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의 음악처럼

영화 <마일스>

by 골방우주나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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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야기라기 보단 '마일스'스러운 이야기다. 흔한 전기 영화가 가져다주는 인물의 삶과 일 그리고 갈등의 결합을 통한 어떠한 결론을 내려고하지 않는다. 마치 모달 재즈처럼 변화가 심하다. 시각적, 시나리오적, 사운드적 변주를 통해 '마일스스러운' 영화에 다가가긴 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새로운 시도에 불과해야 했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의 전기를 다루는 것도 힘들겠지만 후반부 정리되지 않은 프레임들과 시종일관 부어대는 이미지들의 결합은 너무 자신의 흥에 취하지 않았는가. 물론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시각적 효과나 청각적 효과들 중 몇몇은 과감하고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 영화라면, 마일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적어도 무언가 남겨야만 했다.

%B8%B6%C0%CF%BD%BA%B5%A5%C0%CC%BA%F1%BD%BA.jpg?type=w1 2프로가 부족해


시도도 흔적을 남긴다. 좋은 시도들 다음엔 거장들이 짠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마일스]의 경우는 아쉽다. 돈 치들의 연출이나 연기를 떠나서 자유로움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듯하다. 재즈 음악, 특히 모달 재즈의 경우 연주자에게 코드라는 체계에 갇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방향을 잡고 상상력으로 음을 채우는 재능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내러티브가 있어야했다. [마일스]에선 네러티브, 이야기의 진행보다 흔들리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이 가진 역사에서 어두운 부분을 찍는 것이다. 모달 재즈의 자유로움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리고 독은 영화의 내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자신의 무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마일스가 주는 불안 조금, 사랑이 주었던 삶의 아픔 조금, 음악에 대한 생각 약간을 섞는데 그냥 섞는 것도 아니고 머랭처럼 빠르게 쳐야하는 상황이다. 마일스라는 소재는 좋은 부분이 많아서 욕심이 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과한 소재 욕심은 화려한 무기들을 제각각 한번씩 써보는 시도에 불과하게 했다. 비중 분배와 확실한 중심 이야기선이 아쉽다. 그래서 [마일스]는 '마일스스럽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아니다.

%BC%D2%BC%C8%B9%C2%C1%F7.jpg?type=w1 이건 재즈가 아냐 소셜 뮤직이야.


*주의 : 아래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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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8%B6%C0%CF%BD%BA.jpg?type=w1 가장 아쉬운 점은 연주 장면의 싱크로와 몰입도이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화란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플래쉬]와 같은 몰입도를 기대했다. 연주에 집중하는 마일스의 모습과 그가 만들어 내는 끝이 없는 변화의 연속이다. 모달에서 시작한 그의 음악이 락, 일렉트릭과 결합하며 퓨전 재즈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마일스다운 장시간에 걸친 연주가 필요했고 영화의 10분정도는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마일스]에선 연주 장면들에서 돈 치들의 연기도, 음악에 대한 집중도도 끌어올리지 못한 채 화면을 전환하기 바쁘다.
변주의 과정을 모티프로 연대기를 써내려 간다면 충분한 스토리텔링과 무게감을 지니지 않았을까.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고작은 변화들을 겪어나간다. 이러한 변화에는 그의 삶이 추구하는 형태, 항상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그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녹아들어 있다. [birth of cool]에서 [kind of blues], [bitches brew]로 이어지는 그의 음반들에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삶도 그러했고 그러했으리라 상상한다. 그러나 돈 치들의 [마일스]는 필자가 상상해오던 것과 많이 떨어져 있다.

%B8%B6%C0%CF%BD%BA%B5%A5%C0%CC.jpg?type=w1 무엇이 마일스의 본 모습인가?


어떤 시기가 어떤 모습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본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관점에 따라 같은 사람을 달리보듯 마일스 데이비스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누구나 마일스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돈 치들과 나의 견해는 다르다. 그러나 돈 치들이 다룬 음악을 연주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마일스의 매력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하고 많은 것을 혼자선 해낼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마일스 데이비스 말이다. 그런 무기력한 마일스의 매력을 괴팍한 인상을 쓰고 총을 쏴대는 겉모습과 대조되는 속의 말들을 빠른 편집으로 늘어놓음으로써 무기력과 슬픔에 대한 강조를 꾀한듯 하다.
그렇게 영화 [마일스]는 만들어 진걸까. 마약에 익숙하게 취하고 담배를 불어내는 텁텁한 입에서 부는 악기의 소리로 [마일스]는 그려내 진다. 경이롭거나 화려하고 집중이 확 되진 않지만 인간적이고 흐지부지하며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마구 늘어놓으며 말이다. 마일스의 자유로움 이면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돈 치들의 관점에서 본 [마일스]를 본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영화에 나오는 사람은 마일스 데이비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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