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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하 Jun 25. 2023

산뜻하게 사는 법을 연구하는 3년차

무력함과 우울감에 대한 대처


또다시 어느덧 만 2년 6개월을 넘긴 주니어의 심경들.


스타트업인지라 연차에 비해 과중한 업무와 권한을 넘겨받은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나에게도 올까?싶었던 1인분하기와 내 앞가림은 넉넉하게 되는 여유로움이 의식하지 않은 사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에 처절하게 내 자아를 매달던 시기는 지나가고 조금의 산뜻한 기분을 얻게 되었다. 매일매일 짜릿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그냥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꽤나 온전하게 즐거운 상태. 도파민 중독 탈출! 



1. 핑크색 무선 키보드 장착

저번주는 오랫동안 덜그덕거리던 기본 키보드를 사비로 핑크색 무선 키보드로 바꿨다. 

(회사에서 거지같은 물품을 준 건 아니고 내가 청소하려고 키보드를 죄다 뽑았다가 스페이스바만 망가졌다)

핑크색 키보드를 써도 딱히 꼽을 먹거나 일도 못하면서 책상꾸미기로 난리친다는 눈초리를 안 받을 자신이 있었다! 내일이면 브랜 뉴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역시 핑크)로 일하는 첫날인데 상당히 기대된다. 


2. 사회 초년생이란..

그 사이에도 몇명의 동갑의, 또 나보다 1~2살 어린 인턴분들이 들어오고 나갔는데, 마음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아무리 회사도 그 사람에 맞아야 되고 타이밍도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제대로 배워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채 사기업의 나쁜 점만 기억으로 남겨주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작년 초만 해도 내 다음으로 들어오는 인턴, 사원분들에 대해 내가 이 때 이렇게 했으면, 이거라도 알려줬으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그만두게 되었다. 

내 상관(팀의 리더)이 관여할 바이지 내 연차와 직급이 크게 관여하는 거 조차가 이상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와 상관없이 새로 오신 분들에 대해서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분이 이 회사를 no라고 느끼시던 말던) 여기에 있어서 내가 지치지 않는 것은 그런 마인드에서 오는 것 같다. 이 사람에 대해 그리고 이 사람과 팀이 융화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나 최종 yes/no를 결정하는 건 그 분의 마음과 상관의 마음에 달렸다고..

그리고 내가 나와 안 맞는 팀에서 버텨보고자 싸가지 없다는 소리 안 들으면서 융화되어 보고자 기를 썼던 기억이 있기에 나와 같은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 더 노력하는 것도 있다. 

쓸데없는 텃세, 비효율을 가중시키는 의도적인 안 가르쳐주기,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 즐겁게 하기 다 싫다..

나와 같은 25~26살의 여성이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더 원활하게 시작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내가 돕고 싶다. 


3. 야물딱짐 강요가 싫다

한국은 특히 여성들에게 야무짐 강요, 야무짐 라이팅이 극심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한 것치고 진짜 손이 흐들흐들한 편인데, 그림은 어떻게든 흐들흐들하게 그려도 물로켓, 뜨개질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종이접기도 그닥 잘 못했다. 손끝이 야무지질 않고 그렇게 노력해야할 필요성도 잘 못 느꼈다. 공산품 다 있는데 내가 이걸 0.1mm를 잡아서 뭐한담? 심지어 그림도 수전증이 의심되는 덜덜거리는 손가락으로 그렸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결과적으로는 비슷한데 그 과정에서의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로 대표되는 야무짐 강요가 진절머리 났다. 뷰티회사라면 거의 대부분 인플루언서들에게 나가는 시딩 포장이 흔하게 벌어지는데 주로 거기에서 답답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손 끝이 야무진 게 큰 힘을 발휘하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 (주로 나는 본능적으로 그런 곳을 피한다. 예를 들면 김장이라던가 꽃꽂이 라던가) 내가 제일 답답했던 것은 굳이 안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의 비효율적인 야무짐 라이팅이었다. 

내가 뭔가를 지시해도 되는 상황이 왔을 때는 최대한 그런 언행들을 줄이려고 한다. 

심지어 수동적인 말투로 이건 이렇게 해야 좋지 않을까~? 이런 언행들. 매우 답답한..



4. 솔직하게 말하세요 그냥 싫다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본인의 니즈와 결핍을 알고 그것을 취향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나는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이게 부족해서 반대로 이런 사람을 좋아해, 혹은 이런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느껴. 이렇게 겸허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인정하는 사람이 좋다. 가끔 본인의 결핍을 상당히 얄팍한 포장하려 드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좀 그렇다. 혹은 본인이 A가 부족해서 A를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는데, A를 갖추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면 어떻게해서든 단점을 잡아내어 그 사람을 부족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프레이밍한다. 

심하게 말해서 직장판 마녀사냥 같기도 하고,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나를 안 맞춰줄 것 같아서, 혹은 나를 채워주지 못할 것 같아서 싫다고..



아래는 위 상황들이 만드는 음침하고 우울한 상태를 벗어나 산뜻하게 살기 위해 리마인드하는 세가지. 


1. 어딘가에 속하기

내가 회사에 만족하고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내가 조금이나마 가볍게 비관적이고 예전에 비해 산뜻해졌다고 느끼는 까닭은 주5일 출근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회사가 있어서다. 내가 효용성 있다는 감각을 깨어있는 내내 일깨워주는 걸 넘어서 뇌를 지배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북토크나 마케팅 인사이트 나누는 단체들을 많이 알아봤다. 이제는 이걸 넘어서 조금 더 이 직종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속되고 싶다는 생강이 들었다. 반대로 소속감에 미쳐서 섣불리 하면 안되는 두가지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2. 생각을 줄이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줄여야할 생각들

-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나?

- 나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 올해 나 뭐했지..?

모든 질문의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알아서 뭐하게?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게 답. 


3. 그래 넌 이마트에서 살아 난 집에 갈거야~

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나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을 보면 가지는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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