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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미쟤씨 Mar 19. 2022

암밍아웃이라는 말의 불편함

사회적 소수자의 언어를 전유하는 것에 대한 고찰

‘-밍아웃’ 이라는 말을 요즘 특히 유투브나 소셜미디어에서 꽤나 자주 발견하게 된다. 최근에 본 것은 유투브에서 ‘임밍아웃’ 이라는 주제의 브이로그였고, 예상 가능하듯 임신을 축하해줄 가족과 지인들 앞에 그 사실을 발표하고 축하받는 컨텐츠다.


새삼 ‘커밍아웃’의 뜻을 찾아보게 된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커밍아웃’



위의 정의처럼 커밍아웃은 엄연히 성소수자가 세상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명확히 ‘임밍아웃’ 같이 커밍아웃을 변형해 쓰는 말이 커밍아웃의 주체를 무감하게 생각하고 쉽게 타자화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다. 안전한 정상성 안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표 정도의 말로 축소하기 때문이다.


내가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암밍아웃’ 이라는 말이었다. 나 또한 암생존자 당사자가 되며 아픈몸과 질병에 향하는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겪고, 암판정 이후 구직에서 번번히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암밍아웃’ 이라는 말이 불편했다.


유난히 수많은 질병 중에 암환자가 왜 커밍아웃이라는 용어를 전유해 암밍아웃이라는 말로 쓰기 시작했을까. 해시태그로 암밍아웃을 검색하자 암판정을 받은 직후이거나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들의 치료일기에 주로 해시태그로 달려있었다. 하지만 환우들의 용기와 위로의 맥락은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과는 다른 맥락이 아닐까. 암환우는 꼭 당사자의 상황을 ‘암밍아웃’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까.


오랫동안 차별금지법이 계류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쉽게 그들의 언어를 전유하며 그들의 프라이드와 투쟁의 맥락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질병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편견에 놓인 소수자라면 더더욱이. 질병인은 질병서사를 적확히 표현할 질병인만의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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