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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Sep 16. 2023

독립운동가 육사 명예졸업장 반납의 모순

육사의 정통성부터 확립한 후 받아야 했다

   육군사관학교가 교정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려 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육사로부터 명예 졸업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졸업장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육사는 2018년 3월 당시에 살아있던 애국지사 4명과 독립운동가 후손 13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해 3·1절 기념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인 광복군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로 칭하며 국군의 뿌리가 독립운동가에 있다고 천명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육사 교정에 세워진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도 같은 맥락에서 세워졌고, 여기에 홍범도 장군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육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그 정통성을 1946년 5월 설립된 국방경비대사관학교에 이은 조선경비대사관학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이전에 조사한 자료에는 “1946년 5월 1일에 육군사관학교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조선경비사관학교가 제1기생 88명으로 개교하였고, 육사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5년 12월 5일에 문을 연 군사영어학교와도 관계가 깊다.”라고 되어있었다. 그 어디에도 항일무장투쟁의 장교를 길러낸 신흥무관학교와의 관련성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2018년 당시에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생각 없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군사영어학교와 조선경비사관학교가 길러낸 장교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공산주의자 색출이며 일명 빨갱이 사냥이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부분 반민족주의자로 처단되었어야 할 일본군 장교로 구성된 친일파들이 만든 학교가 바로 이들 학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적이었으며 한편 열등감을 자아내게 한 독립군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엣가시 같은 독립군들을 척결하는 것이 또한 자신들이 사는 길이었음을 알았다. 척결의 방법은 단 하나! 그것은 그들을 미국이 싫어하는 공산주의자로 모는 것이다.     

   조선을 점령한 일본의 사상은 자본주의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한 일본에 대항하려면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 사상을 무장해야 했다. 그래서 당시의 지식인들 대부분은 사회주의자였다. 이때는 민주주의라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식 공산주의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식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미국의 대소련 정책의 하나로 미국은 일본 대신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단시켰고, 여의치 않자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고자 했다. 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빨갱이로 몰아 사냥했다. 여기에 앞장선 자들이 주로 독립군과 싸운 일본군 출신으로 조선경비대에서 배출한 장교들이다. 이들에게 항일무장투쟁의 독립정신은 그 자체가 없고 오직 공산주의자 척결이 우선이었다. 여기에 수많은 독립군과 민간인이 빨갱이로 몰려 희생되었고 일부는 월북하였다. 공산주의가 좋아 월북한 것이 아니라 해방된 조국에서 일본군 출신들에게 모욕당하는 것이 치욕스러워 월북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항일무장투쟁사 또는 독립운동사는 반쪽도 안 되는 역사가 되고 말았다.     

   이런 역사에 바탕을 둔 육사가 그 정통성을 신흥무관학교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미국의 지원으로 생긴 학교에 정통성을 두고 있으니 오늘의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을 포함한 광복회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은 육사의 정통성이 이렇게 일본에 무장하여 항쟁한 독립군을 배출한 신흥무관학교가 아니라, 오직 같은 민족의 공산주의자 척결에만 두고 있는 조선경비사관학교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도 변경하려 하지 않은 그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명예졸업장을 반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후에 육사의 정통성을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을 길러낸 신흥무관학교로 바꾼 다음에 다시 돌려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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