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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달 Jul 10. 2019

[교직원단상] 멀티태스킹과 비품관리에 관한 잡생각

1.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되는 사람이다. 컴퓨터 또한 사실상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나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한참 못미치는 뒤떨어지는 인간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학교 업무에서 멀티태스킹은 꽤나 중요하다. 전화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동시에 전화기 너머 물어오는 정보를 찾기 위해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나에게는 이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꽤나 스트레스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벼락치기를 자주 했는데, 국어를 끝내놓지 않으면 수학 공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하나도 다 끝내지 못했는데 새로운 것을 시작하다니 도무지 미련이 남아서 견딜 수가 없다.

최근에는 일신상의 큰 변화를 앞두고 그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가지씩 미션을 완수해 나감에 따라 오로지 그 한가지에만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은 얼마나 단순하고 얄팍한 인간의 전형인가. 단순하다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얄팍하다는 것은 나쁘다. 그건 마치 불후의 명작을 그림과 함께 쉽게 읽히도록 줄여놓은 어린이용 고전 도서와 같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다야?

그래서 나는 단순하고 얄팍하더라도 최소한 배리에이션이 넓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를 끝내기 전에는 다른 하나를 시작할 수 없는 강박증을 가진 사회 부적응자 같은 성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멀티태스커로 거듭나야한다.


2. 사무실 비품이 자주 사라진다. 사라지거나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발견되거나 어느 순간 제자리에 돌아와있거나. 어느 쪽이건 사라져서 행방을 모르는 그 사이 나는 사라진 그 무엇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까봐 내내 고민한다. 스카치테이프건, 노트북이건, 가위이건 간에.

내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기 힘든 이 정신 없는 세계에서 남의  사무실에서 빌려간 물건 따위 제대로 반납할 정신이 있겠는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리고 걱정을 해봐야 부질없고 결국 잃어버렸다고 판명이 날 때에는 새로 다시 구매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퇴근 전에 사라진 물건을 발견하고 그게 어디갔을까 고민을 하느라 10분도 넘게 서성거렸다.

오늘도 비품관리는 내 모난 성격을 더 뾰족하게 만들어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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