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억나는 가장 오래된 어린시절 추억은 무엇인가요?
유치원을 1년 다니다가 왜인지 남은 1년은 특이하게도 태권도 학원만을 다녔었다. 어린시절 여러번 이사를 다녔었고, 초등학교때는 우유급식비를 동네 친구 어머니께 빌려서 낸적이 있었던 걸로 보아 아마도 넉넉하지 못했던 집안형편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아들이 어려서부터 키가 컸기때문에 운동을 시켜보고싶은 생각도 있으셨을거 같다. 물론 아버지 친구의 동생(?)분께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계셨던것도 영향이 있었던것 같다.
태알못 미취학 아동(나는 당시 7살)이 형들로 가득(주로 초등학생들)한 낮선 태권도 학원에 갔고 첫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보는 환경에 낮선 사람들, 낮선 운동이었고 소위 깡(?)이 없던 나는 소심하게 첫 수업을 들었던것 같다.
사실 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건 내가 기억하는건 내가 무척 얼어있었다는것과 첫날부터 앉은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는 거다.
체감상 40여명 넘는 원생이 있었던 오후의 태권도장은 붐볐다. 형들은 많았고 난 작았다. 수업을 마칠무렵 모든 원생들이 자리에 앉아 사범님의 말씀을 듣던 도중 도저히 참을수 없던 내 오줌보가 결국 터져버렸다.
사실 그 전부터 무진장 화장실을 가고싶었으나 첫 수업의 엄중한 분위기에서 감히 손을들고 "사범님 오줌마려워요!" 혹은 "화장실 가고싶어요!"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은 발현되지 못했다. 결국 수업이 끝나기 1분 정도를 남겨두고 맨뒷줄에 아빠다리로앉아있던 나는 그자세로 '쉬아'를 해버렸다.
따듯한 액체가 내 엉덩이와 허벅지를 점점 적셔오고..
난 일어나서 화장실을 찾거나(화장실이 어딘지도 모르고 있었다) 대박사건이 발생했음을 손을들고 말하지를 '역시'못했다.
근데 신기한것이 주위사람이 아무도 내가 '쉬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냄새가 나지도, 양이 많아서 티가 나지도 않았다. 그저 내 하얀 도복이 아무도 모르게 젖어가고 있었다. 난 작은아이였다..
어려서부터 누나는 어른들로부터 야무지다는 말을 듣는 아이었고, 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었다. 가끔 어떤 당황스럽거나 낮선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건 울어버리는 거였던거 같다. 항상 그런 소심함이 부끄럽고, 이겨내고 싶었지만 이겨내면 이내 더 어려운 상황이 들이닥쳤다.
이날도 어린 내가 감히 깨부술수 없는 상황이었다. 손을들고 화장실을 가고싶다고 말하거나, 말없이 스스로 화장실을 찾거나, 옆에 형아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볼수 있는 깡(?) 이나 야무짐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냥 유치원을 1년 더 다녔다면 어땠을까?)
어찌되었건 수업은 곧 끈났고 신기하게도 아직 아무도 나의 '쉬아'를 몰랐다. 그리고 어린나는 스스로 '쉬아'를 했다고 말할수 있는 용기도 '역시'없었다.
자리에 일어나서 어찌해야하나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원생들은 아무렇지않게 다들 집에갈 준비를 하며, 입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찰나였지만 어쩌해야할지 잠시 생각했다.
차라리 알아주길 바랐다. 누군가 "사범님 얘 오줌쌌어요~" 라고 말해준다면 한번 큰 창피를 당하겠지만 이 사태는 수습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몰랐다. 형아들은 집에가기 바빴다. 처음온 꼬마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거였다. 이 당황스러운 순간에 어린나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자연스럽게...
집이 먼 아이들은 보통 학원차에 타면 사범님이 동네 한바퀴를 돌며 하원을 도와주신다. 난 젖은도복을 입은채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걸어나오는 도중 그 어떤 형아도 나의 엉덩이를 보며 "너 이거뭐야? 오줌쌌어?"라고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결국 젖은 도복을 입은채로 학원차 뒷좌석에 시트위에 앉았다. 그리고 집근처에 다다르자 감사합니다인사까지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집에왔다. 아무도 나의 '쉬아'를 알지못했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