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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Jan 24. 2024

정년퇴임 후 갈 길을 찾다

사이버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며

   학창 시절 8년에 걸쳐 과외활동으로 밴드부원이 되어 클라리넷을 늘 연주했다. 대학도 음악대학에 진학하라는 권고를 받았으나 일반대학에 입학하면서 연주 생활과 멀어졌다. 그 후 직장을 가지고 아마추어로 다시 클라리넷 연주를 하다 정년퇴임을 했다. 퇴임 1년 전에 늘 마음에 품고 살았던 음악을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고자 실용음악과에 편입했고 2024년 2월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이 곧 시작이라고 배운 지식을 활용해 음악인의 길로 새롭게 나가는 것이 정년 후의 나의 삶이다.

   3년 전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우연히 알게 된 이웃으로 사이버대에 관한 정보를 들었다. 그는 취미로 색소폰을 하는데 퇴임하면서 서울사이버대학교 실용음악과에 편입했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솔깃해져 그가 다닌다는 사이버대를 찾아 실용음악과를 온라인으로 둘러보았다. 실용음악과는 일반 음악학과처럼 전공이 따로 있지 않았다. 실용음악 전반에 걸친 이론과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보컬 그리고 청음을 다루는 기초적인 실기가 있고, 실기 레슨은 원하면 학점 없이 개별로 신청할 수 있다.

   편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100% 온라인 교육이라는 점이었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으로 학교까지 나가야 하는 통학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필요하면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졸업을 앞둔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교실 강의를 받은 적이 없고, 학교에도 가본 적이 없고, 교수나 학생들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단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소통했을 뿐이다.

   학과의 목표 중 하나는 “연주와 작곡으로부터 리코딩과 음원 제작까지 1인 프로듀싱 또는 홈 리코딩을 수행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 양성”이다. 지금은 오선보에 작곡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음악을 제작한다. 멜로디뿐 아니라 노랫말, 화성, 리듬 등 한 곡이 탄생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 컴퓨터로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작곡한다기보다는 ‘제작’ 또는 ‘프로듀싱’한다고 하고 ‘작곡가’라기보다는 ‘프로듀서’라고 부른다.

   첫 학기에 작곡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신천지를 경험했다. 음악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수준을 한참 넘어서 있었다. 용어 자체도 매우 낯설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하나씩 깨우쳐 나가기 시작했다. 학점만 없다 뿐이지 정규 과목 못지않은 부담을 주는 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낯선 용어에 익숙해졌고 어설프게나마 곡 하나를 생전 처음으로 만들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전공 42학점을 포함해 최소 7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3학년으로 편입했으니 4학기 만에 졸업하려면 매 학기 6과목 18학점을 신청해야 한다. 내가 이수한 과목을 편의상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론 : 실용음악개론, 재즈화성학 1~3, 기초리듬, 송라이팅, 편곡, 영상음악, 오케스트라

   실기 : 기초드럼연주, 시창청음 1~2, 기초실용발성, 기초건반연주, 드럼&베이스연주

   실습 : 기보법, 컴퓨터음악(큐베이스) 1~2

   기타 : 음악교육, 리듬&스타일, 뮤직아티스트, 음악치료학, 공연예술, 공연테크닉     

‘리듬&스타일’과 ‘뮤직아티스트’는 재즈의 역사에 관한 과목이고, ‘공연예술’과 ‘공연테크닉’은 공연 현장에 관련된 과목이다.

   이 대학의 홈페이지는 너무도 잘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관련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학기 중에 출결, 시험, 과제 등에 관련되어 실행한 것과 실행되지 않은 것이 늘 표시되어 있어 일목요연하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항상 빨간색 단추가 나타나 있다. 시험은 시험기간 중 지정된 날 24시간 안에 보아야 하며 시작과 더불어 정확히 1시간 후에 끝난다. 시험문제는 객관식이 대부분이며 약간의 주관식도 있다. 실기과제는 영상으로 촬영한 후 그 결과물을 올리고 실습과제도 그 결과물을 파일로 올리면 된다. 시험과 과제를 채점하고 틀리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왜 그런지 이유를 상세히 알려준다.      

   위 출석탭에서 과목명을 클릭하면 강의실로 안내되어 여기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강의록은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MP3로도 받아볼 수 있다. 수업에 관련된 공지나 자료는 모두 여기서 알 수 있다.

   사이버대학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비록 입학은 수월했지만 강의를 따라가는 것은 매우 바빴다. 시험은 크게 힘들지 않으나 과제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과목당 기본으로 시험 두 번과 과제 두 번이 있다.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보다 훨씬 바쁜 생활을 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편입하기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생각한 이상으로 많은 음악적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비록 2년에 걸친 교육은 매우 미미하다 할 수 있으나 이를 기반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수업료도 동네 학원에 비하여 비싸다고 볼 수 없다. 학점당 7만 8천 원이지만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퇴직 후 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비록 영리 목적은 없지만 할 일이 생겨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그것도 창작하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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