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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우주나 Sep 22. 2016

영화 리뷰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설리]다. 한국 개봉 제목은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이고 2016년 09월 28일 개봉이 잡혀있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브런치 무비데이에 초대받아 영화를 미리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어제(21일) 영화를 관람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2015년을 흔들어 놓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들고 온 작품은 다시 실화 작품이었다. 2009년 1월 15일 US 에어웨이 1549편은 뉴욕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기체의 양익에 달린 두 엔진부가 조류충돌(bird strike)로 인해 추진력을 상실하여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했다. 항공기의 비상착수는 비상착륙보다 힘들다고 한다. 비상착수 시 항공기가 받는 충격의 양이 비상착륙 시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표현된 비상착수의 순간은 아찔한 느낌을 준다.

  

Captain, 명사, 기장

 1549편 탑승객 155명의 무사생존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2001년 비행기 테러의 기억을 가진 뉴욕 시민들은 항공기의 추락에 대해 근심이 가득했다. 처음 뉴스에 1549편의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몇몇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만큼 1549편의 기적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에서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 [설리]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위의 사실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회적 현상들을 자연스레 영화의 곳곳에 배치한다. 드라마틱함을 위해 허구가 가미된 부분들도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드러난 '시스템'은 실제로 제 역할을 해냈다.

 사고가 일어난 즉시 초기대응은 3분 안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비상 착수한 1549편 인근을 운항 중이던 선박들과 해안 구조대 팀은 24분 만에 구조 작업을 완수한다. 영화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잘 표현해 놓았다. 이러한 장면들은 미국인들이 자국에 가지는 '안전'에 대한 자신감과 안전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을 잘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씁쓸함을 떠올리는 장면이었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 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는 미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육상, 해상, 항공의 모든 사고에 대해 조사한다. 영화에서 NTSB는 기장 설리 설렌버거를 심문해가며 과연 그가 올바른 선택으로 150명의 승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기장의 선택으로 승객 150명을 포함한 155명의 모든 탑승 인원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감독은 영화에서 이러한 시스템만으론 만족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완성 과정을 질문한다. NTSB가 주장하는 '올바른 판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는다.

Responsibility, 명사, 책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의 표현은 좋은 몰입감과 현실감을 갖췄다. 안정적인 톰 행크스의 연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무게감 있는 색채가 어우러진다. 실화와 영화적인 색채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자연스레 주제가 떠오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그랜 토리노]부터 보여준 인간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어느새 익숙하다. 그러나 [설리]는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어쩌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런 색깔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주의 : 아래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나 주요 대사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155. 155...


 위는 설리 기장이 구조 작업부터 탑승 인원 전체에 대해 신경 쓰다가 병원에서 155명 모두 공식 확인되었다는 말을 듣고 '155'라는 숫자를 입으로 중얼거리는 대사다. 그리고 보여주는 설리의 표정은 여러 장면 중에서도 압권이다. 또한 설리가 가져왔던 어떤 의구심, 비행기가 침수되는 상황에서 기체의 맨 뒷공간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나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는 순간이다. 155라는 말을 되뇌는 기장의 모습은 얼마나 충만한가. 그러나 기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단순히 결과로 판단되지 않는다. 설리는 끝까지 고민한다.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고민의 끝에 중요한 결론을 내린다. 책임감을 불안하게 하던 모든 문제들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장 인간적인 대답이었다.

 "제가 아무리 모든 것을 고려해도 여전히 미지수인 것은 설리 기장님 당신이었습니다."라는 청문위원의 말처럼 미지수는 인간이다. 인적 재난은 인간의 실수나 적절치 못한 대처로 일어난다. 이에 잘못을 만드는 주체가 인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는 것도 인간이다. 설리 기장이 가진 미지수, 그가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경력과 책임의 시간들이 이끈 판단력이 보여준 변수였다. 좋은 결과가 이어지지 않았던 비상착수의 사례들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축적된 경험과 판단이었다. '기적'은 사람으로부터 이루어진다.

끝까지 유니폼을 차려입는 기장님.

 시뮬레이션이 보여준 결과는 자동화된 사회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컴퓨터의 계산은 완벽함을 자랑하니까. 그러나 예기치 못한 오류에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은 기장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빠른 구조를 이루어냈다. 감독은 이러한 사회의 시스템과 성공적인 구현을 성조기를 펄럭이며 자랑스럽게 내건다. 패트리어티즘(patriotism), 애국심은 여전히 [설리] 안에서 펄럭인다.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자신들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타국민의 입장으로써 부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한다.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이 보여주는 미국의 성공적인 사례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교하면 씁쓸함이 덮친다. [설리]는 우리 사회의 여러 사건들에서 보여주는 아쉬운 대처를 보며 우리가 진정으로 고려해야 할 것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된다. 시스템이 '사람을 향하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과 시스템이 진정으로 사람, 인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성공적인 시스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리]는 성공한 사례의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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