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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미쟤씨 Feb 20. 2022

유독 고립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암 생존자 진단 이후의 고립감은 단지 내 마음의 문제일까

2018년 암 판정 이후 2020년부터 부쩍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결국 그해 여름 어렵게 구한 임금노동을 그만둔 이후일까.


여름은 정말 고역이었다. 뼈 전이가 있는 내게 그동안의 임상 항암치료가 맞지 않아 약 한 달간 치료 공백기가 생기고, 그동안 크게 없었던 뼈 통증이 나타났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항암이더라도 통증을 가려주고 있던 모양인지 치료를 중단하자마자 통증은 나를 덮쳤다. 특히 골반뼈 통증은 아예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했다. 그렇게 삼주를 누워 지냈고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삼 주간 죽음을 생각했다.


어찌어찌 다른 치료를 시작하면서 통증은 다시 가셨지만 한번 약해진 몸 상태에 생활 반경이 좁아지게 되었다. 척추뼈에서 피가 잘 생성되지 않아 심한 빈혈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어지러워 좁은 방에 누워 잘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고 이것저것 경험하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작은 폰 화면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많은 것들에 흥미를 잃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 약자들을 배제하고 있는지 매일매일의 뉴스와 sns의 혐오발언들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무엇 하나 즐거운 것이 없었다.


같은 암 생존자라도, 같은 여성이라도, 같은 비혼이라도 생각과 처해진 맥락과 신념들이 달라서 오히려 소외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내 문제일까. 타인에게는 작게 느껴질 이 차이들이 내게 고립의 공백을 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입을 다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점점 체념하고 있는 내가 된다.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이 불편하고 즐겁지 않다. 이 고립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난 어떤 사회적 관계를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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