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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Sep 26. 2018

자연스러움에 대하여.

뭔가 그런 거창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목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하니, 무의식 속 어딘가에서는 글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렇게 일상에서 발견했던 ‘자연스러움’이라는 궁금증에 대하여, 그냥 두서없이 써보고 싶다.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친구끼리 서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냥 문득, 요즘은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귀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일까, 아니면 요즘의 나일까.) 물론 사진기 앞에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는 건 의도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지만.





3년 전, 나는 생애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사진들을 보며 나는 아쉬움이 많았다. 왜 그 때는 ‘여행에 미치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멋지게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을 찍지 못했을까, 하며.



하지만 지금 그때의 나를 보면, 지금의 나와 다른 그때의 내가 꽤 마음에 든다. 그 때였기에 운동화에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그 때였기에 저렇게 화장기 없는 얼굴로, 그 때 였기에 저렇게 처음 보는 멋진 광경에 감동을 숨길 수 없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을 담아주었던 친구에게도 너무 고맙다. 자연스러운 사진이라는 것은 사실 많은 수고로움이 요구되는 것이기에, 그만큼 많은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싶은데, 사실 그게 점점 어렵다. 내 친구 중 한명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침에 정말 빨리 준비해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럽고, 나는 왜 이렇게 화장을 하나 생각하며 결국 화장을 하는 나다. 한 번 일단 자연스럽지 않고 나면,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걸까.



면접을 보게 되면, 나를 소개하고 지원 동기를 말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게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생각한다. 나는 사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꿈을 말할 때 뭔가 굉장히 거창해진다. 그리고 저번 글을 쓰고 나서도 생각했지만, 역시 뭔가 거창한 느낌이다. 나에겐 정말 진심인 글인데 말이다.



그냥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뭔가 그런 거창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좋은 슬로건은 자신을 잘 들여다본 후에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을 다른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표현 할 때 나온다.
엘런 드제너러스의 교훈을 기억하는가?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낮은 곳을 겨냥해보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그냥, 자연스러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줬던 사람들, 그 앞에서 마음껏 자연스러웠던 내가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2018년 9월 6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두 번째 목요일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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