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만 따뜻했던 리투아니아의 어느 날 저녁, 노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혼자 돌아오는 길이었다.
트램에서 내리려는데 문득 뒷 차창의 빛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 길로 나는 내가 기숙사를 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저 이 풍경을 따라 걷고 걸었다.
가끔 나는 이런 경험을 하는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만났을 때, 행복에 겨워 모든 일을 잊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잊은 채, 사진을 찍는다.
초록 풀들이 하얗게 얼어붙은, 한국에 없는 그런 추운 저녁이었다. 그날따라 얇은 옷차림에 온몸은 빨갛게 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나는 캠퍼스를 멀리 멀리 돌아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 때의 행복한 마음이 남겨진 이 사진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