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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Jun 28. 2016

행복을 따라 돌아서 걷다.

춥지만 따뜻했던 리투아니아의 어느 날 저녁, 노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혼자 돌아오는 길이었다.


트램에서 내리려는데 문득 뒷 차창의 빛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 길로 나는 내가 기숙사를 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저 이 풍경을 따라 걷고 걸었다.

삶은 사실 이러한 기적의 연속이 아닐까. 뒤돌아 보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본 그 순간, 이러한 풍경이 나를 맞이하는 그런 것.
리투아니아에서 내가 항상, 매번 감탄했던 것이 있는데 하나는 구름, 또 하나는 별, 그리고 노을이다. 리투아니아의 노을은 조금 특별하다. 평지와 숲, 낮은 건물 덕분인 듯 하다.
수없는 추억이 깃든 장소, 기숙사 앞 대형마트. 교환 생활의 반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류장에 내려 두 번째 마주한 풍경. 완벽한 노을에 달 한 조각.
가장 현대적인 학교 건물. 유리로 이루어진 외벽에도 노을이 물들었다. 그 사이에 노을이 사라질까, 노을만 보고 걸었다.

가끔 나는 이런 경험을 하는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만났을 때, 행복에 겨워 모든 일을 잊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잊은 채, 사진을 찍는다.


초록 풀들이 하얗게 얼어붙은, 한국에 없는 그런 추운 저녁이었다. 그날따라 얇은 옷차림에 온몸은 빨갛게 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나는 캠퍼스를 멀리 멀리 돌아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 때의 행복한 마음이 남겨진 이 사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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