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인점포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by 고요지안

매년 연초가 되면 사내 게시판에는 어김없이 ‘최저임금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가 게시된다. 해당 공지는 그해 변경되는 최저임금 수준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임금 체계 전반만 놓고 보면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 내용이라 가볍게 넘기곤 했는데, 올해는 유독 그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년 빠짐없이 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알리려는 취지도 있겠지만 근로기준의 규정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에게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할 책임이 있기 때문인 듯 보였다. 즉, 이 공지는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에 가까운 행위로 보였다.


분명한 점은 최저임금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인상되었다는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란 직전 연도가 아니라 몇 년 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절대적인 수치보다 상대적인 체감이 크게 작용하는 사안이고, 매우 민감한 주제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느껴졌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면 충분할 것 같다.


여러 매체를 통해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의를 접할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입장에서 최저임금은 단순한 임금의 기준선이 아니라 생계의 경계선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고, 더 인상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만약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실질 임금의 체감은 오히려 내려가는 만큼 사실상 생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단기 근로 중심의 구직자에게도 이는 중요한 기준이자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을 조금 바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인건비는 사실상 가장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상승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사업의 지속 여부와도 관련이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체 들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느 지인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건비 생각하면, 차라리 무인점포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점포들이 최저임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무인화의 등장이 누구에게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에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는 기사를 보면 이 문제는 쉽게 타협되지 않은 채 매년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의 부담과 고용 유지를 함께 고려하는 정부의 입장과 최저임금을 생계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노조의 명확한 입장 차이는 누가 옳고 그르다고 확실한 선을 그을 수 없다. 사실상 그들 모두의 논리와 주장이 명확해 보이고 설득력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한발 물러나 지켜만 보는 나의 입장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이 문제의 해법 찾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올해의 최저임금 10,320원이 노·사·정의 참여와 합의 속에 결정된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지 않고 약한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확정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