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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Mar 30. 2022

[쉼표] 또 하나의 쉼표

작사일기 4일 차


이적, 윤석철 - 쉼표 (From "소울")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잎새가 떨어지는 걸 
눈여겨 본 적은 언제였죠 
시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 가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어쩌면 헛된 걸 좇듯이 허겁지겁 
달려온 그날들은 
어찌나 그리도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는지 
난 이제 높다란 
나무 밑 벤치 위에 앉아 
하늘만 바라봐요 
말없이 한참을 안아 줄 
이토록 따뜻한 햇볕 아래 
꿈꾼다는 건 좋은 거라 
그렇게 얘기들 하죠 
하지만 부디 잠깐만 
날 내버려둬줘요 




2022년 4월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달이다. 작사를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달. 소리 내어 뱉은 적 없지만, 어렴풋이 생각했던 데드라인이었다. 3년을 채워도 데뷔하지 못하면 그만 두는 게 어떨까.


마침 4월부터 새로운 커리큘럼이 시작되었고, 나는 고민했다. 영 그만두는 것은 하지 못하겠으니 잠깐이라도 쉴까. 근데 쉬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왜냐면 난 이제 푸념조차 늘어놓지 않을만큼 진이 빠진 걸. 고민은 흩어졌다 모였다했고, 끝내 4월 수강을 포기했다. 딱 3월까지만 곡 의뢰를 받을 수 있게 되자 저절로 혼이 불태워졌다. 꼬박 일주일에 5곡씩, 4주간 20곡에 가까운 가사를 쓰는 데 열렬히 집중했다. '마지막 일수도 있다' 고 생각하니 한 곡도 놓치기 싫었다.


거의 공장 수준으로 가사를 찍어내는 나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보니 2월에 날 괴롭히던 슬럼프가 옅어지고 가사 쓰는 게 다시 수월해졌다. 물론 사람이 창작을 하는 데는 여러 타입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계속 감을 유지해주는 쪽이 맞는 듯 하다. 대단한 예술혼을 불태우지도, 상념에 젖지도 않은 채 눈 뜨면 가사만 썼다. 가사가 꽤 잘 써진다는 착각이 들자 4월에도 작사를 계속해야하나란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 마지막 연료이고, 4월로 이어지기에는 내일이 없는 에너지다. 


어느 덧 3월이 저물어가고, 쌀쌀하지만 완연한 봄이 왔다. 나는 소울을 잃지 않기 위해 잠시 쉬기를 택한다. 폭발했던 창작욕의 속내는 그랬다. '4월에도 작사를 하고 싶다. 다만, 확신을 가지고.' 사실은 3월에 쓴 곡 중 하나라도 발매가 되어서 내 발목을 잡아주기를 바랐다. 여기에 찍은 내 쉼표가 온점이 되지 않도록 성실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모두 했다고 본다. 봄을 쉬고 초여름이 다가올 때 다시 작사를 하게 된다면, 그때의 내 마인드는 달라질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처럼 온전히 그 순간에, 그 리듬에 몸을 맡기기로. 그럴 자신이 없다면 여름이고 가을이고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쓸쓸한 상념을 뒤로하고 또 하나의 가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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