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o be Bourne!

영화 리뷰 <제이슨 본>

by 골방우주나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두터운 팬층의 시리즈 '본'

2007년, 아픈 몸을 이끌고 사라진 제이슨 본은 자신의 이름 그대로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살아있는 것에 목적을 둔 채. 맷 데이먼이 맡은 4번째 '제이슨 본'이고 그린그래스녹색풀 감독이 맡은 3번째 본 시리즈이다. [본 레거시] 이후 적잖이 실망한 본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 레거시도 또 다른 본 시리즈로 3편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9년 전,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의 연작을 통해 '본 시리즈'의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 [제이슨 본]은 3편의 영화에 아쉬움이 남은 팬들을 달래기 위해 만든 기념작 같다. 영화를 짧게 평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머리가 희끗해 중년을 향하는
시리즈를 위한 원조의 깔끔한 마무리


그래도 돌아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본 시리즈를 관통하는 키워드, 유려한 액션 시퀀스와 실감 나는 촬영 기법 등이 영화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아마도 긴장이 흐르는 근접 액션 신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몸으로 하는 언어에 뛰어났던 제이슨 본이 보여주는 근접 액션은 길게 끌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한두 방으로 짧게 끊어 가버린다. 본과 비슷한 실력을 가졌던 앞선 작품들의 암살자들에 비해 난투 액션이 약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박진감 넘치는 근접 액션! 을 바라기엔 본은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본 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대형 액션' 그러니까 자동차 등의 탈것을 활용한 액션은 좋았다. 후반부에 나오는 자동차 액션은 몰입도가 상당하고 긴장 정도를 조절하는 과정이 좋았다. 파괴 왕 '할리우드식'이 많이 가미된 듯한 느낌은 받았다. 하지만 나이 든 주인공이 예전과 같이 볼펜으로 CIA를 박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이 와 닿긴 했다. 실제로 본은 헤더 리의 사이버 공격에 손쓸 방법 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이런 상황들이 본의 마지막 시리즈를 바라보는, 앞의 시리즈와는 약간은 다른 관점이 생기게끔 한다.

헤더 리
신세대와 구세대를 보여주는 세대 차이 영화..


영화 전체적으로 본에게서 페이드아웃하는 느낌이다. 더 이상 제이슨 본 만으로 스토리는 끌려가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헤더 리는 CIA의 새로운 사이버 팀장이다. 그녀가 본 추적을 총 담당하는 직책을 맡게 되는데, 본을 담당하는 지휘관이 사이버 팀장이라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근접 암살, 극비 임무 만이 첩보전의 정수가 아니라고 말하는듯하다. 영화의 시작을 주름잡는 그녀의 사이버 추격전이나 해킹 프로세스는 꾀나 흥미롭게 구현되어 있다. '본 시리즈'가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초반 이후 헤더 리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반전의 요소들이 만들어진다. 그녀는 본 만큼이나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꾸려나간다. 사이버 팀장이 주로 활약할 때마다 본은 대책 없이 당할 때도 있다. 상황마다 갈등 관계는 새로 설정되고, 이해관계는 달리 축적된다. 그렇게 본을 중심으로 하던 본 시리즈의 3부작과는 조금 다른 면들을 보인다. 전보다 시간이 흐른 본의 나이와 정보전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에서 본의 주특기는 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근접 전투 씬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된다.
[본 얼티메이텀]의 액션을 바라는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더욱 발전된, 더욱 엄청난 액션은 없다. 차라리 [본 얼티메이텀]을 다시 보는 게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이슨 본]은 이전까지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시리즈의 마무리다. 본 시리즈는 그만의 색깔로 많은 팬층을 만들어 왔다. 시간이 지나 [제이슨 본]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달고 왔다. 그리고 이제 팬들에게 위트 있는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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