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 기록(4)
실제 일기 발취본
22.01.16
어제는 태민이랑 승오랑 시원이랑, 오늘은 다빈이랑 예진이 아린이랑 놀았다. 다들 취업을 하고 꿈을 가지고 있는 게 신기하고 재밌고 그랬다.
그리고 나는 이틀간 술, 음식 조절을 못했다.
자려고 누운 나에게, 어제 토하고 쓰레기 같은 위에서부터 올라오는 아주 독한 속 깊은 썩은 내가 난다.
속상하다. 더럽다.
술을 먹어 굳이 더 행복한 기억이 없는 나는 도대체 왜 술을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2.05.12
배가 안고팠는데 충동적으로 햄버거를 샀다. 이미 사놓고 집 가는 내내 솔직히 먹고 싶진 않은데, 집 가져가면 만족감과 별개로 다 먹을 텐데, 어떡하지, 버릴까 등의 생각을 하면서 집에 갔다.
결국 집에 가져왔고 유튜브를 보면서 먹었다.
집에서 먹으면 자꾸 뭘 틀어놓고 먹으니까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못느꼈고 배가 안 고픈 상태에서 먹은 거라 중간에 그만 둘 타이밍을 몰랐다.
어느 순간부터 토할까 토하고 싶다 하다가 참고 양치하고 끝냈지만 2시간 만에 충동에 휩싸여 다시 과자 4개, 라면까지 먹고 결국 토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폭토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고쳐볼 것이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면 좋겠다.
주말에 학생회 같이 했던 애들은 보고 싶은데 폭토가 걱정됐다. 결국 승진이한테 털어놨다. 이 정도로 우리가 친해졌구나 싶기도 하다.
2023.04.15
웹툰을 끊기로 했다.
웹툰은 재밌고 교훈적이고 마음이 따스워지기도 한다. 문제는 한두 개 보면 아쉬워서 연재 중인 다른 웹툰을, 조금이라도 볼 만하면 다 챙겨보게 된다는 점에 있다. 로맨스는 늘 주류였고 심지어 요즘은 로판이 유행이다. 로판은 보통 엄청난 미모에 따른 미움 혹은 사랑을 받는 대존예 여주인공의 시점이다. 결국은 예뻐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한테 웹툰은 더 해악적이고 배울 게 없는 유흥이 돼버렸다.
2023.06.04
4일 전, 식품 박람회에서 과식을 하고 폭토를 시작한 이후 이틀간격으로 연속 폭식을 했다.
몇 달 안정화가 잘 되어서 과자 등 디저트가 당기지도 않았고, 정량 먹고 멈추는 것도 잘하고 있었는데 , 가고 싶지도 않은 박람회에 갔다가 고삐가 풀려버린 게 너무 속상하다. 공짜 음식, 음식 남기는 거 신경 쓰는 거보다 내 몸만 생각하기로 해놓고.. 편도 2시간의 가는 길에 지쳐있기도 했고, 가기 전 음식량 조절에 대해 생각을 미리 안 하고 가서 고삐가 풀렸던 것 같다. 이 날 진짜 다양한 간식과 디저트 음식을 먹고 났더니 이 후로도 계속 자극적인 음식들이 생각났다. 이틀 뒤 또 과자류가 엄청 당겨서 집에 있던 과자와 초콜릿류를 다 먹고, 아쉬워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또 샀다.
그리고 오늘도 또 폭식을 해버렸다. 점심 정량으로 잘 먹고 오후에 배부르니 카페에서 타르트도 안 먹고 잘 넘겼는데 친구랑 놀 생각이었던 저녁시간이 갑자기 비어서 집에 덩그러니 있게 되었다. 낮에 못 먹은 디저트 생각에 결국 케이크랑 스콘, 도넛을 사 왔다. 먹으면 안 된된다고 참고 있던 자극적인 맵단짠을 다 샀다. 그리고 또 폭식. 사실 빵을 사러 갈 때부터 토를 할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양을 샀겠지.
2023.06.05
이전 폭토 날에 염분이랑 양념은 다 흡수했는지 얼굴이 엄청 부었는데 오늘도 빵빵하다. 목도 좀 부었다. 시발... 어제는 토하는데 목구멍에 쓴맛이 나서 움찔했다. 이제 위액이 나오는구나. 진짜 진짜 이게 내 인생 마지막 폭도가 될 것이다.
오늘도 약간 식탐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폭토 굴레로 돌아갈까 봐 무섭다. 차라리 저녁약속을 며칠 잡아서 사람들이랑 저녁을 먹으며 안정화를 찾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