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 바디 원츠 썸>
[비포 시리즈], [보이 후드]로 유명한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각본과 연출은 [보이 후드]를 완성시키며 스타일의 완성 단계로 접어들려고 하는 것 같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서의 연출과 각본은 유연하고 유쾌하게 흐른다. [보이 후드]라는 큰 그림을 끝낸 뒤 가볍게 그리는 낙서 같다. 낙서도 그냥 낙서가 아니다. 감독의 낙서는 이미 선부터 탄탄하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잘 보지 못한 배우들이 나와 대학의 4일 전부터 파티를 즐겨댄다. 그들의 입엔 맥주가 마를 일이 없고 마약과 사랑은 덤이다. 장난기 넘치고 에너지 가득한 젊음은 신나게 어우러지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흘을 즐긴다. 4일 동안 4번의 파티. 날이 갈수록 파티의 수위는 높아만 간다. 감독의 20년 전 작품인 [멍하고 혼돈스러운]과 계보를 같이 하는 '파리투나잇'의 정신은 젊으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놀아야 한다는 낙관 가득한 무모함으로 가득 차 있다.
분위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장난기 가득하고, 욕도 가득하다. 대화의 강도는 F 단어의 빈도로 정해진다. 젊음은 가득하다 못해 넘쳐흐른다. 밤이면 밤마다 여자들에게 작업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신경이 거슬리면 쏘아대다가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 어떤 이유도 없다 그저 젊으니까, 자유로움이 가득하니까 신나게 논다. 내일의 걱정은 접어두고 신나게 논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대학 야구팀이다. 만나서 통성명을 하고는 파티를 열어 놀자고 한다. 야구 연습은 영화의 중반을 넘어야 한번 나온다. 그들의 젊음을 즐기는 방식은 그런 것이다.
시종일관 유쾌함 속에도 그들이 나누는 말들엔 개성과 각각의 생각이 녹아있다. 진지해봤자 진지한 척 멋있는 척한다고 놀림이나 당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영화의 후반을 지나며 나오는 이야기들은 앞의 말들을 완전히 이해시켜준다. 농담이고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은 후반부에서 이유를 보여준다. 한 번 보면 그들의 놀이를 즐기거나 보기에 좋고 두 번 볼 때면 '아 그래서...'하는 생각의 퍼즐들로 가득해질 것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스토리텔링은 낙서에서도 여전하다. 거장의 선이 살아있는 낙서를 즐겨 보자.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흔한 청춘물의 특성, '성에 대한 망상과 금기를 건드리는 마약, 남발되는 욕설 등을 자주 사용하고 무작위로 쏟아붓는 특성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다른 영화의 청춘들은 젊음의 취기에 취해 점점 혼돈스럽게 젊음을 쏟아내다 이내 진지하고 비판적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반면 [에원썸]은 가볍고 흐름이 자연스러워 몰입이 끊기지 않는다. 욕이나 농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캐릭터들은 해맑다. 어떤 의미론 순수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순수히 젊음을 즐긴다.
피네건, '핀'의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능수능란한 말솜씨만큼이나 유쾌하게 극의 분위기 조성을 돕는다. 식당 아줌마에게 "넌 여태껏 뭐 해, 졸업한 지 알았더니"라는 물음에 "그냥 느낌상 오래됐다고 느끼는 것뿐이에요 말하는 그는 해맑기 그지없다. 과하지 않게 장난기 넘치게 넘어가는 그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과하게 흐르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을 걸던 자신을 훼방 놓던 친구들에게 지금에 집중하라고 꼬집는 그다. 말재간과 진지함으로 핀은 친구들을 중재자처럼 조절해낸다.
야구 훈련을 하고 나서는 자연스레 이야기는 정리되고 불안과 진지한 것들이 섞여 나온다. 다 생소하고 유혹도 많다고 하는 '뷰터'에게 경쟁심을 가지라는 데일, 위장 입학이 들켜버린 서른 살의 윌러니, 야구장에선 여자 얘기,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야구 이야기를 하는 팀원들을 꼬집는 핀까지. 진지한 말은 농담으로 받아넘겨 지거나 흘려보내진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게 좋다던 제이크는 들어간 수업에서 두 손을 엎고 잠들어 버린다. 불안한 청춘의 미래는 4일간의 커져만 가던 파티 스케일과는 달리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젊음을 즐기는 동안 말이다.
아름다운 경치와 환경에 취해 사진을 찍어대던 사진가는 어처구니 없이 죽는다. 사진만 생각하며 찍다가 자신의 발밑을 보지 못하고 실족하는 것이다. 젊음에 취해 파티를 돌아다니는 동안 누적된 피로는 첫 수업부터 제이크를 잠들게 한다. 타이론은 교수를 "젠장", "저 망할 놈(교수를 지칭함)은 누구야?"라는 허세만이 남은 욕설로 무시한다. 교수가 쓴 '한계는 우리가 찾은 곳에 있다'는 제이크와 타이론의 눈에 들지 못하고 그들이 감는 눈을 막을 수 없다. 젊음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