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 치료일지 (1)
나의 식이장애는 폭식 후 제거행위로 나타났다.
양을 조절하지 못해 과하게 먹고 이후에 죄책감이 들면 먹은 것을 토해내거나 과한 운동으로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없애려는 것이다.
식이장애가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폭토가 습관으로 굳은 이유는 명확했다. 술이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술이 안 받는 몸이었다. 하지만 20살에 처음 마주한 사회는 술을 빼놓은 유흥은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맥주 한잔에도 취기가 올라왔고 곧 속이 뒤집혔다. 술은 구토와 늘 한 세트였다. 시간이 흘러 술을 먹는 날에는 토를 할 거니까 평소보다 더 먹게 됐다.
시간이 지나 이런 습관의 흐름을 찾은 거지만, 당시는 몇 년에 거쳐 서서히 고착된 습관이기에 몰랐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던 어른들은 나의 망가짐을 방치했다. 아파서 토했어라고 말하면 걱정하지만 술 먹고 토했어라고 하면 “잘하는 짓이다”정도의 핀잔으로 끝난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한국의 술문화는 술로 인해 사람이 망가지는 것에 너무 관대했다.
그리고 그에 앞서, 나는 눈앞에 놓인 모든 음식이 사라질 때까지 먹는 습관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끝없는 음식 앞에 놓일 일이 거의 없다. 2명에서 2인분을 나눠먹으면 1인분씩 먹고 끝난다. 하지만 술자리는 음식이 끊이지 않는다. 술에는 안주가 있어야 한다며 음식은 끊이질 않고 2차 후엔 3차, 3차 후엔 4차도 있다. 2명에서 4인분을 시켰다고 가정하고 다른 한 명이 1인분을 먹고 멈추면, 난 멈추지 못해서 남은 3인분을 다 먹는 식이다. 손은 그걸 입에 넣는 게 과제라고 생각하고 입은 그걸 씹어 넘기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뇌는 손과 입이 하는 일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 앞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하느라 바쁘다. 물론 나는 먹방 유투버가 아니라서 내 위는 그 많은 음식을 수용할 수 없다. 복통에 시달리면 그제야 나는 생각을 한다.
'토하면 안 아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