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은 질병보다 감정이 먼저 쌓이는 곳이었다

by 시간 여행자

병실은 늘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아프기 때문에 왔고,
회복되면 떠나는 곳.

하지만 나는 그 ‘잠시’라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쌓아두는지
병원을 오래 오가며 알게 되었다.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나는 여러 병원을 다녔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환자로 누워 있었지만
나는 늘 관찰자이기도 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동안
사람들의 말투가 먼저 귀에 들어왔고,
발걸음의 속도, 문 여닫는 방식,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높낮이가
하루하루 다르게 남았다.

병실에 들어오는 건
약 냄새만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말했고,
누군가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침대 위에서도 삶의 역할을 내려놓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아픔보다 먼저 고립을 견뎌야 했다.

우리는 함께 있었지만
서로의 삶을 알지는 못했다.
다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놓여 있었을 뿐이다.

병실은
일상의 규칙이 멈추는 곳이다.

밖에서 통하던 질서와 위계는 사라지고,
치료 시간과 식사 시간, 회진 시간,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길고 느린 시간들이 흘렀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버텼다.

나는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해결하지도,
누군가를 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오래 머물렀고,
자주 보았고,
조금 더 듣게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
움직이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정들이
분명히 있었다.

이 글은
병을 극복한 기록이 아니다.
치유의 서사도 아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시간이
어떻게 겹쳐 흐르는지를
안쪽에서 오래 본 사람의 메모에 가깝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고,
예전에 스쳐 지나갔던 누군가를
문득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잠시의 동행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아주 잠시,
같은 시간에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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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메모

병실은 치료의 공간이기도 했지만,
삶의 시간이 가장 농축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나는 그 안에서
말보다 먼저 쌓이던 감정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