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세금의 세계사/도미닉 프리스비

창문세에서 비트코인까지, 세금의 세계

by cm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 유명한 말처럼 세금은 인류의 역사 내내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물론 지켜왔는지 가져갔는지는 가끔 의문이 생깁니다). 월급 명세서를 보며 한숨을 쉬거나 부가세를 계산하며 투덜거린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는 셈입니다. 오늘 서평해볼 책은 바로 이 세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책,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의 세계사>는 지루하고 딱딱해 보이는 '세금'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코미디언이자 금융 저술가인 저자는 유쾌한 입담으로 세금이 어떻게 제국을 건설하며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의 일상까지 지배해 왔는지를 폭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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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박물관에서 경이롭게 바라보는 유물들, 그 진실은 사실 꽤나 세속적입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의 비밀을 푼 열쇠인 로제타석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파라오의 위대한 업적? 신화? 아닙니다. 바로 사원들에게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세금 감면 공고문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난 이유도 로마 황제가 세금을 걷기 위해 인구 조사를 명령했기 때문이었죠.


저자는 역사의 굵직한 사건 이면에는 언제나 '돈을 걷으려는 자'와 '내지 않으려는 자'의 투쟁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미국 독립전쟁도 프랑스혁명도 결국은 참다못한 납세자들의 반란이었습니다. 세금은 국고를 채우는 수단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것입니다.


권력자들은 돈을 걷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고안해 냈습니다. 17세기 영국에는 집에 달린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세금을 피하려고 창문을 막아버렸고, 그 결과 집은 어두워지고 전염병이 창궐했죠.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근대화를 명분으로 '수염세'를 걷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과거의 황당한 세금들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우리는 과거의 농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과 여러 코인들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려고 많은 국가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금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죠.


책의 후반부는 미래를 향합니다. 인터넷과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국경은 흐릿해지고, 자본은 빛의 속도로 이동합니다. 이제 부자들은 세금이 싼 곳으로 손쉽게 디지털 망명을 떠납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징세 능력을 잃어버린 국가 권력은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이 책은 세금이라는 지루한 주제를 스펙터클한 역사 드라마로 바꿔놓습니다. 읽고 나면 세금 고지서가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세금은 단순한 청구가 아니라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무수히 많이 맺어진 국가와 개인 사이의 치열한 사회 계약이었습니다.


“세금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문제이며, 자유의 문제이다. 우리가 버는 돈의 얼마를 국가가 가져가느냐는, 곧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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