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산티아고>
놀랍게도, 이 영화의 분류는 코미디이다. 주인공이 코미디언인데 알 수 없는 내용의 코미디로 영화를 시작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왜 웃긴지 모르겠다. 독일인들의 알 수 없는 유머 코드를 알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전체적으로 애매하게 흐른다.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눈으로 담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듯하다. 책에선 볼 수 없는 '야고보의 길'의 풍광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며 진행된다.(정확한 지역에서 촬영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영화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원작의 작가인 하페 케르켈링에 대한 이해가 받침 되어야 한다. 네이버 책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하페(본명은 한스 페터) 케르켈링은 1964년 레클링하우젠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그리고 네덜란드어를 할 줄 알며, 이것이 야고보 길에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1984년 방송에 입문, <하니라인(Hannilein)>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캥거루> <완전 정상> <하퍼가 나온다> <춤을 춥시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미디언, MC, 카바레리스트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황금 카메라상, 밤비상, 아돌프 그리메 상 및 독일 코미디상(2005)을 수상했다.
그런데 왜 순례길을 가..?
독일의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한 이유는 하페 케르켈링의 티켓파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이유를 들자면 베스트셀러 원작이 아닐까. 그래도 작가는 코미디언답게 공감을 잘 이끌어낸다. 산티아고의 길에 서면 어떤 생각이 들까. 먼저 800km라는 길이에 압도당하고, 수많은 여행자가 오가야 하는 불편한 시설들에서 짜증이 나지 않을까. 하페는 순례길을 걸으며 여러 고민들과 행동들을 하고 하다 말고, 다시 하기를 반복한다. 버스를 타고 도착해놓고서는 도장을 받으러 가고 이제 걸어야지 생각하고는 이내 택시를 불러타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우연한 계기들이 겹치면서 그는 다시 길을 나선다.
사람들이 믿는, 산티아고 길의 힘이란 무엇일까? 왜 누구든지 산티아고 길에 대한 맹신을 가질까? "그 길에는 힘이 있어.", "그 길을 완주하면 신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말들은 누가 하는 것일까? 질문들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헤매고 있는가. 그리고 버킷리스트에 '순례길 완주'라는 목표를 적어두었는가. 죽기 전 한 번이라도 순례길에 가고 싶은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떠나려고 하나요? 그 길고도 험하고 위험하며 고통스러운 길을. 이 질문에 대한 하페 케르켈링의 대답을 듣고 싶다면, 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완주를 달성한다 해도 세상이 기뻐해 주지도 않고 완주를 실패한다 해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올 수 있지만 언제든 떠날 수도 있다. 그렇게 길은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단지 놓여있을 뿐이다. 길을 걷는다. 단지 걷는다. 800km라는 오랜 걸음에서 오만 잡생각들이 머리를 드나든다. '여긴 너무 더럽군.','이 길은 차로가도 괜찮겠지?', '내 생각을 글로 적어놔야겠어.', '누군가 대화할 사람이 필요해.', '생각이 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야.'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 찬다. 마치 하페처럼. 순례자의 길은 살면서 겪는 고통들을 단순히 보여준다. 오래 걸으니 다리가 아프고 발은 부어오른다. 이내 물집이 잡히고 고통이 더해진다. 잠자는 곳은 시끄럽고 퀴퀴하며 벌레가 지나다니고, 먹는 것은 재료가 뭔지도 모를 검은 요리다. 움직이고, 자고 먹는 것이 '힘듦'이 전해져온다. 거기에 혼자라는 외로움까지. 어쩌면 모면할 수도 피해 갈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무너지고 실패하는 순간들이 오지 않는가. 조금 더 버텨보기로 한순간 그에겐 문득 깨달음이 온다.
당신과 나
하페는 우연히 본 소년의 낙서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그 길이 스스로를 위한 길이었음을. 나를 돌아보는 과정을 우리는 얼마나 쉽게 버려왔을까. '아직 괜찮아. 이정도면 괜찮은 거지.'하며. 나를 위한 일이랍시고 소파에 뒹굴고 휴식이랍시고 아무것도 하지않는 시간을 얼마나 보내왔는가. 순례길은 걷는 고난의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끔한다. 주위의 어떤 고통들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나의 힘을 빼앗아가지만 길의 끝에서 돌아보면 경험들은 나에게 몇배의 힘을 주었을 것이다. 나를 되돌아 보고 나를 힘들게하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그너머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천천히라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이겨나가자. "당신과 나"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고 언제나 밝은 표정을 짓는 하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