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거울 속 세상
옥희는 이 병실에서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무작정 불쌍하게 보지 않았다.
그녀는 도움을 구걸하지 않았고,
그 대신 타인의 동정을 유도하는 데 능숙했다.
60대 후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보험이 적용될 때마다 병원에 '들러'
잠시 누워 있는 사람이었다.
병실 문이 열리면 항상 '지인'이라는 여자가 옥희를 부축했다.
그 '지인'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내 동생 같은 사람이에요.
피는 안 섞였어도, 내가 아프면 제일 먼저 와요."
그 말은 따뜻하다기보다, 어딘가 계산적인 광고 같았다.
옥희는 늘 병실 침대를 한 바퀴 빙 돌아야 앉을 수 있었다.
자리도 정해져 있었고, 늘 같은 동선이었지만
"여기 맞아? 내 자리 어디야?" 하며
약한 척, 길 잃은 척, 혼자선 안 되는 척했다.
무엇인가 서류를 써야 할 때면
"나 눈이 안 보여. 이거 뭐 써야 돼?"
하며 커튼을 슬쩍 걷었다.
누군가 도와주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나 병원이 그래서 좋아."
식사는 거의 시키지 않았다.
"요즘은 입맛이 없어."
그러고는 은지가 남긴 김치를 슬쩍,
미선의 남은 밥을 슬쩍.
음식은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
옥희는 명자와는 오래된 사이였다.
둘은 같은 곳에서 오래 얼굴을 봐온 사이.
병실에서도 따로 붙어 앉아
간병비 계산서나 보험 적용 내용을
작은 목소리로 맞춰보는 일이 많았다.
"우린 오래됐어요. 다 봤죠, 서로."
"야, 이건 내가 잘했지? 표정이 중요해."
명자가 웃으면, 옥희도 낄낄 웃었다.
그 웃음은 치밀하고 노련한 자들의 공모였다.
옥희는 술을 좋아했다.
병원 안에서는 반입 금지였지만,
작은 PET 병에 술을 옮겨 담아 몰래 들였다.
하루는 술기운에 병실을 착각해
다른 병실 문을 두드리다 간호사에게 붙들렸다.
"아이고~ 나는 그냥 화장실 찾다가… 진짜 안 마셨어요~"
말은 흐렸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그녀는 늘 말한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나는 불편한 거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피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수세미를 떠서 나눠주던 은지에게 옥희가 말했다.
"나도 하나 줘요~ 나 그냥 받을 자격 있잖아.
어차피 내가 제일 많이 도와줬잖아~ 응?"
그 말에 은지는 억지로 웃었고,
나는 가만히 앉아 그 장면을 기억했다.
옥희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누군가가 안 보면 바로 사라질 웃음이었다.
받아야만 살아남는 사람, 환자이기를 자처하며 10년 정도 속여온 사람
그러기 위해 늘 먼저 웃는 사람.
사람들은 옥희를 싫어했다.
눈치 보이고, 기생하는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완전히 밀어내진 못했다.
그녀는 남의 마음의 가장 취약한 틈을 정확히 짚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메모
"옥희는 약한 척을 잘 아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많이 받고, 많이 숨기고,
받는 것을 일종의 기술로 만든 사람.
그 기술의 바탕엔 단 하나,
'나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