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무실 이전과 함께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경영진들은 새롭게 입주한 건물이 상업중심지에 위치한 최고의 건물이라고 숨을 몰아쉬며 변명하듯 얘기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노후화된 건물이고 비좁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근시간만 더 길어진 사무실일뿐이다.
그나마 출근시간마다 1층 로비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경비업체 직원분의 밝은 표정이 위안이 될 뿐이다.
그날 오전 어색한 이전 기념식을 뒤로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은 새 사무실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매끄럽고 딱딱한 바닥은 걸음걸음마다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듯해서 상당히 어색하고 거슬리는 느낌이었지만, 새로 들여온 가구며 마감재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은 신선함과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직원이 이런 느낌과 설렘으로 출근을 했다면, 나에게는 이와 다른 특별한 변화가 한 가지 더 있었다.
“팀을 꾸리고 관리하는 데는 여러 역할과 책임, 운영 요소가 있습니다.”
어색하지 않으려고 억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담당임원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듯 다급히 얘기를 이어갔다.
“제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팀의 리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맡은 분야에 탁월한 업무 능력과 수행이 있겠고,
다른 하나는 팀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불편함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입니다.
제 생각은 후자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는 팀원들이 매 순간 과중한 업무와 긴장감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그 많은 업무에 목덜미를 조여 오는 듯한 불편함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나를 이렇게 평가한다는데 분노가 치밀었지만 역시나 나도 이 불편하고 정적이 흐르는 만남의 자리를 빨리 끝내고만 싶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갑작스러운 조직개편과 함께 새로운 팀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늘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고 자부하고 열심히 일했던 나는 예상치 못한 비핵심 업무로의 전환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조직의 변화를 지켜보는 주변의 눈빛과 침묵이 나의 마음을 더 짓누르는 듯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의 더위를 뒤로하고, 나의 새로운 업무와 도전 그리고 일상에 대해 써 내려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