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 처음 출근하면 모든 것이 낯설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익숙하지 않은 책상과 의자부터 사무실의 구조, 조직 내 분위기는 처음인 사람에겐 엄청난 부담과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는 회사 시스템의 이해가 부족하고 조직의 틀과 작동 방식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반대로 낯선 사람을 처음 맞이하는 입장 또한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마음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그들도 분명 나와 같은 과정이 있었고, 함께 일하며 생활을 하게 될 나의 동료들이라는 점은 분명한 만큼 가까워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낯선 이방인을 맞이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사의 자리가 단순히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우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면 이제부터는 조금 더 신중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식사는 조직 내에서 관계형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비공식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조직의 문화는 물론 미래의 과제에 대한 논의와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원하시는 일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동안 해오셨던 긴박한 업무처리로 인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아도 됩니다.
팀에서 하실 일이 아주 많고, 기대도 큽니다.”
팀 이동이 있은 후 처음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새롭게 배정받은 본부의 담당 임원은 늘 그렇듯 차분한 어투로 말씀하셨다.
이미 예상치 못한 조직이동과 관련된 내막을 알기라도 하는 듯 나를 격려하는 말투였다.
사실 그 담당 임원은 이미 한차례 함께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도 했었다.
다시 봐도 차분함과 명석함,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한눈에 드러나는 듯했다.
종종 어릴 적 서울에 대한 모습과 일상을 얘기했던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자라고 대학을 졸업해 직장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나 생각해 봤다.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태도 또한 늘 예의를 잃지 않는 성향을 가진 분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점에 중점을 두고 대화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사조치에 나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이기에 별다른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여 년 전에는 '열심히' 하겠다거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이 겸손하고 절제된 최적의 표현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요즘은 '열심히' 만으로는 되지 않고, 확실한 성과를 창출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잘' 하겠다거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 표명이 더 중요한 듯하다.
실제로 신입직원의 면접과정에서도 인과관계를 떠나 이런 의지 표명에 높은 점수를 주곤 한다.
내심 대화 과정에서 격려를 좀 더 듣고 싶었지만, 역시나 말수가 적고 언행에 신중한 담당 임원은 더 이상의 말씀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 말미에 아쉬움을 달래듯 나에게 말씀을 건네셨다.
“식사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