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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Feb 14. 2016

행운의 숫자 3과 함께 아늑한 밤을 보내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래킹1]퀸스타운까지

뉴질랜드를 떠난지 12년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아 떠났다.  거기서 1년 살면서 거의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못 가본 곳이 있었는데 6개의 great walks 중 가장 유명한 밀포드 트랙이다. 그곳은 적어도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예약만에 이제 가게되었다. 두번에 걸친 과거의 예약은 그때마다 집에 일이 생겨 취소 수수료만 물었다.


올해 2월이 아내 회갑이라 제2의 신혼여행을 위해 작년 6월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했는데 설 지난 지금에야 예약이 가능해 이제 떠난 것이다. 하루 40명으로 입산이 통제되어 있어 아주 일찍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에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대전을 11시에 출발해 2시간 반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계에서 탑승권을 출력했다. 근데 이게 웬일! 짐을 붙이러 가는데 창구가 너무 한산하다. 전혀 기다림이 없이 바로 짐을 보냈고 또한 출국수속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는 5시 출발인데 모든 수속을 마치고도 세 시간이나 남았다. 어후! 이 긴 시간을 뭘하며 보내나? 두리번 거리며 돌아 다니다 환승객을 위한 장소로 가 보니 누워 잘 수 있도록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가? 인터넷은 물론 아이들 전용방에 샤워실까지. 게다가 전신마사지 기계까지. 이 모든게 무료다. 인심좋은 대한민국!

난 priority pass 카드가 있어 그 라운지로 갔다. 음식만 취할수 있다뿐 쉴 수 있는 공간은 환승라운지가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무료일뿐 동반자의 가격을 생각하면 아니 들어간만 못 한 것 같았다. 거기서 근 2시간 반을 보내고 탑승장으로 나섰다. 400여 석이나 되는 좌석은 만석이다.


오클랜드까지 바로 가는 KAL은 10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 긴 시간동안 버스 우등석만도 못한 의자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약간의 선잠을 자며 꼼짝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대한항공은 타지 않지만 소유주 딸 덕분에 예약할 당시 가격이 편의성에 비해 가장 싸 구매했다.


퀸스타운 공항에 내리니 멋진 경치가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공항 내에선 안된다고 누군가 막아선다. 짐을 바로 찾고 super shuttle 이라 적힌 버스를 탔다. 곧 승객이 모두 차자 떠난다. 호수가를 따라 시내로 들어서며 각자 손님들이 거처하는 호텔에 내려준다. 우리는 두번 째로 내렸다. 1인당 13달러이다.


호텔은 boutique hotel이란 이름에 걸맞게 자그마 했다. 난생 처음 지불해 보는 30만원이란 하룻밤 숙박비에 멋진 방을 기대했지만 그 정돈 아니었다. 방은 전망도 좋고 아늑해 그 1/3 가격이면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지금이 성수기라 보는 숙소마다 다 no vacancy라고 쓰여있는 걸 보니 그렇게 받은것을 자본주의 사회에선 나무랄 수 없다. 하긴 더 싼 호텔을 찾을 수도 없었고 그래도 첫 날 밤인데 하는 내 호기도 작용했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행글라이더 타는 사람들

이틀 못한 샤워를 하고 시내 탐방에 나섰다. 호수가를 따라 산책했다. 숲에는 오래되고 울창한 나무들의 초록이 풍기고 호수에는 맑은 파란색의 빛이 잔잔히 흐른다. 그 위로 제트보트가 달리고 배가 떠 다닌다.

1800년대 다니던 증기선. 지금은 관광선이다.

시내 중심부와 연결된 모래사장에는 많은 남녀가 벗고 누워있다.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다.

시내를 벗어나 곤도라를 타기 위해 한 15분쯤 올라갔다. 1인당 32불 하는 곤도라를 타기 위해 긴 줄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 산에서 오직 내려오기 위해 만든 다운힐 산악자전거를 매달고 올라가는 젊은이도 많았다. 한 차에 두대까지 실을 수 있다. 매우 급한 경사를 타고 잠시 올라가니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그 산 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아래에 까지 내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스노우드 보드 타듯이 바퀴 달린 작은 차에 한둘이 타고 주어진 트랙을 내려오기도 한다.

산에서 바라본 퀸스타운 모습
아내가 즐거우니 나 또한 즐겁다.

저녁 때가 됐다. 식당 찾아 이곳저곳 다니다 양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근사한 식당을 찾았다. 아내는 배 고프지 않다 하여 나만 시켰다. 그녀는 배 안고프면 때가 되도 잘 안 먹는다. 양고기 스테이크 하나와 오랜만에 뉴질랜드산 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아내는 끝내 손도 대지 않았다. 맥주만 마셨다.

후식으로 커피가 나왔는데 두 잔이 나왔다. 분명 free of charges라 했는데 계산서엔 포함되었다. 모두 해서 60달러. 첫 날이라 분위기를 냈다.


9시가 되어서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숙소 밖 산 위에 눈썹같은 달이 걸려 있다.

방은 참으로 아늑했다. 비록 내 생각보단 3배나 비싼 값을 치루긴 했지만. 33년전 신혼 첫 날보단 훨씬 농익은 몸과 마음을 갖고 한껏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늦잠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자는 편안한 밤을 보냈다. 3은 참으로 행운의 숫자야 우리 한민족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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