠르다.

   그러나 작은 자전거는 그만큼 가볍고 더구나 일반자전거에 비해 작은 바퀴를 굴리므로 힘이 덜 든다. 따라서 더 많은 페달을 돌릴 수 있으므로 결코 일반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뒤지지 않는다. 경험에 의하면 산악자전거 동호인과 함께 달렸을 때 평지에서 거의 다른 산악자전거가 다혼 뮤에스엘을 따라오지 못했다.

   작은 자전거의 단점은 바퀴가 작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돌출물을 넘어갈 때 상대적으로 큰 바퀴가 안전하게 지나가기 때문이고 또한 빠른 속도를 낼 때에는 일반자전거보다 더 많이 바퀴가 회전하므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가볍고 또한 접을 수 있어 휴대가 용이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훨씬 편리하다. 그러므로 일반인이 적당한 속도로 타기에는 작은 자전거가 일반자전거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

     

지구를 살리는 길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라서 bicycle이다. 앞뒤 두 바퀴는 두 다 중요하다. 뒷바퀴로 밀어 힘을 얻고 앞바퀴로 방향을 잡는다. 따라서 힘과 방향성은 균형을 이루는 데 절대적인 요소이다. 앞바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앞바퀴에 물려 있는 핸들이다. 안장은 없어도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핸들 없이 탈 수는 없다. 앞에 있다고 더 중요하고 뒤에 있다고 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전거는 앞과 뒤가 서로 도움으로써 달릴 수 있다. 더구나 자전거를 나가게 하는 데데 화석연료와 같은 동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기름값이 올라가고 정부 정책으로 자전거 도로가 많이 생기면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는 일반적으로 생활용과 레저용으로 나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생활용은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레저용은 비싸다. 자전거의 가장 좋은 점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매우 경제적이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것이다. 갈수록 비싸지는 기름값과 대중교통비를 생각하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교통비를 10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전거 타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출퇴근이나 통학하는 사이 우리의 건강은 몰라보게 좋아진다. 게다가 대기환경을 좋게 하여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남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출퇴근이나 통학은 어차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이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면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다른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차를 타고 가면 폐쇄된 공간에 갇혀있게 되어 외부의 자극에 폭력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안에서 큰소리치고 얼굴을 붉히는 행위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 힘으로 바람을 가르고 달리게 되어 사람과 세상을 보다 긍정적이고 밝게 본다.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출근하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귀가하면서 풀 수 있다. 건강에 안 좋은 스트레스가 거의 쌓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교통비까지 절약한다. 아울러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타는 만큼 자동차 운행이 줄게 되어 그만큼 대기환경을 좋게 하여 이웃에 좋은 일을 한 것과 같다. 그뿐 아니다. 잊혔던 골목길이 다시 보인다. 따라서 자전거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면 일석사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침시간이 너무 빠듯해 자전거로 갈 여유가 없다는 사람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 그만큼 더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많은 경우 특히 교통체증이 심하면 자전거는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가용이나 택시보다도 빠른 경우가 많다. 짧은 거리는 여유가 없을수록 자전거로 가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어 좋다.

   자전거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위험하다고도 한다. 물론 너무 멀거나 위험한 곳이 많다면 굳이 탈 필요는 없다. 사람과 길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적지까지 한 15킬로미터 이내라면 1시간 정도로 타볼 만하다.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므로 자전거 도로가 없는 한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차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가 일부러 와서 자전거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차도에서는 반드시 우측통행을 하고 길 오른쪽에 치우쳐 가며 항상 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는 겨울에도 충분히 탈 수 있다. 단 적당한 방한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타지 못할 정도로 춥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씨는 일 년에 얼마 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는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는 보관할 데도 마땅치 않고 도난의 여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우리 주변 어딘가에 보관할만한 곳이 꼭 있다. 아니면 접기가 가능한 작은 자전거를 이용하면 보관이 좀 더 용이하다. 자전거가 많이 사용되면서 자전거 절도도 높아지고 있으니 자전거 보관에 좀 더 신경 쓸 필요는 있다.

   옷 갈아입기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출퇴근용으로 가볍게 탈 경우 출근 복장으로 타면 된다. 굳이 자전거 복장을 할 필요가 없다. 통이 넓은 바지를 입는 경우 오른쪽 발목 위의 바지를 반드시 감아주어야 하다. 그래야 체인에 걸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헬맷은 마실 다닐 정도로 가볍게 다니지 않는 한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의 안전벨트라 생각하면 된다. 좀 불편하지만 사고가 나는 경우 안전에 큰 역할을 한다.

   땀 흘리고 샤워하기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면 항상 바람이 자전거 속도에 비례하여 불어온다. 굳이 빨리 달릴 필요 없다. 천천히 타면 많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수건을 물에 적셔 땀 난 부위를 닦으면 개운해진다. 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기어의 비를 자신의 몸과 길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바꾸어 주어 편안하게 자전거를 타자.


“자전거 모양은 천태만상, 가격도 천차만별, 용도도 제각각이지만 근본 이치는 같다. 두 개(bi)의 바퀴(cycle)라서 자전거(bicycle)이다. 한 쌍을 이루는 바퀴는 잘나면 앞서고 못나면 뒤처지는 선후의 개념이 절대 아니다. 앞에서 지휘하고 뒤에서는 좇기만 하는 피동의 관계는 더욱 아니다. 자전거 바퀴는 하나가 없다면 둘 다 존재 의미를 잃는다. 결국 둘이어야 하나가 되고 그때 비로소 둘이 같이 산다. 자전거가 달린다는 것은 앞뒤 구분 없이 이루어진 완벽한 화음이다. 뒷바퀴로 힘을 얻고 앞바퀴로 방향을 잡는다. 힘과 방향성은 균형의 절대적 요소로 중요성을 다툴 수 없다. 안장 없는 자전거는 탈 수 있지만 핸들 없이는 달릴 수 없다. 자전거 타기에서 제일 중요한 교훈은 넘어지지 않는 운전방법에 있다. 사람들은 넘어지려 뒤뚱거릴 때 무의식적으로 어긋나게 힘주고 움직인다. 하지만 자전거는 정반대다,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이 따라가야 제대로 서고 달린다. 넘어지고 쏠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울어지고 고르지 않다는 것.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오히려 힘없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무언가 모자라고 약한 쪽으로의 전환! 자전거를 운동에만 쓰지 말고 세상 위한 평형의 교훈으로 배우자.”[이일훈] 


시사 및 읽을거리

     

고경태, 『1968년 2월 12일 :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 한겨레출판사, 2015

김구, 『백범일지』, 도진순 옮김, 돌베개, 2005

이규봉, 『미안해요 베트남』, 푸른역사, 2011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  푸른역사, 2014 

       『장준하 구국장정 6천리 따라 자전거 기행』, 문화의힘, 2014

       『자전거 타고 역사 향기 맡고』, 경문사, 2016

장준하, 『돌베개』, 돌베개, 2015

한홍구, 『역사와 책임』, 한겨레출판사, 2015

경향신문, 2010.2.16. 이일훈의 “균형의 절묘한 이치”

오마이뉴스, 2018.09.05., “4대 강 자전거 도로는 '세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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