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여행 중 짧게 든 생각.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어제 미리 써놓은 영화 리뷰도 다떨어져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한국가면 다시 열심히 써서 1일 1글을 위해 채워넣을 생각입니다. 이 글은 짤막한 생각과 변명을 담고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며 먹은 음식들에선 간장의 진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600년이나 되는 시간을 이어온 전통의 소바집에서도, 오사카의 오코노미야끼를 파는 맛집에서도 말이죠. 간장은 단순히 숙성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과정에는 엄청난 노력과 고민들이 필요하죠. 최선의 상태와 맛을 만들기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간장은 글쓰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인생에 대한 글을 쓰는 것과 유사합니다. 배움과 생각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다루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영화의 주인공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이 바뀌어 가는 것에 대해 글을 씁니다. 자연스레 영화와 관련된 지식들이 필요함을 체감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검색, 혹은 다른 분들의 글을 읽기도 하죠. 영화라는 하나의 경험에 여러 경험들이 겹쳐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한 부분에 대한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것을 글로 쓰면 삶에 대한 글이 됩니다.
여행도 영화와 비슷합니다. 다만 직접 경험하는가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가의 차이정도가 있을까요. 길을 잃어 다른 곳을 한참 헤매서 다리는 퉁퉁 붓고 무릎은 시큰해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고 새로 알게된 지식과 생각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처럼 여행은 힘들고 때론 슬프지만 행복합니다. 여러가지를 보고 배우고 겪고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만큼 보아도 모르는 것이, 달리 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을 직접 겪고 배우고 있습니다.
깊은 간장의 맛은 그런 경험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인내하고 기다려서 얻은 간장의 맛을 끊임없이 발전시켜가며 얻은 것이겠지요. 겪고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맛이 들어갑니다. 되돌아보며 나의 글, 나의 간장은 얼마나 맛이 들었나 생각해봅니다. 수백년의 전통을 이은 간장처럼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글을 쓸 수 있게 노력하자고 다짐하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