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 대한 짧은 생각을 글로 써보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총칭하는 범주는 '실제 사건을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상물' 정도가 되겠다. '보통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은 역시 허구성이다. 보통의 영화는 허구를 바탕으로 감독, 작가 등 제작진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찍게 된다. 어떤 의도(들)에 의해서 촬영, 편집된 영화들은 마찬가지로 '의도된 허구'를 활용한다. 반면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건을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와는 다른 출발점을 갖고 있다.
영화가 허구성을 갖추게 된 과정은 생각보다 뻔할듯하다. 관객들은 타인의 지루한 일상 기록을 보는 것에 지쳤을 것이다. 소설처럼 허구일지라도 더욱 극적인 영상물을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상의 제작자들은 허구를 가미한 영상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연출된, 편집된 영상들을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다큐멘터리는 타인의 지루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기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상 기록일 뿐인가.
필자가 다큐멘터리를 처음 접하고 보였던 반응은 '1. 뭘 찍은 거지? 2. 언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거야? 3. 지루해'였다. 아마 동물의 모습을 다룬 다큐였을 것이다. 꾀나 다수의 사람들은 다큐멘터리가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초기 영화의 관객들이 했던 불평과 비슷한 말을 늘어놓으며 불만을 표할 것이다. '지루해', '어떤 긴장감도 없잖아?' 하는 불만을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째서 이 기록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상이 TV의 한 프로그램으로서, 영화관의 상영작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일까.
영상 기록이라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는 허구성 없는 사실을 담은 영상이어야 한다. 사실에 대한 족쇄는 다큐멘터리가 가진 한계 요소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특이성을 담아낸다. '사실'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고증이나 검증이 확실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촬영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심이 이루어지고서야 카메라에 영상이 담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한 촬영은 '순간적'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반복될 수 없는 특이성을 지닌다. 다큐멘터리가 촬영한 사건의 순간들은 촬영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지고 촬영 대상의 진솔한 순간을 담고 있다. 수 십 번의 촬영 중 최고의 한 컷을 찾는 영화와는 다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만들어 진 것'이라기보다 '잡히는 것'이다.
이러한 진솔함을 기록한 순간은 다큐멘터리가 가진 큰 매력이다. 그러나 일부 다큐멘터리의 방식들, 재현이나 재연의 방식을 통해 '연출'된 상황을 찍어내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록 영상으로서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키지 못한 것 아닌가?
재연은 이미 찍지 못한, 지나가버린 시간에 담긴 영상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 물론 기록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연출'이 가미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해보아야 할 것은 '제작자의 시선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이다. 영상이란 결과물을 낳는 초기 촬영의 단계에서부터 제작자의 시선은 시작된다. 제작자는 자신만의 시선을 지닌 채 대상을 분석, 검증해가며 영상물로 편집하여 '재현'한다. 다큐라는 결과물은 온통 제작자의 시선으로 본 것을 담아둔 영상물인 것이다. 촬영이란 '행위'는 어떤 의도도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찍어서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란 없는 것 아닐까.
다큐멘터리의 의미는 영상이 특정한 시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방해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특정한 시각은 세계에 실재하는 사건을 드러내는 다양한 시선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시선의 교차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다큐멘터리는 모르고 지냈을지 모르는 무언가의 이면을 들추는 신선한 시각으로, 새로운 생각을 일깨우는 것으로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