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토끼굴에 빠진 아이
처음 병실 문이 열리고 무거운 발걸음 소리를 내며 들어온 아이를 봤을 때,
우리는 모두 잠시 말을 멈췄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이였지만, 몸은 이미 또래보다 훨씬 컸다.
걸음걸이는 더디고 무거웠으며, 팔목 부근에는 작은 의료기기가 보였다.
걸을 때마다 상의가 배와 허리 사이로 말려 올라갔다.
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다란 비닐봉지를 질질 끌며 침대 쪽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바로 과자봉지를 뜯었다.
보호자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침대 머리맡에 서서 간호사에게 말했다.
"얘는 제대로 된 식사를 잘 안 해요. 간식류 있으면 그걸로 때우는 편이에요."
그 말투엔 정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외우는 대사처럼,
아이가 아프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지겨운 이야기라는 듯했다.
지우는 뚱한 얼굴로 과자를 씹다가, 갑자기 컵라면을 가리킨다.
"물! 끓는 물 안 부어놔?! 뭐 하는 거야!!"
보호자는 고개를 홱 돌린다.
"네가 손이 없냐? 내가 왜 맨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우는 발을 침대 프레임에 툭툭 찬다.
발바닥은 거칠게 갈라져 있었고, 뒤꿈치의 각질이 심했다.
라면 냄새가 퍼지고, 땀과 먼지가 섞인 살갗 냄새가 커튼 사이를 타고 은근히 번졌다.
은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수건을 코에 갖다 댔고,
미선은 컵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여기 병원 맞아?"
지우는 먹는 도중에도 국물을 입 주변에 묻히고, 손가락으로 후벼 파며 핥았다.
손톱 안쪽엔 과자 부스러기가 엉겨 있었고,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자연스러웠다.
마치 그게 자기만의 위안 방식인 것처럼.
밤이 되면 지우는 침대 위에서 엎드려 울거나, 배를 긁으며
"간지러워…" "죽을 것 같아…" 혼잣말처럼 신음했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 믿음이 아주 오래된 듯 깊게 굳어 있었다.
하루는 손에 주사를 들고 "이거… 나 혼자 못 해…" 하며 보호자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에서 나온 건 짜증이 아니라 애원에 가까운 떨림이었다.
보호자는 고개를 돌리고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네가 하든가 말든가 해."
지우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주사기를 이불 위에 툭 내려놓고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그렇게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종종, 밤마다 살짝 몸을 일으켜 앉아 자신의 발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발가락 사이를 손가락으로 긁다가, 살짝 냄새를 맡는다.
표정은 없다.
그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어느 날, 명자 씨가 일어났다.
"야, 거기. 사람 그렇게 대하는 거 아니야."
보호자가 눈을 치켜떴다.
"누가 뭐래요?"
"뭐래 긴. 사람이 사람한테 그렇게 굴면 안 되지."
보호자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명자 씨가 손바닥을 쳐들며 끊는다.
"쉿. 지금은 네 말 들을 시간 아니야."
명자 씨는 그대로 지우 곁으로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야, 지우야. 네가 지금 제일 힘든 거 알아. 근데 말이야, 계속 소리만 지르면
사람들은 귀를 막아버려. 정말 원하는 거… 말할 수 있어야 해. 그게 어른이 되는 연습이야."
지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고개를 이불 안으로 숨겼다.
미선이 벌컥 커튼을 걷었다.
"야! 조용히 좀 해! 아픈 사람 여기 한 명만 있는 줄 알아?!"
은지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나 이 냄새 진짜 못 참겠어요…"
그 순간, 병실은 짧은 전쟁 뒤의 정적처럼 조용해졌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고, 보호자는 간호사 호출도 하지 않았다.
미선은 잠든 척했고, 은지는 입을 꽉 다문 채 뜨개질을 멈췄다.
나만, 그걸 전부 보고 있었다.
✏️작가의 메모
"병실은 질병보다 감정이 먼저 쌓이는 곳이다.
그날, 우리는 모두 눈을 피했지만
그 누구보다 깊이 들어간 사람은 명자 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