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진행되는 주간회의에서는 담당 임원께서 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업무 진행 현황을 점검하신다. 그런데 이번 주 회의는 조금 달랐다. 별다른 질문 없이 보고만 받으시며 회의는 다소 빠르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나 다른 안건이 남아 있었다.
“같이 논의를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을 찾기가 쉽지가 않네요.”
이어진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리 IT 조직과 현업 조직의 구성원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인력 개편이 진행 중이었고, 우리 팀원 중 누군가가 현업 조직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IT 조직과 현업 조직은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운영되어 왔다. 현업 부서에서 업무 요건을 제시하면 IT 부서가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이러한 조직 구조를 변경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기존의 역할 구분이 명확한 방식은 의사결정이나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은 분명히 있는 듯하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기업이 도입하는 방식이 IT 인력과 현업 인력을 하나의 팀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스쿼드(Squad) 형 조직은 특정 시스템이나 업무를 기준으로 현업 담당자, IT개발자, 데이터 전문가, 시스템 전문가 등이 하나의 팀을 구성해 기획부터 개발, 운영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 역시 이런 조직 구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속도를 들 수 있다. 새로운 기획안을 반영하기 위해 별도로 IT 조직에 전달하고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없다. 모든 업무가 통합된 조직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만큼 개발 주기도 짧아지고 요구사항에 부합한 긍정적인 결과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요구사항과 결과물 간 괴리가 크게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한 강점이다.
또한 결과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업 조직과 IT 조직 간 책임 공방으로 인한 갈등 역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이런 통합 조직의 운영은 조직 간 역량의 차이가 크고 자율성이 큰 만큼, 사내 기술 표준이나 내부규정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통합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고려가 될 부분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기존 IT구성원의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은 걸림돌로 작용을 한다. 소위 부서 이동으로 인한 경력 단절로 IT 전문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은 최악의 경우 구성원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조직 내에서 IT 담당자가 자연스럽게 현업 업무를 병행하게 되면서, 현실적으로 깊이 있는 IT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IT 조직 내부에서는 구성원 간 IT 지식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IT 조직과 현업 조직의 통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책임 구조 전반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구성원 개인의 입장에서도 전문성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큰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직 시장을 두고 보더라도 '정말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라는 의무심이 드는 애매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우리 구성원들이 현업 조직으로 이동을 하는 방식으로 해야 될 거 같습니다.
힘들겠지만 이동할 인력을 선정해야 되고, 부족한 인력은 경력과 신입 직원으로 충당이 될 예정입니다."
생각에 잠긴 굳은 표정으로 담당 임원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날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AI 영역은 자연스럽게 업무에 병합되어 개선과 발전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최근 IT 개발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개발자의 소스 작성을 지원하는 AI 기반의 '소스 어시스턴트'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수행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앞으로는 현업 인력이 AI를 활용해 업무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고, IT 인력은 이를 검증하고 개발하며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이번 조직 개편은 당장의 인력 재배치를 넘어 향후 일하는 방식 전반의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