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방우주나 Sep 21. 2016

영화 리뷰 [소스 코드]

균형 잡힌 짜임새의 SF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2011년 5월 4일 개봉 영화다. 던칸 존스 감독의 연출 작품이다. 던칸 존스 감독은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을 연출한 감독이다. 2011년 만들어진 [소스 코드]는 던칸 존스 감독과 제이크 질렌할의 발견을 이끈 게 아닐까 한다. 물론 던칸 존스는 워낙 유명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었지만. (영국의 글램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와 미국의 모델 앤절라 버넷이 던칸 존스의 부모님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본명은 데이비드 로버트 존스다.

 'SF 액션의 진화'와 강렬한 붉은 4글자의 '소스 코드'를 내세운 포스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국내에서만 1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다. [소스 코드]는 SF적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드라마틱함을 놓치지 않는 '따뜻한 SF'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SF의 핵심인 '소스 코드'는 인간의 단기 기억 공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기억 공간에는 8분 간의 삶이 녹화되어 있다. 이 '소스 코드'를 활용하여 영화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 나간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계속 봐서 인상 깊음

*주의 : 아래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나 주요 대사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때로 그 자체로 비극이나 희극인 경우가 있다. [소스 코드]는 SF라는 가상의 기술을 이용해서 삶의 일부를 되돌아본다. 콜터가 들어간 소스 코드 내부는 션 패트리스의 마지막 기억이다. 단 8분의 시간이 주어진 끝에 닿아있는 삶. 영화는 특이한 상황의 상정을 통해 삶의 일부, 죽음에 직면한 삶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비극 앞에 삶이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바뀌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콜터는 정신만이 남았지만 엄연히 자신의 생각을 가진 주체이다. 소스 코드에 접속하고 나서 콜터가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라. 콜터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을 션 패트리스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콜터 스티븐스라고 말하고 콜터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그에게 항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하는 의문을 던진다. 콜터는 션의 기억을 엿본다. 콜터는 타인의 죽음을 엿본다.

 그가 첫 번째 소스 코드로 들어가자 자신의 죽던 때 들었던 "다크스타 여긴 게이터 6"가 머리 속에 울린다. 그리고 자신이 소스 코드 안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는 마치 처음 온 곳인 양 행동한다. 죽음이라는 비극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근간을 찾아 애쓰다가 이내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자의식으로 돌아온다. 허무한 죽음과 얼떨떨한 생존이다.

 두 번째에선 자신의 유한한 죽음에 대해 알고 있고 모든 것이 가짜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에선 무의미하게 인도인을 의심한다. 그리고 큐브로 돌아와 추위를 느낀다. 추위는 그가 소스코드의 한계를 넘어서 세계에 간섭했기 때문이다. 소스 코드의 규칙을 넘어선 세계의 간섭은 그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 부분은 '죽음과 새로운 삶이 맞닿아있음'을 보여주는 복선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를 거치며 자신의 정체성, 자신이 속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콜터다.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됨으로써 콜터는 두 번 죽은(?) 상태를 깨닫는다. 죽어서 죽음을 다시 경험하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콜터의 큐브는 넓어진다. 처음부터 죽음을 겪어 나가며 콜터를 묶은 속박은 점점 해제되고 그는 자유로워진다. 죽음이라는 심각한 고통을 겪어갈수록 그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의 본질에 다가간다. 끝을 경험할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간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아이러니는 이런 이미지들에서 반복된다.

제아무리 폭탄을 찾아도 죽음

  9번째 접속에서 콜터는 완벽하게 폭파범을 막고 - 세상을 구하고 - 크리스티나와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사는 것 같잖아요?"라고 묻는 그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 자신의 미션을 완벽히 수행하고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그가 사랑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하게 된)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무엇을 할 건가요? 인생이 8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는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몸소 보여준다.

 콜터는 자신의 죽음으로써 미션을 완수한다. 한 세계에 있던 콜터의 몸은 죽고 그의 정신은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소스 코드 접속이 끝날 때마다 그를 스쳐 지나간 이미지의 실현을 만난다. 마치 거울처럼 그를 비추는 곳. "우리가 딱 있어야 할 곳 같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덧없는 농담처럼. 단지 범죄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매번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스 코드'는 인간의 기억이 단순한 영상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을 함축한다. '어떤 가능한 상태'에 놓인 채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세계의 일부를 기억하는 것이다. 8분간 인간은 주위의 모든 공간에 대해 기억한다. 이를 통해 콜터가 반복되는 8분 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반복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현재가 아니다. 과거의 구간을 반복적으로 회상하는 것이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콜터는 생명 장치가 꺼지면서 새로운 세계로 접어든다. 그것이 그의 삶이 아니라 션 패트리스의 삶일지 몰라도 말이다. 그는 션 패트리스가 수첩에 적어놓기만 했던 '크리스티나와 커피 마시기'를 실현할 수 있는 남자다. 죽음을 경험하며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정말 아름다운 하루를 즐길 수 있다.

 [소스 코드]가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SF적 장치들, 그 위를 덮는 삶에 대한 고민들은 유려하게 잘 펼쳐진다. 단 8분 동안의 '일상'은 반복과 변주를 통해 죽음을 만난다.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해결책에서 시간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교차되는 열차와 폭발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진다. (이런 부분은 정말 이 영화가 계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소스 코드]가 만든 세상의 모습이다. 균형감 있는 짜임새에 보고 생각하는 게 즐거운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시발, 놈:인류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