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이 그려내는 영화

영화 리뷰 <콜레트럴>

by 골방우주나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의 : 아래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나 주요대사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오늘의 영화 이야기는 [히트], [마이애미 바이스]와 같은 범죄 영화를 주로 다루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콜래트럴]이다. 이전에 보지 못한 영화였는데 리뷰 요청을 받아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쓴다. 간단한 느낌으로 [콜래트럴]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적인 소설' 같은 영화다. 소설의 매력은 빈자리를 채워가며 읽어가는 매체다. 소설작가는 자신의 생각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담아 흘려보낸다. 철학적인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일상적인 표현들은 여러 의미에 걸쳐있지만 어떤 의미도 명확히 포착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런 소설의 특징을 갖고 있다.
혹 당신이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이 리뷰를 보고 있다면 영화를 먼저 찾기를 바란다.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이 리뷰를 보는 것은 온전한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것을 잠시 멈추어두고 더 이상의 정보 없이 영화를 보라. 맹탕 모르는 채 집중해서 보라. 그리고 많은 궁금증과 생각들을 들고 다시 이 글을 읽으면 좋겠다. 자, 영화를 보고 왔는가? 그럼 [콜래트럴]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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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하룻밤 이야기

[콜래트럴]의 중심에는 두 남자가 있다. 택시기사 맥스와 살인청부업자 빈센트.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와 두꺼운 안경을 쓴 편안한 차림의 맥스, 희끗하게 뒤로넘긴 머리와 검은 썬글라스를 쓰는 정장 차림의 빈센트의 대조부터 긴장이 흐른다. 그렇게 두 남자의 대립각이 생겨나면서 영화는 전개된다. 빈센트가 죽인 첫번째 타겟이 맥스의 택시 위로 떨어져 버린 것. 깜짝놀라 뒷걸음 치던 맥스는 덤덤히 주위 상황을 살피던 빈센트를 본다. 이내 빈센트가 살인을 하고 돌아다니려 자신의 택시를 전세 낸 것을 알게된다. 이 때부터 맥스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물(colleteral)로 잡히고 운전이라는 이자를 빈센트에게 제공한다. 맥스는 자신은 갈테니 자신의 택시를 가져가 버리라고 한다. 빈센트에게 필요한 건 편히 다닐 수 있는 택시라는 위장이라 생각한듯하다. 그러나 맥스는 이미 빈센트에게 놓칠 수 없는 위험 부담이다.
불운히도, 맥스가 빈센트를 태우는 것은 당연했다. 우연히 다른 택시를 잡으러 갈 뻔한 빈센트를 자신이 잡음으로써 불운을 초래하는것도 빈센트의 앞손님인 애니를 태워다주는 것부터 시작된 일인 것이다. 애니를 태워다 줌으로써 그녀와 관계 있는 사람을 태우리라 누가 생각하겠냐만은 말이다. 그리고 만약 첫번째 타겟이 그의 택시 위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단지 수입이 짭잘한 하루로 남지 않았을까. 불쌍한 우리의 맥스, 눈앞에 놓인 불운에 맥스는 힘없이 당하고만다.

%B9%DE%BE%C6%B5%E9%BF%A9.jpg?type=w1 그린피스에 후원이라도 해봤어?


"상황이 바뀌었으니 적응해야지. 다윈, 주역 그런거 있잖아? 받아들여 맥스." 택시를 처음타던 순간부터 산만과 단절을 이야기하는 빈센트가 말한 대사이다.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이 그에게 중요한 일로 비춰진다. 자기확신을 가지고 침착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인물이 빈센트이다. 그런 빈센트에게 맥스의 어설픈 윤리관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모르는 이를 어떻게 죽이냐는 말에 그럼 아는 이를 죽이냐는 대답, 르완다를 말하며 타인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 심각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왜 신경을 안쓰는지에 대한 질문들. 맥스는 반박하지 못한다. 맥스는 빈센트만큼의 자기확신과 냉정함을 가지지 못했다.

니 놈이 내 일을 망쳤어!


맥스는 위기의 순간 동정에 호소한다. 죽이지 말라,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 않느냐(재즈맨 대니얼), 그는 날 믿어준 경찰이었다(클럽을 나오며) 같이 말이다. 빈센트는 그런 맥스에게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이건 내 일이다.", "내가 널 살렸다." 처럼. 보다 앞선 사건들에서 빈센트는 맥스를 통해 자신의 말들을 한다. 첫번 째,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가던 중 경찰에게 정차를 당했을 때 맥스에게 사건을 풀기를 원한다. 맥스는 어설픈 거짓말들로 상황을 운좋게(아무런 살상도 없이) 극복해낸다. 두번 째 상황은 택시 관리를 담당하는 레니의 무전 통신이다. 차가 부서졌다는 말로 수리비를 내놓으라는 레니에게 "다시 그렇게 사기치면 X꼬에 택시를 박아버린다"는 빈센트의 말을 맥스의 입으로 전한다. 맥스가 12년의 운전 경력 동안 한번도 해본 적 없을 듯한 말을.
대니얼이 죽고난 후 맥스는 처음으로 'colleteral'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다. 자신은 담보물일 뿐이라며 절망 한다. 답을 맞췄다고 생각했던 대니얼을 빈센트가 가차없이 죽이는 것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떠올린 것이다. 담보물로 잡혀있다가 결국엔 갚아질(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보러가며 담보물은 점점 많아져만 가게 되자 맥스는 '꿈틀'한다. 서류가방을 들고 도망치다가 그 서류가방을 도로에다 던짐으로써 빈센트의 일을 망쳐버린다. 이 행동으로 빈센트는 일관된 침착함을 벗어나 처음으로 흥분한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던 모습은 없고 전력질주해서 맥스를 잡고 소리친다. "니가 내 일을 비틀어(screwing)버렸어!" 이로 인해 맥스는 '우연치않게' 빈센트의 일에 더 깊게 휘말린다.

산타클로스와 페드로.jpg

펠릭스와 만나 하는 '산타클로스'이야기는 맥스의 변모를 확연히 드러낸다. 산타의 비서 페드로에 대한 이야기인데,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를 만날 때 페드로는 나쁜 아이를 만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서 펠릭스는 자신을 산타에, 맥스를 페드로에 비유하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꼬였다. 맥스는 빈센트가 아니지만 빈센트의 역할을 하게 되고 자신이 빈센트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에 있게 될 때 빈센트의 말, "상황이 바뀌었으니 적응해, 다윈, 주역.."이라 말하며 상황을 극복해낸다. 빈센트의 입장에 서게 됨으로써 빈센트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빈센트를 추적하던 이들에게도 맥스가 빈센트라는 오해를 낳게되는 계기를 주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맥스는 크게 능동적으로 변모한다.

%C1%F6%C4%D1%BA%B8%B0%ED%C0%D5%B4%D9.jpg?type=w1 다른 곳을 보는 맥스와 맥스를 보는 빈센트

이 후 한국 클럽이라는 (외국인의 시점에서) 익숙치 않은 장소가 등장한다. 한국 사람이 들어도 뭔 노랜지 모를 음악이 클럽에 흐른다. 처음 영화의 30분동안 소식도 없던 경찰은 첫모습을 드러낸 후 한참 뒤 모습을 다시 드러내더니 클럽이 가까워 질 때쯤(맥스가 펠릭스를 만나는 씬) 씬에 자주 등장한다. 첫 수사부터 맥스를 믿던 패닝 형사는 맥스에게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맥스 스스로도, 보는 이들도 맥스의 새로운 전개를 기대하던 찰나 총알 두 방에 패닝 형사는 힘없이 쓰러진다. 맥스의 멀리 있는 조력자로 맥스를 구할 수 있고 유일하게 믿던 이가 힘없이 쓰러진 모습에 맥스는 무참하게 무너진다. 택시를 이리저리 박으며 출발할 만큼.
이 후의 씬들에서 서로 오가는 대화가 영화의 핵심적인 갈등을 차분히 정리해낸다. "살고 죽는 데는 이유 따윈 없어", "꿈이랍시고... 그냥 소파에 앉아서 TV시리즈나 보겠지."와 같이 맥스를 쏘아대는 빈센트의 말, "사람 마음 속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는데 당신은 없어요."와 같은 맥스의 말이 각자가 서있는 생각을 말해준다. 이 후 "원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었어",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 같은 말을 하며 맥스의 변모가 진행된다. 내리막 길을 내려가던 택시는 오르막 길로 전환되며 점점 속력을 낸다, 마치 바닥을 찍고 튀어 오르듯. 택시가 아슬아슬하게 코너들을 돌아나가면서 속력은 점점 고조되고 빈센트가 맥스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말린다.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격앙된다. "Go fxxx yourself"라는 말과 함께 맥스는 차를 뒤집어 엎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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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빈센트를 겨누는 맥스

이쯤하고보니 힘없이 불운을 맞았던 맥스는 처음과 달라졌다. 두 차례의 절망(재즈맨 대니얼의 죽음, 패닝 형사의 죽음)을 넘긴 맥스는 빈센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차를 뒤집음으로써 맥스는 빈센트의 담보물이 아닌 대적자로 선다. 경찰을 때려눕히고 지나가던 이의 핸드폰을 빼앗아 쓸만큼 냉정해졌다. 자신(의 사람)을 위해 어설픈 착함을 버리는 빈센트 같은 인물이 된 것이다. 맥스는 스스로 움직이며 빈센트에 대적한다. 반대로 빈센트는 "난 살기 위해 이 일을 해"라며 위협받는 자신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맥스는 자신과의 좋은 인연, 애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을 만나게 한 인연은 다시 마지막에 와 서로를 대적하게 하는 상반된 목적이 된다. 지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싸움이 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맥스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빈센트와 맞서 총을 쏘는 장면에서도 특징은 극명히 드러난다. 앞선 살인들처럼 가슴에 두발, 머리에 한발을 노려 쏘는 빈센트와 팔을 크게 둘러가며 주위로 총을 쏘는 맥스. 직접적으로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빈센트와 애둘러 상대를 저지하려는 맥스의 입장이 대립되는 순간이었다. 더이상 쏠 수도 없는 총을 빈센트에게 겨누며 맥스는 "이제 다음 역에 거의 다왔어."라고 한다. 그러자 "맥스, 한 남자가 뉴욕 메트로를 타고 죽는다면 누구라도 알아챌까?"라는 질문을 남기고 빈센트는 죽는다. 그가 처음 맥스의 택시를 타고 했던 말을 남기며 말이다.

날이 점점 밝아오며, 지하철에 앉아 스스로의 말처럼 무관심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향하는 빈센트. 그리고 당당한 모습으로 애니를 보호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맥스. 멀어지는 지하철과 멀리서 다가오는 차들의 불빛이 눈에 띄며 영화는 막이 내린다. 맥스는 당당히 그의 삶을 막아낸 영웅으로 남는다. 영화를 두번 째 보며 맥스의 변모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는 불운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힘없는 존재 였다가. 절망의 순간들을 극복해내며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심지어 그를 돕는 조력자마저 살해 당한다. 그러나 맥스는 빈센트와 있는 시간동안 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들로 대적하며 자신을 지켜낸다.
"거울을 봐 맥스" 빈센트가 한 번씩 맥스에게 하던 말이다. 그러나 거울로 바라보던 것은 빈센트의 얼굴이었다. 자기확신을 가진 빈센트도 스스로가 불확신스러운 맥스에게도 서로를 바라본다. 그럼으로써 맥스는 스스로를 찾고 온고히 해나간다. 맥스의 성격이 급변하며 택시가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튀어오르는 장면들, 그 자동차 씬이 이 영화의 '영화적 순간'이다.
곳곳에 시각화된 소설적 표현이 보인다. 인물들의 옷차림부터 택시라는 분할 되지만 이어진 공간의 배경까지 시각화, 영화화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어있다.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인물의 생각이 담긴 대사는 리얼리티를 담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있다. 상황 안에서 리얼리티를 담은, 현실적인 대사들은 인물의 생각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이런 감독만의 리얼리티, '리얼리스틱 연출'은 음악의 활용에서도 볼 수 있다. 배경에 깔리는 음악(재즈바에서의 연주, 한국클럽음악, 차 안의 음악)을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작 중요한 씬에서는 감정을 건드리는 음악들을 배제한다. 여운을 남기는 정도로 음악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런 활용은 주요 내용, 시각적 리얼리티를 극대화한다.

본 리뷰는 추천 받은 영화를 토대로 작성 되었습니다.
좋은 영화를 소개해준 추연우 형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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