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끝나지 않는 책임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by 골방우주나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알란 릭맨을 추모하며.


일부 전쟁사학자 들이 말하길, 인류는 전쟁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다고 한다. 사실 현대 기술의 상당수가 전쟁기술, 무기와 방어기술 등에 빚을 지고 있다. 가령 인터넷이나 GPS 신호 같이 미군에서 시작한 기술이 민간에 풀려 생활 속 깊숙히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전쟁은 더 편리하게, 더 강력하게를 추구하며 기술들을 발전시켜왔고 이제 앉은 자리에서 무인조종을 통해 첩보와 폭격을 실현한다. 군인에 대해 하는 우스갯소리로 버튼 하나로 기지가 쑥대밭이 될텐데 뭐하러 훈련을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비슷하게 "핵폭탄 하나면 다죽어"도 있다.) 클릭 한 번 혹은 앉은 자리에서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정말일까? 이 영화는 질문에 답하고 나아가 다른 질문들을 던진다.

작전명 왜가리. 출처 : 네이버 영화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때하나 타지 않은 군복을 차려입고 말끔하게 출근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국으로 '출장' 온 벤슨 장군은 아이의 기념품을 산다. 여태 보아왔던 살벌한 평원, 황폐한 사막이 배경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조금 엄폐된, 상황실 세 곳, 드론 조종실, 합동사령부 작전통제실, 참모부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상황은 전송된다. 하늘 위 멀찍이서 드론이 찍어보내는 영상들은 각각 상황실로 보내진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사람들은 앉아있다. 전쟁스릴러의 역동성을 담당하는 것은 드론들 뿐이다. 적의 기지 위를 살펴보는 정찰 드론부터 안을 살펴보기 위한 작은 딱정벌레형 드론까지. 인물들은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릴 뿐이다.
정적인 장면에도 몰입도를 이끄는 것은 충돌하는 의견에 있는 질문들이다. '영국 시민권을 가진 대형 범죄자를 케냐의 땅에서 사살하는 것이 마땅한가?', '대형 범죄를 계획하는 것으로 사살할 명분이 생기는가?' 상황실 모니터에 나오는 상황들은 모두 정치, 법, 윤리, 사회적 질문들이 머리에 가득차게끔한다. 각국의 장관급 인물들이 모여 윤리적 책임, 법적 책임, 정치적 영향력 등에 대한 판단들을 주고 받는다. 모든 의견들은 어느정도 질문에 대해 답하지만 결정을 내려주진 않는다. 책임은 상향 보고의 방식으로 미루어진다.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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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비스킷과 함께하는 작전 타임 출처 : 네이버 영화

대사 하나하나가 깔끔하게 정돈되고 물려있는 영화였다. 정적인 전쟁영화라는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 것도 특이하고 흥미롭다. 극의 서스펜스를 잘 조율해나가는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위플래쉬를 만든 제작진이다.) 영화 속에서 난무하는 윤리적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려고 생각해가며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답을 내리기가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이 인 더 스카이> 메인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25419&mid=31030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탁상공론과 온갖 추측치만이 떠돈다. 그 중 아무도 확실한 것을 보장할 수 없고 상황은 엉키고 엉킨다. 테러리스트들이 자살 폭탄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상황으로 전개된 후, 작전 목표는 사살로 변경된다. 테러리스트들이 모인 장소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 사살을 계획하고 작전 승인이 나온 상황,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조종사는 발사 메뉴얼을 따르는 도중 목표지점 주위에 빵을 파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 민간인 치사확률 재산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확실한 사살을 위해선 아이의 치사확률은 60퍼센트에서 내려가지 않는 상황. 파월 대령은 산정치를 임의 수정하여 보고를 올린다.

아이가 죽을 확률은 이제 45%입니다. 작전을 승인해 주시겠습니까?

빵을 모두 사서 아이를 집에 가게끔하려는 시도도 실패하고 시간이 지나며 내부 상황을 전송하던 드론도 연결이 끊기며 정보는 차단되며 보는 이를 애타게끔 한다. 그런 상황에서 45%라는 50%를 밑도는 '낮은'확률은 이내 결정권자의 마음을 흔든다. 추측치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잘 말해주는 상황이 아닐까. 지구 반대편에 일어날 '헬파이어'의 사태는 단지 50%보다 5%포인트 낮은 45%의 확률로 결정이 이루어지다니 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된 아이의 비치사확률은 55%의 추정치에 맡겨져 버린다. 누구도 아이에게 닿을 수 없고, 어서 피하라고 알릴 수도 없는 상황만이 계속 된다. 그것을 바라보는 극 안의 인물이나 관람객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곤 애타게 소리치는 것 밖에 없다, 마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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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중. 출처 : 네이버 영화

작전 상황이 종료된 후 각 상황실에 있던 사람들은 각각 퇴근을 향한다. 모두가 애타게 소리친 만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서. 격정적인 상황, 전쟁의 한가운데서 급격하게 빠져 나온다. 다시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하며,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며, 12시간의 휴식을 받는다. 퇴근 후 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거운 질문들을 마음 속에 남긴채 말이다. 윤리적 선택에 답은 없다. 그저 마음에서 애타게 소리치는 소리와 상황을 가능한 모두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고 책임을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이 제 아무리 버튼 하나로 몰리는 상황이 와도 그렇다. 고뇌의 모습은 달라져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리를 하고 자리를 나서려는 장군에게 한 '고위 관계자'는 그들의 잔혹함이 편안한 선택에 있다고 비난한다. 커피와 비스킷이 함께하는 곳이 단지 전쟁의 먼 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장군은 군인다운 말 한 마디를 남긴다.

절대로 군인에게 전쟁의 대가를 모른다고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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