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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Jul 31. 2022

[조금만 사랑했다면] 덜 사랑하기

작사일기 8일 차

오현란 - 조금만 사랑했다면

Lyrics by 오현란, 임지남



차라리 편히 울어줘

너무 애쓰려 하지마

젖은 목소리 오늘도 힘들었니

괜찮은듯 웃지만

참고 있던 눈물이

촉촉히 느껴질 뿐

조금만 사랑했다면

우린 행복했을 텐데

바랄 수 없는 사랑을 했었나봐

너무나도 간절히

너를 원했었지만

이제는 잊어야 해

널 떠나야 하겠지

이것밖에 해줄수 없는데

소중한 기억만으로

난 살아갈 수 있는걸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고단했지만 그대

내게 있었으니

제발 나를 잊고 행복해 줘

견딜수 있도록

영원히 널 사랑해



무언가를 사랑하고 몰두하는 일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나는 끊임없이 빠져들 것을 찾고 애정하고 밤새 열정에 끙끙 앓는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것들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식어버리지만, 몇몇은 흔적처럼 남아서 꾸준히 나를 설레게 하고 실망시킨다. 2019년부터 시작한 작사 또한 그중 하나다.


사랑이 힘든 이유는 조절이 안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미치도록 사랑한 것들은 항상 내 맘대로 잘 되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돌파해보려고 한 적도 있으나 늘 깨지는 건 내 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뭔가를 너무 원하고 바라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속상한 진실을 깨닫는다. 결국 오래오래 사랑하는 법은 조금 덜 사랑하기라는 것도.


사실 깨닫는다고 다시는 아프지 않을 순 없다. 불교에 돈오점수라는 말이 있듯이, 점진적 수행이 따라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수행 예시 1. 몸서리치게 좋은 곡을 만났을 때, 너무 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만났을 때. 설레발 or 불안감에 날뛰는 자아를 잡아다 생각 의자에 앉혀서 진정하라고 얘기해준다. 놓치면 안 되는 단 한 번의 기회, 그딴 것은 없다고. 그냥 편하게 나를 세렝게티에 풀어놔야 더 좋은 결과가 돌아오더라고. 

수행 예시 2. 해도 해도 너무 잘 쓴 것 같을 때. 이미 멜론 크레딧에서 내 이름 발견하고 인스타 스토리로 박제했을 때. N형 인간이여.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오는 길이 험난하단다.라고 조용히 달래준다. 


얼마 전 나는 1년 8개월 만에 가사 수정 요청을 받게 됐다. 늘 그렇듯 전혀 예상도 못한 곡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언제쯤 내 가사는 불려질까 눈물을 찔끔 흘렸는데 너무 쉽고 간단하게, 응답이 왔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가사를 고쳐서 보내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천천히 파악한다. 역시 설레발치지 않기로 한다. 발매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또 저번처럼 아프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조용히 보물 찾기처럼 발견한 가능성의 반짝임만을 즐기기로. 


실망하지 않고 작사와 함께하고 싶다. 조금은 덜 사랑하면서, 조금 덜 기대하면서,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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