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욕이 부른 거대한 나비효과
자신의 의무는 잊은 채, 눈앞의 욕망에 사로잡혀 주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끄는 사람. 우리가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도 가까이 두고 싶지도 않은 유형의 사람입니다. 오늘의 인물 역시 자신의 욕망에만 몰두하다가 나라에 거대한 재앙을 불러왔답니다. 바로 신라 대야성주 김품석입니다.
김품석은 신라의 진골 귀족이자 훗날 태종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의 사위였습니다. 배경만 보면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었죠. 그는 642년, 대백제 전선의 중요 기지이자 서부 방어의 핵심이었던 대야성(현재의 합천)의 성주로 부임 중이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책을 맡고 있던 것이죠.
하지만 그는 국경을 지키는 사령관의 의무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성주의 부하 장수였던 검일의 아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검일의 아내를 협박하여 강제로 빼앗아 버립니다. 한 나라의 장군이 자신의 부하를 핍박하고, 그 아내를 겁탈한 것입니다.
이 모욕적인 사건은 김품석 개인의 도덕적 타락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치욕과 원한에 사로잡힌 검일은 조용히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는 몰래 백제에 사람을 보내 "신라가 나를 모욕했으니, 만약 백제가 군사를 보낸다면 내가 군량창고를 불태워서 내응 하겠다"라고 약속합니다.
얼마 후, 백제의 명장 윤충이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대야성을 공격했습니다. 김품석은 당황하여 성을 지키려 했지만, 이미 내부에 배신자가 생긴 성은 오래 버틸 수 없었습니다. 검일이 창고에 불을 지르자 신라군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에 겁을 먹은 품석은 윤충에게 항복하기로 하고 대야성의 문을 열어줍니다.
그러나 백제군은 항복하러 나오는 신라군을 모두 죽이고 대야성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한 김품석은 가장 비겁하고도 잔인한 선택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정실부인이자 김춘추의 딸이었던 고타와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립니다.
대야성이 함락되면서 신라는 서부 방어 체계가 무너지고 백제에게 크게 밀리고 맙니다.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장인, 김춘추는 딸의 참혹한 죽음에 충격을 받고 기둥에 기댄 채 하루 종일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백제를 멸망시키겠다"는 불타는 복수심을 품게 되었고 이 개인적인 원한은 신라가 고구려를 거쳐 당나라와 동맹(나당동맹)을 맺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김품석은 한 사람의 통제되지 않는 욕망이 어떻게 나라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악의 사례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김품석이라는 빌런에 대해서 알아본 오늘의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