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팀은 기존의 팀보다 규모도 작고 업무에 대한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그동안 그렇게 많았던 야근도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업무량이 한편으로는 허전함을 불러오기까지 했다.
마침 새롭게 팀을 맡은 후 단시간에 의사결정을 해서 계약까지 진행해야 될 일이 발생했다.
직장생활 경험이 있다면 다들 알겠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기획 단계를 시작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각종 내부승인도 필요하다. 업종에 따라서는 인허가 등 승인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빈번하게 일정에 차질이 생기곤 한다.
다행히 내가 종사하는 금융업은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지만 이번 사안은 그것과는 무관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젝트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만약 그 프로젝트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면 의사결정을 마무리 짓는 데는 무척 험난한 과정이 되리라 각오해야만 한다.
과업의 범위를 정하고 비용을 정량적으로 산출한 후 그것을 다시 경영진을 상대로 비용 지출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이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의외로 팀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위주로 일을 하는 팀들이 더러 있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회피한 결과인 것이다.
이들 팀들에게는 이런 까다로운 전처리 과정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과 늘 인력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입에 달고 생활한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나의 단계는 내부 검토 정도만 완료된 시점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될 일은 사업의 당위성을 증명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팀 업무가 생소한 영역이라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마음이 움츠러들어 자신감을 잃고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우선 제가 보고용 자료와 사업 추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님께서 검토를 해 주시고 의견을 주시면 다시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의 담당업무여서 일까 한눈에 봐도 친절해 보이는 인상으로 소통에 능해 보이는 그는 공손하게 나에게 얘기를 했다. 활달해 보이는 말투며 적극적인 행동은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나에게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듯했다.
"네, 시간이 많이 없어서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선 보고서를 작성해 주시고 마무리가 되면 함께 검토하도록 하시죠."
고마움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통상적인 절차에서도 실무자의 보고서 작성과 팀장의 검토가 일반적이지만 나의 경우는 실무자에게 위임을 하는 수준이었기에 그는 가슴이 벅찬 듯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직 업무파악이 부족해서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나 스스로도 민망하기는 했지만 짧은 일정 내에 차질 없이 잘 마무리가 되어야 했기에 적극적인 그의 도움 이외에 다른 대안의 선택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