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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달 Jun 21. 2019

교직원일기2: 교직원은 무슨 일을 할까 - 학사업무

2. 교직원은 무슨 일을 할까 1: 학사업무

보통 교직원이 어떤 업무를 할까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바로 학사업무다. 이 학사업무란 학교 행정 업무의 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만큼 핵심적인 업무이기는 하지만, 교직원이라고 해서 누구나가 다 학사업무를 담당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 학사업무가 무엇이냐하면 학생들이 입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거의 모든 업무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들어야하는 수업 개설, 이전 학교 또는 교환학교의 학점인정, 수업 관리, 각종 문의에 대한 응대, 졸업사정까지.


보통 학생들이 학교에 가장 많이 전화하는 이유가 학사에 대해 물어보기 위함인데, 아마도 학교 행정실에 전화할 때다음과 같은 이유로 짜증이 나 본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단 1)대표번호로 전화를 하면 2)응대하시는 분이 관련 부서로 전화를 넘겨주는데 3)넘겨받은 사람은 '저 졸업사정...'이라는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 돌려드릴게요'라고 차갑게 말하며 바로 전화를 돌려주고 4)그 이후에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고 계속 통화음만 가거나, 전화를 받는다 하면 '네? 졸업사정이요? 그건 여기가 아닌데...'라고 이야기하거나 '지금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10분 후에 다시 전화주시겠어요?'라는 답변을 듣게 된다. 그래서 '어, 네...네.....'하면서 전화를 끊고나면 아차, 직통번호를 안받았네. 그러면 다시 대표번호로 전화해서 1)부터 4)까지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나냐하면, 교직원들이 꿀빠느라고 일을 안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학교 업무는 담당자가 명확히 나뉘어 있고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사업무'라는 큰 덩어리 아래에는 정규학기 과목개설도 있고, 계절학기 과목개설도 있고, 학점인정도 있고, 전공승인도 있고, 휴복학도 있고, 재입학도 있고, 복수전공 신청도 있고, 수강신청도 있고, 중간/기말고사도 있고, 소속변경도 있고...그 외에 더 다양하겠지만 큰 줄기를 위주로 나열해보자면 이정도가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담당할 수가 없고(담당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현재 난 모두 담당하고 있다^ㅁ^), 보통은 일의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여러 담당자가 각자 일을 나누어 하고 있다. 그러니 같은 대학 사무실에 있다 하더라도 A가 하는 일은 B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전화번호를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이런 자세한 업무분장은 잘 모르고 전화를 넘겨주시기 때문에, 으레 한 번 더 전화가 담당자에게 넘겨지기 마련이고, 남들이 볼 때는 땡보로 보이는 교직원들 또한 출장을 가거나, 교육을 들으러 가거나, 회의를 가거나, 행사를 준비하러 가는 등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교직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휴가도 가고 반차도 쓰는 데다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12시부터 1시까지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점심 시간임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보통 행정팀에 전화를 거는 학생들/학부모님들/그외 민원인들은 자신이 전화했을 때 한번에 바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자신의 궁금증이나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 데에서 짜증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 또한 학생 때 그랬고,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카드사나 통신사에 전화했을 때 통화대기음 30분 정도 듣고 있으면 참을 수 없는 짜증과 분노가 차오른다. 하지만 우리 조금만 참자. 점심시간에는 전화하거나 찾아가지 말자. 아무리 내 수업이 공강인 시간이 그 때 뿐이어도, 교직원 또한 하루에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때 뿐이다.


그리고 보통 예전에 학과마다 조교 선생님이 한 명씩 앉아있던 시절에는(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각 과마다 행정조교 혹은 과조교 선생님들이 한 명씩 그 과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차적으로 수학과 조교 선생님이 담당하기 때문에 그 선생님에게 전화하면 모든 일이 해결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물론 그분들은 직원이 아니라 조교 선생님들이었으므로, 근무시간이 직원들보다 짧거나 유연하고, 사람에 따라 자신의 학과에 대한 책임감이나 친절함의 정도가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교도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 조교 선생님들의 업무를 모두 행정직원이 담당하고, 이전에는 한명이 한과를 담당했다면 이제는 이과대학 여러 과의 모든 과목개설 업무를 한 명의 대학 행정직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전히 과사무실이 운영되고 있고, 조교 선생님들이 시간대별로 돌아가면서 과사무실 업무를 봐주고 있기는 하지만 옛날처럼 한 과를 한 명이 전담마크 하는 느낌은 아니게 되었다. 그런고로 직원도 허덕이고, 학생들도 불편하고,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 되었다.


다른 이야기하다가 글이 많이 샌 느낌인데, 학사업무 그냥 그까이꺼 별거 아니지 않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하소연 맞다) 과목개설 그거 그냥 이전학기 거 그대로 하면 되지 않냐?! 과목개설을 하기 위해서는 몇년치 과목개설 자료와 수강인원 자료, 현재 재적생 수 등의 자료를 만들어서 학과장님께 보내드리고 이번학기에는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개설할지 문의 드려야 한다. 그러면 보통 학과장님께서 개설할 과목의 종류과 갯수를 알려주시고, 각 과목에 맞는 강의자를 찾아 배정해주신다.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이 과정 중에 과목이 개설이 됐다가 폐강이 됐다가 강의자가 있었다가 없었다가, 영어 과목이었다가 아니었다가, 정원을 50명으로 했다가 30명으로 했다가, 강의실을 여기로 했다가 저기로 했다가...아주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게다가 보통은 과목개설 담당자가 수강신청도 담당하게 되는데, 수강신청 기간동안 특정 과목에 학생들이 너무 많아도 마음을 졸이고 너무 없어도 마음을 졸이게 된다. 한 과목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 다른 과목에 그만큼 학생 수가 적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강의실에 의자도 부족한데 교수님께서 무한대로 학생들을 받아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대체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없는 의자를 나무를 깎아서 만들기라도 해야하는 것인지 대혼란이 찾아온다. 그리고 어떤 과목에 학생이 너무 적으면 폐강을 해야 하는데, 폐강이 되면 전임 교수님 담당 과목의 경우에는 책임시수가 부족해지기도 하고, 그 수업에 들어가 있던 학생들은 재빨리 변경 기간 내에 다른 과목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매우 긴급하고 똥줄타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이 과목개설 업무는 학기 중에 시작하여 방학 중, 학기 시작 후까지 계속 연결되기 때문에 학사 담당자에게는 방학이 그다지 방학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내 경우에는 이번 겨울방학에 미친듯이 바빴는데, 매일 아침 출근하면 졸업 요건에 대해 문의하는 메일이 스무통씩 쌓여있고, 메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겨우겨우 오전 중에 메일 및 전화 업무를 다 쳐내고 나면 며칠 내로 130명이 넘는 학생들의 졸업사정을 끝내서 학사팀으로 넘겨야 했다. 보통 교직원들은 방학 동안에 단축근무를 시행해서 출근을 조금 늦게 하거나 집에를 조금 일찍 갈 수 있는데, 이번 방학은 두 번 정도 평소보다 퇴근을 살짝 일찍 할 수 있었던 때를 빼놓고는 오히려 야근을 했던 것 같다.


이 졸업사정은 학사업무에 포함되지만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다음 번에 다른 글로 써보아야겠다. 졸업사정은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자체이다.


이 길고 정신없는 글 끝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학교 행정팀에 전화했을 때 여기저기 넘겨준다고 너무 짜증내지 마시라는 것이다. 해결해주고 싶어도 담당자가 아니면 해결해줄 수가 없다. ㅠㅠ 그리고 전화를 잘못 넘겨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정말 미안하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왜냐하면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나조차 학교에서 어떤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파악이 어렵고, 어떤 사람이 그 업무를 담당하는지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아서 물어물어 넘겨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렇게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느냐는 나도 정말 의문이다. 언젠가는, 이런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기는 할까? (그런 날이 오도록 힘내서 일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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