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은 읽었다
나는 관계에 대한 기대가 큰 사람이라는 지인의 말과 정신과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년의 첫 연애가 그대로 결혼으로 이어졌다가 신혼여행지에서 결혼을 후회한다는 말을 듣고 이후 2년 간 이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제대로 된 건강한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혼이 마무리된 후 마음이 후련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황폐해져 있었고, 그 다음 연애는 황폐해져 갈라진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에 내린 단비였다. 비가 내리기 전 나는 땅을 일궈놓았어야 했는데 그래야 하는 줄도 몰랐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내 마음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비가 내렸을 때, 그저 마냥 좋아했고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라간 내 마음과 기분은 또 이별 앞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나는 관계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20대를 보냈고, 미성숙한 상태로 30대에 들어섰다. 그래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큰 채로 내 삶의 행복을 내 자신이 아닌 애정관계에서 찾으려 했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의존 성향이 없는데, 유독 애정관계에서 나는 내 자신을 상대에게 내어놓았던 것 같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랬던 것 같다.
법륜스님의 법문과 즉문즉설을 봐도 그렇고, 어제 사서 오늘 다 읽은 「홀로서기 심리학」이라는 책에서도 그렇고, 본질은 '나'에서 출발하기였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내가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건강한 관계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0대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너무 늦었나 싶다가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점, 삶에 정답은 없다는 것, 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며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해내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니 시작해보자, 홀로 서기. 왜 홀로 서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이미 지난 15년 가까이 몸소 체험해왔다. 하도 못 알아차리니 제발 좀 알아차리라고 큰 충격도 있지 않았나.
나의 삶, 나의 행복을 관계가 아닌 나에게서 찾아내는 탐험이다. 이 탐험을 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나를 보고 싶고, 건강하게 관계를 맺어 가는 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