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28. 2023

서울 어린이대공원 가을 소풍_주평강교회 초등 2부

백백 프로젝트_13기_100_마흔여덟 번째 글


“어머니, 어떻게 하죠? 제가 한 달 전에 예정된 일정이 있었는데 잊고 수업 약속을 잡았네요.”

금요일 8시쯤 수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인계를 받은 회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이기도 하고, 이 아파트를 통째로 받을 수 있는 기회라 놓치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선뜻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인계받고 나서 2주가 지나도록 한 번도 수업을 하지 못했다. 오늘 10시 30분에는 첫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시간 약속을 했는데…….



한 달 전에 예정된 일정은 바로, 주평강교회 초등 2부 친구들 및 새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가을소풍이다. 장소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이다. 상반기 봄소풍도 계획을 했지만, 늘 비가 오는 바람에 가지를 못했다. 아이들도 이번만큼은 좋은 날씨 가운데 가을 소풍 갈 수 있어 한층 들뜬 모습니다. 교회에 가서 서울대공원 가는 편보다 별내에서 바로 가는 편이 나아서 나는 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더군다나 두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다가 가야 했기에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처음 대화체 문장은, 어머님께서 내가 보낸 문자를 보지 않아 결국은 전화를 드려 말씀드린 내용이다. 어머님이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11월 첫 주부터 첫 수업을 하기로 했다. 병원을 갔더니 신경성 또는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일단 3일 치 약을 줄 테니 먹어보라고 했다. 아들과 남편은 옆 건물에 있는 이비인후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일찍 진료가 끝나서, 약국 갔다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202번 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침 202번 버스가 와서 먹골역까지 갔다. 7호선이기 때문에 먹골역에서 전철 타면 어린이대공원은 금방이다.



아이들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서 기다렸다.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10분 후에 온다던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밖으로 나갔는데 교회버스가 보였다. 버스 두 대에 꽉 차서 온 듯, 아이들이 우르르 내렸다. 부장님께 인사드리고, 조별로 모였다. 사실 교사회의 시간에는 찬양대 연습 때문에 오늘 일정에 대해 안내받은 게 없다. 단체톡방에 올라와 있는 사진으로만 추측할 수 있었을 뿐. 나는 우리 5학년 5반 조하람 친구가 있는 8조 담당 교사로 배정받았다. 키가 나보다 큰 친구부터 하람이 보다 작은 친구까지 5명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을 잘 인솔해서 오전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 오전 일정은 어린이대공원 9개 스폿에 가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션 수행 후 반드시 교사 톡방에 사진을 올려야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이들 사진 찍어주기에 바빴다. 톡창을 확인해야 되는데. 첫 미션 장소는 음악분수 근처다. ‘팔이 6개인 사람 두 명 찰칵!’. 팔이 6개인 사람이 있다는 건지, 사람이 세 명이 팔이 여섯 개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또 두 명 찰칵은 친구 두 명을 사진에 담으라는 건지, 팔이 6개인 사람이 두 명인 건지 애매한 표현이다. 뭐 잘 모르면 거기 있는 것 중 대충 두 개 찍으면 된다 싶어서 아이들과 동상이 보이게 두 컷 찍었다. 첫 미션 수행 후 두 번째 미션 장소인 환경생태연못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음악 분수 가기 전 넓은 연못이 있었다. 왜 그걸 보지 못했을까? 길을 잘못 든 바람에 우리는 팔각정에 가서 마지막 미션을 먼저 하기로 했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얼마나 그게 어리석은 일인지를. 순서대로 해야 점심 식사 장소에 마지막으로 도착할 수 있음을. 어쨌든 여자 친구들 5명과 함께 팔각정에서 점프 사진을 찍었다. 지도를 보니 그 근처에 연이어 할 수 있는 동물원 미션들이 있어 동물원으로 입장했다. 순서대로 했다면 동선이 짧았을 텐데, 여기서도 엄청 걸어 다녔다. 맹수마을, 열대동물관, 꼬마동물마을, 초식동물마을을 차례로 들어가 미션을 행했다. 미션들은 하나같이 다 까다로웠다. 맹수가 무서운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단체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사자도 자고 있고, 호랑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마지막 희망인 곰에게 가니, 겨우 입을 벌린 곰 앞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열대동물관에 가서 아이들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게 그나마 쉬운 미션이었다. 꼬마동물마을에 가서는 꼬마동물이 내 손위에 있도록 착시 효과를 사용해 사진 찍는 미션이다. 그냥 막 찍었다. 똑바로 보지 않고 미션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초식동물마을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다시 처음에 같던 맹수마을을 지나 꼬마동물마을을 지나 겨우 발견했다. 초식동물이 맛있는 풀을 먹고 있을 때 다 함께 찍어야 한다. 동물 이름을 정확히 보지도 않고 어서 미션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겨우 좋은 타이밍을 잡아 촬영했다. 꿈틀꿈틀 놀이터에 가서 재미있는 사진 콘셉트로 찍고, 마지막으로 생태연못 비스름한 곳에서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고, 나도 셀프카메라 한 장 찍었다. 의외로 잘 나왔다. 아이들은 힘들었는지 음료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 먹었다.


“선생님, 배고파요. 저희 점심은 어디서 먹나요?”

아무것도 몰랐다. 어디서 점심을 먹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션 용지 끝부분, 또 톡방에 올라오는 사진들 모두 팔각정이다. 우리 조는 단단히 잘못했던 것이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했다. 우리 조가 거의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 점심은 봉구스 밥버거다. 치킨마요와 햄치즈 중 나는 햄치즈를 골랐다. 힘들어서 배가 고픈 줄은 몰랐는데, 막상 한 입 들어가니 폭풍처럼 입으로 밥버거가 들어갔다. 모자랄 듯해서 남긴 아이의 밥도 챙겨 왔다. 그 친구는 치킨마요 덮밥이라 나는 두 가지 맛을 모두 경험했다. 급하게 먹어서인지 속이 더부룩했다. 그래도 좋다. 쉴 수 있어서.

1시부터는 놀이기구 타는 시간이다. 12시 40분이 거의 다 되어 도착한 우리 조는 밥을 헐레벌떡 먹었다. 점심시간에 우리 조원들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중에 밥 다 먹고 모여 있는 우리 8조 원들을 만났다. 놀이기구는 총 다섯 개를 탈 수 있다. 아이들의 표정이 한껏 들떠 있다. 그러나 나는 쉴 곳이 필요했다. 배는 불렀지만, 너무 지쳐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조영미 회계 선생님이 주문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건네셨다. 마시고 나니 노곤하니 졸음이 몰려왔다. 남편에게 전화했다. 졸린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고. 남편이 말하란다. 선생님들께 조퇴하고 간다고. 부장 선생님께 이만 조퇴해도 되냐고 톡을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장 선생님이 바로 전화를 주셨다. 선생님들이 돗자리 펴놓고 모여 계시는 데로 오시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과 모였던 큰길 쪽으로 나왔다. 부장 선생님을 만났다. 아이들 놀이기구는 잘 타고 있냐고 여쭤봤다. 부장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특히 학교 입학할 때 코로나가 터졌던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 중에는 뭘 타야 되는지 몰라 머뭇거리고 았다셨다. 결정 장애가 온 것이다. 가보니 새우깡 두 봉지가 보였다. 하나는 뜯겨 있다. 새우깡의 힘은 대단하다. 좀 전까지 졸음이 오던 나를 깨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 있으니 몸이 지쳐 좀 눕고 싶었다. 등이 차갑긴 했지만, 졸음이 오는 눈을 어찌할 수는 없었나 보다. 딥슬립을 취했다. 꿀잠을 자고 나니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누워 하늘을 보니 그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 피곤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를 타는 청설모도 보였다. 더없이 높은 가을 하늘이 두통을 없애준 것 같다.

얼마 뒤 아이들이 하나 둘 5가지 놀이기구를 다 탔다 연락을 주었다.


 이제 돗자리를 정리하고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맑은 가을 하늘보다 더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피곤했지만, 참 보람된 하루다. 우리 반 조하람 어머니께서 감사 인사로 쿠폰도 보내주셨다. 오래간만에 나도 어린이 시절로 돌아가 넓디넓은 공원을 돌아다녔다. 물론 그때처럼 몸이 가볍지는 않고 두통으로 힘들었지만,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 하나 선물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수면 리듬 조절과 밀도 있게 사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