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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Feb 20. 2016

배보다 더 큰 배꼽

[뉴질랜드 밀포드 트래킹 2] 테 아나우까지

마음껏 잤다. 일어나 보니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창 너머로 보이는 산 꼭대기에서 여러 명의 패러그래이더가 날라 다니고 있다. 오늘 할 일은 퀸스타운 트레일을 걷는 것이다. 돈 드는 액티비티를 나도 아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걷는 것 외엔 별 선택의 여지도 없다.


지도를 보니 트레일은 숙소에서 가까웠다. 체크아웃이 11시라 짐을 숙소 로비에 맡기고 길을 떠났다. 길을 따라 30분 남짓 걸으니 입구가 나온다.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오르면서 호수의 경치를 보니 어제 곤도라 타고 올라가서 본 경치보다 훨씬 근사하다.

그러나 이것도 트레일 정상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날씨는 매우 맑아 산 아래 모든 전경이 매우 잘 보인다. 높디 높고 경사가 매우 급한 산 아래 옥새의 물이 잠겨 있는 호수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심까지 너무 잘 어울리는 여러 폭의 그림이 전개된다.

감탄 외에는 더 이상의 말은 차라리 아름다움을ㅇ 해치는 것같다. 트레일의 전체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내려오니 두시가 되었다.


착해 보이는 말레이지안 매니저의 친절을 뒤로 하고 다음 숙소로 갔다. 미리 예약을 했지만 이틀 계속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없어 하루씩 예약을 해야 했다.


오늘의 숙소는 백패커스이다. 바로 호수가에 있어 위치는 최고였다.트윈룸은 밖으로 산이 보이고 아담했다. 가격은 어제 방의 1/4이다. 만족도는 이 방이 가격대비 훨씬 낫다.


3시간을 걸은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우선 잠을 청하고 저녁되서 시내를 어슬렁거렸다. 일요일인지라 토요일 저녁보다는 좀 한산했다.


내일은 테 아나우로 가야 해서 미리 어디서 타는지 확인했다. 이곳엔 버스터미날이 없다. 심지어는 버스표를 파는곳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어제 들은 숙소에서 매니저에게 물으니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주었다. 버스 회사마다 가격도 달랐다. 우린 10시45분에 출발하는 제일 비싼 45불짜리 표를 예약했다.


이제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퀸스타운을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추억만 갖고 테 아나우로 떠났다. 버스는 23인승으로 제 시간에 왔다. 빈 자리가 서너개 닜는것 같다. 버스디사가 친절하게도 말한다. 버스 뒤에는 짐을 실는 트레닐러를 달고 있다.

버스는 11시에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또 손님을 태웠다. 호수를 끼고 한참을 가더니 멀리 높은 산과 가까이 구릉이 보이며 곳곳에 소와 양이 풀을 뜯고 있다. 여기 가축들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낀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그러한 췩급을 받고 있지 않으니. 그 넓은 초원 위에 많지 않은 수가 있으니 서로 경쟁할 칠요도 없어 보인다.


경쟁만 하는 사회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 경쟁이 중요하디 하지만 상부상보하지 않는 경쟁은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차리리 경쟁없이 천천히 좀 부족하게 사는 것이 물자 풍부함곳에서 빈곤을 느 끼며 사는 덧보다 좋지 않은가?


1시반쯤 도니 테 아나우에 도착했다. 비가 온다. 버스는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다. 센터에 가니 트래킹 하는 내내 비가 온다고 일러준다. 기상예보가 그렇게 나왔다고. 맥이 빠진다. 예전 루트번 트래킹 할대도 비가 왔는데 또 비야?


할 수 없지. 비에 철저히 대비할 수 밖에. 그런데 만일에 대비해 가져온 1회용 우비가 찢어져 있었다. 그것을 붙이려고 테이프를 사려 했는데 테이프 값이 5불. 즉 4천원이다. 우비값이 2천원인데 찢어진 곳 떼우는게 4천웜이라 배보다 배꼽이 이렇게 커도 되나?

아내의 옷이 방수에 부실해서 방수되는 옷을 여기서 샀다. 저녁은 피자와 맥주로 했다. 비는 줄기차게 온다. 기상예보에 의하면 트래킹 하는 내내 폭우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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