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사람과 친구하기] 화가 솔거

새들도 속아 넘어간 푸른 소나무의 화가

by cm

삼국시대의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불상, 귀걸이 같은 공예품들을 떠올립니다. 약 1500여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서 우리에게 당도하려면 금속, 돌, 나무와 같은 단단한 물품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국시대에도 우리가 아는 회화를 그렸던 화가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친구는 고대 시대의 화가입니다. 바로 신라가 낳은 최고의 화가, 전설이 된 붓끝의 주인공 솔거입니다.


"쿵, 툭!" 황룡사 금당 앞마당, 가끔씩 무언가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스님들이 나가보면 그곳에는 기절하거나 죽은 참새와 까마귀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새들은 왜 벽을 향해 돌진했을까요? 그곳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솔거가 그린 소나무 그림이었습니다.


그의 출신은 매우 한미 했습니다. 오죽하면 역사책에 "출신이 미천하여 가계조차 기록되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신분제 사회인 신라에서도 재능은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법입니다. 그는 오직 실력 하나로 궁중에 들어가 붓을 잡았고, 신라 최고의 사찰인 황룡사의 중심, 중금당의 동쪽 벽면을 채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솔거가 활동했던 시기는 신라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던 8세기 중엽인 경덕왕 시절로 추정됩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만들어지던 바로 그 황금기입니다. 그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자를 넘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신화의 경지에 이른 예술가였습니다. 과거에는 솔거가 절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승려 화가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깊은 연구에 따르면 그는 승려가 아닌 '전채서(典彩署)'라는 신라의 미술 기관에 소속된 전문 화원(화가)이었습니다.



그가 그린 <노송도(老松圖)>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흑백의 수묵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청록산수화'였습니다. 푸른색과 녹색 안료를 사용하여 소나무의 껍질과 솔잎 하나하나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 총천연색 채색화였던 것이죠. 햇살이 비치는 황룡사 벽면에 그려진 푸르고 거대한 소나무는 바람이 불면 솔향기가 날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을 것입니다. 그러니 새들이 진짜 나무인 줄 알고 날아와 앉으려다 부딪힌 것도 무리가 아니었겠죠.


세월이 흘러 솔거의 그림이 낡아지자 절의 승려들이 덧칠하여 보수했지만, 그 후로는 다시는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물감으로 덮어도 솔거가 불어넣었던 그 생명력만큼은 흉내 낼 수 없었던 것이지요.


비록 그의 그림은 전해지지 않고 전설로만 남았지, 솔거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미천한 시골 출신으로 태어나 오직 붓 한 자루로 신분의 벽을 넘고 전설이 된 예술가. 그는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요령이 아닌 진심으로 세상과 승부했던 진정한 '프로'였습니다. 신라 최고의 천재 화가 솔거. 그와 더 친해지셨나요?

이전 17화[삼국시대 사람과 친구하기] 백결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