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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May 15. 2024

안녕, 불행해씨!

서른 예찬


꽃다운 스물 다섯 나의 별명은 ‘불행해씨’였다. 뭐만하면 장난반 진담반으로 ‘불행해’를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희화화해서 표현한 것이겠지만 아마 나라는 인간은 안 좋은 것을 곱씹는 버릇을 타고난 것 가기도 하다. 좋은 일이 이만큼 있고 그 사이에 불순물처럼 불안요소가 씨알만큼 끼어있으면 그 씨알 때문에 행복에 집중이 안된다. 크게 부정적인 편은 아닌데 불안을 빨리 없애려는 조바심이 무척 강하다. 거의 집착적으로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궁리하는데 대체로 심연 끝까지 원인에 파고들고 일 중독 혹은 침대에 파묻히기로 합의를 본다. 


물론 이 특성으로 인해 무언가를 많이 얻은 것도 사실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말하기를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불안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고. 끝도 없이 성취한 사람들의 말로가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싶다. 커다란 기대에 비례한 좌절을 겪느라 꾀죄죄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노라면, 과연 네가 원하는 건 뭐니 라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나란 인간은 참 겁도 많아서 너무 행복하면 더 불안해서 핑곗거리를 찾는다. 다음 불안, 그건 다음 미션을 향한 제물이 된다.


하여간 나는 주기적으로 땅굴을 파면서 컸다. 예전보다는 조급증도 덜해지고 쓸데없이 불안해하는 기간도 짧아졌다. 시간의 힘이다. 그것들이 정말 덧없고 쓸모없단 것을 과거의 나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내내 우울할 때면 별것 아닌 사진을 많이 찍는다. (인생샷, 인스타샷 안 됨) 그 별것 아닌 사진들에 담긴 일상에 작은 행복들을 부스러기처럼 주워 모아 뭉치로 만든다. 조작된 기억 속에서는 불행만 가득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게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순간이 많았는데 나는 또 불안이란 허상을 쫓느라 아름다운 것들을 놓쳤다. 그렇게 지나치지 않고 모아놓은 잠깐의 좋은 일들로 오늘의 나를 위로한다. 모든 날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좋은 일은 있더라는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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